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인구가 모여 도시가 만들어진다.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인구증가와 함께 지구촌 수많은 도시들이 생겨나고 성장해 왔다. 

도시가 성장할수록 복합적인 기능을 갖추게 되고 편리성이 커져서 주변의 인구를 더 많이 흡수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쏠림 현상이 거대도시를 탄생시켰다. 거대도시는 중심도시와 다수 위성도시를 그물처럼 연결된 망의 형태로 발전해왔다.

이렇게 지난 몇 세기 동안 성장을 거듭하던 도시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구촌 한쪽에선 인구가 줄어들어 성장을 멈추고 쇠퇴하는 도시가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이다. 도쿄와 몇몇 거대도시들은 성장을 거의 멈춘 수준이고 나머지 도시들은 늙어가고 있다.

도시의 성장과 쇠퇴를 결정하는 요소는 인구이다. 신흥국은 여전히 인구가 증가하고 있지만 유럽과 미국은 인구가 정체하거나 소폭 증가에 머물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일본의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고 중국과 한국도 일본의 뒤를 따라간다는 것이다.

인구감소는 일자리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 일자리를 얻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수록 출산율이 하락한다. 인구감소 현상은 아직 몇몇 나라에 국한되어 나타나고 있지만 일자리 감소가 확산되면 많은 나라들이 인구감소를 겪을 수 있다. 

언젠가부터 경제가 성장해도 일자리가 좀처럼 늘지 않는다. 세계화와 기술혁신으로 경제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기술혁신이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은 고용인력을 줄이면서도 상품과 서비스의 공급을 늘릴 수 있다.

기술혁신이 기존산업을 넘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혁신이 기존산업을 개선시키는 수준에 그치면 결과적으로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영국 산업혁명은 인도 면직물 생산과 관련이 깊다. 당시 인도 면직물은 유럽에서 인기가 있었다. 영국은 인도의 면화를 수입하여 기계로 면직물을 생산한 다음 유럽에 수출하고 인도에도 역수출했다. 즉 가공무역이었다.

직물기계로 영국이 일자리를 크게 늘렸지만 그 수십 배에 달하는 인도 수공업 장인들의 일자리는 사라졌다. 영국경제가 번성하고 도시 일자리가 증가했지만 인도 농촌을 포함하여 합산하면 전체 일자리는 오히려 크게 감소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선박과 기차는 대량운송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개척분야였다. 항공산업과 TV, 컴퓨터, 인터넷은 기존산업을 뛰어넘는 새로운 산업이었다. 이들은 모두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다.

최근 미국 아마존과 월마트는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온라인 판매와 오프라인 판매를 실시간으로 연계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비하지 못한 옷을 매장에서 영상을 통해 검색하여 가상으로 입어볼 수도 있고 주문할 수 있다. 

그러자 두 회사의 매출은 급증한 반면 다른 수많은 오프라인 매장들이 경쟁력을 잃고 축소되거나 폐업하고 말았다. 결국 유통산업에서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다.

향후 4차산업 기술혁신이 얼마나 많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여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지 미리 판단하기 어렵다. 인류가 진출하기 어려웠던 미 개척분야에 활용이 된다면 일자리가 크게 창출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기술혁신이 기존산업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데 활용되고 있어 4차산업이 일자리를 감소시키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정규직 일자리가 감소하고 임시고용직이 늘고 있다. 임시고용직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일자리는 줄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중산층이 줄고 소득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세계경제는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강력한 통화팽창 정책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초저금리 시대였다. 사상 유례가 없는 돈 잔치 덕분에 자산가격이 크게 올랐다. 부채로 쌓은 부가 세계경제의 성장과 소비를 지탱해 왔다. 

도로, 항만, 철도 등 인프라와 제조업을 비롯한 각종 산업에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졌다. 넘치는 자금이 부동산, 채권, 주식에 몰렸고 수익을 쫓아 여기 저기 몰려다녔다. 귀금속과 골동품, 예술작품 등에도 몰렸고 심지어 일종의 쿠폰 같은 가상화폐에도 돈이 몰렸다.

그 중에서 돈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이 단연코 부동산이다.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랐고 수많은 도시에서 부동산 건축 붐이 일었다. 지난 10년간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건축과 토목공사가 이루어졌다.

세계경제는 너무 오랫동안 낮은 금리에 의존해왔다. 미국만 기준금리를 다섯 번에 걸쳐 1.25% 올렸을 뿐 나머지 국가는 낮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저금리가 가격거품을 마냥 떠받혀주지 못한다. 공급과잉이 지나치면 저금리에서도 가격은 떨어진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부의 마이너스 악순환이 유발되고 소비와 투자가 감소하여 경제불황이 찾아온다. 

일단 경제불황이 시작되면 과거보다 훨씬 오랫동안 불황이 지속될 수 있다. 세계 각국이 쓸 수 있는 경기부양책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미 금리수준이 낮아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이 없거나 소폭에 불과하다. 국가부채가 많아 재정지출을 크게 늘리기도 어렵다.

구조적으로 일자리가 부족한 미래! 우리 삶의 방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개인의 취미와 재능을 활용한 프리랜서가 늘어나고 다양하고 이색적인 개인사업자들이 많아질 수 있다.

도시의 효율성과 편리성 대신 자연 속 안정감과 만족감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다.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 외곽으로 또는 농촌과 어촌, 산촌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지금도 지구촌 수많은 도시에 빌딩과 아파트가 세워지고 있다. 여전히 많은 도시들이 외형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동시에 빈 사무실과 빈 주택, 빈 상가들도 늘고 있다. 

공급과잉이 지나쳐서 가격이 하락하는 시점을 미리 알 수 없다. 그 시점이 지나고 난 뒤에야 알 수 있다. 아마도 지금쯤 우리는 大건축 붐의 정점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가까운 미래 많은 도시들이 성장을 멈추고 늙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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