[공감신문 교양공감] 기다리고 기다리던 크리스마스도 가고, 이번 주만 지나면 벌써 2018년이란다. 텅 빈 다이어리가 말해주듯 딱히 해놓은 것도, 돌아보니 남은 것도 없는 한해다. 아, 여러분은 아니라고? (...)(훌쩍)

연초 다이어리와 예쁜 팬은 구매했어도, 끝내 다이어리를 채우지 못한 분도 많을 테다.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다시 되새겨보니 기억에 남는 특별한 일이 없는 것이 어찌 보면 다행이겠다. 크게 기쁜 일이 없었던 만큼, 크게 슬픈 일이 없었던 것 아니겠는가. 하하...(훌쩍X2)

여하튼 누군가에게는 다사다난하고, 누군가에겐 그저 그랬던 2017년. 전혀 다른 한 해를 보낸 우리에게도 공감할 수 있는 몇 가지가 있다. 모두가 ‘아~ 그거!’ 하며 무릎을 탁! 칠 수 있는 것들 말이다. 

지금도 여전히 유행 중인 것들!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바로 2017년에 유행했던 것들! 물론, 나중엔 흑역사가 되겠지만 우리에겐 나름 ‘핫’했고 지금도 계속 유행하고 있다. 2017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우리가 열광하고 있던 것들이 무엇인지 교양공감팀과 함께 알아보자.

 

■ “이거 사는 거 ㅇㅈ하는 부분?”, “스튜핏!!!”

- 실화냐? 이거 완전 오지는 부분~
교복을 입은 지 어언 n년(...). 철없던 그때 그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문체가 등장했다. 분명 한국언데 낯선 느낌을 주는 그 주인공은 바로 ‘급식체’다. 

설민석의 역사강의를 패러디한 코너, 설혁수의 급식체 특강 [SNL 캡쳐 / 네이버 TV]

급식체는 개인방송을 보는 사람이나, 커뮤니티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겐 꽤 익숙했다. 하지만 최근 종영한 SNL 시즌9의 ‘설혁수의 급식체 특강’으로 많은 사람이 급식체를 알게 되면서 예능 자막에서도, 광고 문구에서도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SNL 영상만 봐도 아시겠지만, 급식체는 밑도 끝도 없이 말도 안 되는 말들 투성이다. ‘오지다’, ‘지리다’, ‘~하는 부분’, ‘~각이다’, ‘ㅇㅈ’, ‘빼박켄트’ 등이 흔히 쓰이며, 단어의 앞에 ‘개’나 ‘10’이라는 속어를 붙여서 강조하기도 한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여(...) [SNL 캡쳐 / 네이버 TV]

급식체 자체가 센스 터진다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요상한 말투인 만큼 ‘극혐’하는 사람도 아~주 많으니, 이미 급식체에 익숙해진 분들. 내년엔 조금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 스튜핏! 그레잇!
요즘처럼 내일이 없이, 될 대로 되라며 소비하는 생활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일침을 가해준 이가 있었으니, 개그맨 김생민이다. 

김생민이 시청자의 영수증을 아주 냉철하게 분석해주는 프로그램이다. [KBS 김생민의 영수증 홈페이지]

김생민은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이라는 팟캐스트에서 본인의 ‘돈이란 안 쓰는 것’이라는 신조를 살려 경제 상담 코너를 진행하며 인기를 얻었다. 그는 인기에 힘입어 KBS ‘김생민의 영수증’ 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됐다. 

여기서 유행어가 탄생했는데, 시청자의 영수증을 보면서 쓸데없는 소비라고 판단했을 때 가감 없이 ‘스튜핏!’을 날리고, 절약한 부분, 칭찬할 점을 발견했을 땐 고민 없이 ‘그뤠잇!’을 외친다. 

김생민은 이렇게 냉철한 표정으로 외친다. 스튜핏!!!! [KBS 안테나 유튜브 캡쳐]

보온성은 1도 없고 겉멋이 가득한 가죽자켓, 웨딩장갑에 가려지는 웨딩네일 등 그는 짠돌이적(?) 관점에서 필요 없는 소비를 꼬집으며 ‘저축이 절실하다면 쓰지 말라’고 시청자들에게 호소하고 나섰다. 문제는 그가 하는 말이 다 공감이 간다는 것(...). 

아마 오는 2018년에도 쭉- 유행할 것 같은 그의 유행어처럼, 우리도 내년에는 ‘스튜핏’한 소비 말고, ‘그레잇’한 소비를 하자.

 

■ 무릎 밑, 더 길면 발목까지 오는 침낭 아니 롱패딩!
한파가 지속되면서 사람들이 침낭을 입고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본래 허리까지 오는 패딩이 익숙했던 우리, 언제부터 발목까지 오는 롱패딩이 유행이 된 걸까?

롱패딩의 길이는 보통 무릎 밑, 더 길면 발목까지 와 지퍼를 아래에서부터 위로 다 채운다면 차가운 바람이 들어오지 않는다.

‘벤치코트’ 혹은 ‘벤치파카’로도 불리는 롱패딩은 운동선수들이 겨울 유니폼 위에 입는 겉옷으로 활용돼 왔다. 아마 벤치에 긴 패딩을 입고 앉아있는 선수들이 입은 모습을 한 번쯤은 보셨을 테다. 연예인들은 야외 촬영현장에서, 공항에서 ‘가림막’의 용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 가림막이 따뜻해 보여서일까. 직장인과 일반 학생들 사이에서도 롱패딩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번 2017년 겨울엔 젊은 디자이너 등 패션에 일가견이 있다는 이들과 롱패딩 메이커들이 콜라보를 진행하면서 그저 천편일률적으로 까맣고 길기만 했던 디자인에서 벗어났다. 게다가 색상과 핏까지 다양한 ‘예쁨’까지도 취사선택할 수 있는, 유행을 이끄는 패딩이 됐다.

유행에 민감한 청소년들도 롱패딩의 열풍에 합류했다. 여기서 롱패딩의 가장 큰 문제점이 발생했다. 한 반에 절반 이상은 롱패딩을 입고 다니면서 롱패딩이 ‘新등골브레이커’로 등극한 것이다. 등골브레이커는 ‘부모 등골을 휘게 할 만큼 비싼 상품’이란 뜻으로, 2010년대 수십만원에 이르는 ‘노X페X스’ 패딩이 10대에게 유행하면서 나온 말이다. 

평창 롱패딩은 ‘가성비 갑’이라 불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롱패딩은 가격대가 다양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혀왔다. 이슈가 됐던 평창 롱패딩은 14만원의 가격대, 스파브랜드에서는 10만원 중반대인 제품도 많이 나오는 추세다. 허나 학부모에 따르면 중‧고생의 눈높이에 맞추려면 값비싼 제품을 사야한다는 것이다. 롱패딩의 평균 가격대를 훌쩍 넘는 50만원짜리 롱패딩을 고집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 이에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롱패딩을 금지하는 학교도 나오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매일 입는 롱패딩이 50만원이면 저렴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틀린 말은 아니겠으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다면 ‘누구에게나’ 다 저렴한 가격은 아니겠다.

한 설문조사에서 10·20대의 68%는 롱패딩을 갖고 있거나, 곧 구입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추워지는 겨울, 추위에 발목까지 따스한 롱패딩을 찾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겠다. 그렇지만 누군가에는 충분한 부담이 될 수 있는 가격인 만큼, 노X페X스처럼 반짝 유행으로 끝나진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년엔 부디 新등골브레이커가 나타나지 않기를. 

 

■ 일과 삶의 균형, ‘워라밸’이 뜬다

20~30대를 중심으로 '직장에서의 성공'보다는 '행복한 삶'에 주목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워라밸은 ‘work life balance : 일과 삶의 균형’의 준말로 일과 생활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는 상태인 ‘저녁이 있는 삶’는 것을 뜻한다. 

최근 한 정보분석기업이 전국의 19세 이상 70세 미만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대상 10명 중 7명인 74.3%가 ‘돈보다는 워라밸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로써 ‘가정보다는 일이 우선이다’는 인식이 바뀌고, ‘일보다 가정과 개인시간이 중요하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근로자 10명 중 7명이 올해 주어진 연차를 모두 사용하지 못했다. [PEXELS / CC0 License]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7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국내 취업자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멕시코에 이어 2번째로 길었다. OECD 회원 35개국 평균인 1764시간보다 305시간 많은 수치였다.

한국의 평균 노동시간 2069시간을 하루 법정 노동시간 8시간으로 나누면, 한국 취업자는 OECD 평균보다 38일을 더 일한 셈이 된다. 한 달 평균 22일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평균보다 1.7개월 가까이 더 일한 것이다.

이에 지난 9월 고용노동부는 ‘대한민국 다 함께 워라밸’이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캠페인은 일과 생활 균형을 잡기위한 3가지를 추천했다. 

‘대한민국 다 함께 워라밸’은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개선해 근로자가 능력을 발휘하고,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시행됐다.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 오래 일하지 않기 (정시퇴근하기, 퇴근 후 업무연락 자제, 업무집중도 향상) 
▲ 똑똑하게 일하기 (똑똑한 회의․보고, 명확한 업무지시, 유연한 근무) 
▲ 제대로 쉬기 (연가사용 활성화, 건전한 회식문화, 쉴 권리 지켜주기)

많은 근로자들이 워라밸을 선호하지만 회사에선 과도한 업무량, 부족한 인력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실행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해 직장을 선택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워라밸’이 뜨고 있다.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하지만 일부 회사에서는 실제로 퇴근 시간이 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지는 ‘PC 오프제’, 한 달에 한 번 원하는 날 2시간 일찍 퇴근할 수 있는 ‘저 가요’ 제도, 퇴근 이후 업무 지시를 하는 것을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로 지정하며 직원들의 워라밸을 위해 힘쓰면서, ‘워라밸 직장’이 2017년 ‘핫’하게 떠올랐다.

‘워커홀릭’을 사랑하는 이들과 조금의 갈등도 있겠으나, 오는 2018년엔 워라밸이 안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빵 터지지 않아도 괜찮아. 조금은 느린 예능들
올해 인기 있었던 예능을 두 가지 꼽아보자면 ‘윤식당’, ‘효리네 민박’이라 할 수 있겠다. 큰 웃음 없이, 자극적인 자막 없이 본방사수하고 싶게 만든 조금 느린 예능들.

윤식당의 주메뉴였던 ‘불고기’는 방송 당시 인기 검색어에 늘 머물러 있었다. [TvN 윤식당 홈페이지 캡처]

먼저 윤식당은 인도네시아 발리의 인근 섬에서 작은 한식당을 열고 운영하는 형식의 예능이다. 윤식당의 사장님 윤여정, 상무 이서진, 주방보조 정유미에 알바생 신구까지. 전혀 예상치 못한 4명이 만나 꿀조합을 이뤘다. 예능인이 1명도 나오지 않았는데도 최고 시청률이 16%라니(...)

이런 큰 인기는 ‘해외에서 며칠간 한식당을 운영한다’라는 새로운 포맷 탓일까. 아니면 장기 휴가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까. 방송 당시, 이들이 만든 음식 맛을 궁금해하고, 이들의 여유로운 저녁을 부러워하는 반응이 쏟아졌었다.

보는 내내 마음이 따뜻했던 효리네 민박. 마지막회를 볼 땐 기자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나더라. [JTBC 효리네 민박 홈페이지 캡처]

효리네 민박은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가 출연해 그들이 직접 사는 집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예능이다. 게다가 알바생은 아이유!

방송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이효리의 복귀, 그녀의 ‘화려한’ 제주도의 생활을 볼 수 있을까 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가졌으나, 실상은 전혀 달랐다. 

효리네 민박의 사실상 주인공들이었던 반려견들과 반려묘들. [JTBC 효리네 민박 홈페이지 캡처]

효리네 민박이라는 제목답게 이효리는 아주 소탈한 소길댁의 모습을 보여주며, 출연진들이 민박 손님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많이 비춰줘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준 예능이었다.

공중파가 아님에도 두 프로그램 다 최고 시청률이 10%를 넘겼다니. 이 정도 시청률이면 정말 대박이지 않는가. 

오는 1월, 우리의 금요일 저녁을 힐링해 줄 윤식당! [TvN 윤식당 홈페이지 캡처]

두 프로그램을 사랑하는 애청자들에겐 좋은 소식이 있다. 오는 1월엔 윤식당 시즌2가 방송되며, 효리네 민박도 다음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2018년까지 두 예능의 인기가 이어갈 수도 있겠다.
 

■ 난 너네가 소개한 게 뭔지 1도 모르겠다

모르시겠다면(...) 뭐(...) 그럴 수도(...) 있죠(쳇)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공감을 전혀 못하셨다고? 그럴리가. 예능 자막만 봐도 급식체가 판을 쳤고 스튜핏! 그레잇! 들어본 적 없으신...지?(소심)

출근길이나 퇴근길에 롱패딩을 본 경험이 분명 있으실 테고, 워라밸은? 우리가 모두 원하는 삶 아닌가! 이번 해 들어 자극적이지 않은 힐링 예능이 더 ‘핫’해졌다.(설명충)

뭐 이미 지나가버린 유행인데 몰라도 뭐 어떤가. 유행이 꼭 좋은 건 아니니 말이다. 어차피 유행은 돌고 도는 거니 내년이면 새로운 게 또 우릴 반기고 있을 거다. 

나름 유행이라면 유행이었던 것을 정리해보니 2017년도 꽤 길었던 듯하다. 그리고 이런 여러 가지들이 유행할 동안 '나는 뭘 하고 있었던가'라는 '현타'가 오지게 와서 힘든 분들도 있겠다.

[Max pixel / CC0 Public Domain]

그래도, 현타는 접어두자. 물론 내년엔 더 괜찮은 일들이 있으리라고, 더 재미난 일들만 가득할 거라고 확신할 순 없다.

하지만 뭐 어때. 그간 고난과 역경을 겪으며 쌓아온 '짬에서 나온 바이브'로 우린 내년을 또 잘 버텨낼 거고, 이내 괜찮아질 거다. 흘러간 시간을 어쩌겠는가? 이제 지나간 시간에 질척이지 마시고, 새로운 2018년을 산뜻하게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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