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인 여의도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 박사

얼마 전 딸아이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필라델피아를 방문했다. 잠시 머물 거처라 숙박 공유경제서비스를 통해 대학 근처 민가의 방한 칸을 합리적인 가격에 예약했다. 고풍스런 저택의 마음씨 좋은 주인과 함께 편안한 숙박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세계적으로 ‘공유경제’의 확산속도가 가파르다. 5년 전 9천억 원에 불과했던 세계 공유시장 규모가 지난해에는 20조 원 수준으로 성장했고, 10년 후에는 407조 원 수준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는 소유의 개념에서 벗어나 협력적 공유소비를 기본으로 하는 경제방식이다. 타임(Time)지는 지난 2011년에 공유경제를 ‘세상을 바꿀 10가지 아이디어’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승차공유서비스인 우버(Uber)와 숙박공유서비스인 에어비엔비(AirBnB)가 대표적이다. 우버서비스는 2010년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된 후로 세계 380여 개 도시에 진출하여 지난해 말 기준 510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달성했다. 우버보다 2년 빠른 2008년 8월에 같은 지역에서 첫 서비스를 개시한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 190여 개국 3만4천 도시 60만여 개 숙소가 등록, 이용자가 4천만 명이 넘을 만큼 급성장을 했다.

다양한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고 있는 세계 각국에서는 정부차원의 정책 지원을 통해 공유경제시장의 확대를 꾀하고 있다.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를 포함한 여러 주에서 우버와 에어비앤비 서비스를 합법화한 미국 외에도 독일과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지역에서 다양한 형태의 공유경제 비즈니스가 허용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도 ‘EU 2020 지속가능 성장전략’에 공유경제 모델을 포함시킴으로써 공유경제의 역내 확산을 지지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판 우버서비스를 선보인 디디추싱(滴滴出行) 업체는 전국의 259개 도시에서 차량공유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는데 하루 평균 400만 건의 예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중앙정부 차원의 공유경제 확산정책이 놀랍다. 지난해 10월 공산당 제18기 5중전회에서 5대 발전이념(혁신, 조율, 녹색, 개방, 공유)에 공유경제를 포함시킨 것이다. 중국 국가정보센터정보연구부 등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공유경제 시장 규모가 1조9천억 위안에 이르렀고 매년 40%씩 성장하여 2020년에는 GDP의 1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공유경제를 신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중앙정부·지자체 차원의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달 열렸던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4대 신서비스시장 개척방안에 공유경제가 포함되었으며, 대통령께서도 공유경제의 중요성을 육성으로 강조했다. 서울시에서도 2012년 ‘공유도시 서울’을 선언, 공유경제를 통해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공유경제는 사실 자본주의의 어두운 측면을 개선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유지하는 사회운동의 하나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대량생산, 대량소비 경제의 대안으로 부상된 측면이 강하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이어진 유럽의 재정위기에 맞물려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의 공유경제 비즈니스가 급속히 확산된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개인 간 수요공급의 연계가 원활해진 점도 공유경제 확산의 기술적 배경이다. 세계적 미래학자인 리프킨(Jeremy rifkin)은 저서에서 “소유의 시대는 끝났다”고 단정하기도 했다. 승자독식, 경쟁, 성과지향 등 기존 자본주의 가치에서 벗어나 사회에서 공생과 조화를 추구하며 시장참여자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새로운 자본주의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공유경제에는 선결되어야 할 여러 문제들이 자리 잡고 있다. 기존에 없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관련법과 제도가 미흡한 부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공유경제서비스의 거래행태나 거래 자원에 대한 구체적인 행정이나 지원이 어렵다. 우버서비스 모델은 법적인 하자 없이 운영되고 있는 국가들도 있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는 관련 법·제도의 미비로 규제의 대상인 실정이다.

전통적인 생산-유통-소비 방식과는 달리 동등계층 생산방식의 개인 간 공유경제의 경우 적용할 현행법이 마땅치 않다. 차량공유와 숙박공유, 그리고 소셜금융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공중위생법, 금융법 등 관련된 현행법에 위배되는 경제행위로 해석된다. 따라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불편과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더욱이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간 분쟁이 생길 때 이를 해소할 마땅한 시스템도 없다. 정부 차원에서는 법인등록 없는 공유서비스에 대한 과세 여부도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선결 과제이다.

무엇보다도, 공유경제 시장의 성장이 제약받지 않도록 규제보다는 지원·육성의 관점에서 관련법과 제도를 보완하고 필요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관광진흥법, 금융법 등에서의 공유경제에 관련된 규제들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 규정개정을 통해 오는 4월부터 심야합승콜택시인 우버풀(UberPOOL)서비스를 개시하기로 한 서울시의 경우가 좋은 사례이다.

공유경제는 특히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요즘과 같은 시기에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유지시킬 뿐 아니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을 좋은 재료임에 틀림없다.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제시된 공유경제 방안들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법·제도적 기반마련 등 실행계획도 차질없이 수립되어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방치된 자원의 사회·타인 공유를 통해 수익을 얻는 공유경제가 소비확대뿐 아니라 공급 측 개혁에도 유리”하다고 본 중국의 경제정책 방향을 benchmark할 필요가 있다. 공유경제의 안착을 통해 우리 경제의 동력이 되살아나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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