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두고 엇갈린 반응 보이는 남북대표, ‘한반도 평화’ 진정성은 어디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남측 대표단이 9일 오전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리는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과 전체회의에 동시 입장하고 있다.

[공감신문] 지난 9일 남북대표단이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남북 고위급회담을 열어 한반도 평화를 위해 평창동계올림픽에 북측 대표단 파견, 군사당국회담 개최 등의 합의를 이뤘지만, 비핵화에 대해서는 상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 측은 비핵화를 비롯한 남북관계의 전반적인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했다고 공표했지만, 정작 북측은 비핵화 거론 자체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이날 종결회의에서 “남측 언론에서 지금 북남 고위급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를 가지고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내용을 보도 중이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왜 이런 소리를 내돌리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핵문제가 나와서 말이지만 우리가 보유한 최첨단 전략무기는 철두철미하게 미국을 겨냥한 것이지 동족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리 위원장은 우리 측이 지난 3일 개통한 서해 군 통신선을 회담 날에 공개한 사실과 회담내용을 비공개로 진행하자는 요구에도 거세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을 마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이 북측으로 이동하고 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리 위원장의 불만에 “남측 언론이 비핵화 문제에 관심을 갖는 건 국민의 관심을 반영한 것”이라며 “상호존중과 이해의 정신에서 잘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다”고 맞받아쳤다.

조명균 장관은 10일 정부서울청사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비핵화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관련해 북측에 할 이야기를 다 했다”며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의 설명대로라면 우리측은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다. 하지만 정작 리 위원장은 우리 언론을 겨냥한 듯한 발언으로 비핵화에 민감한 반응을 쏟아냈다. 회담에서 비핵화를 의제로 진정한 논의를 펼쳤는지는 의문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9일 오전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리는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과 전체회의에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더욱이 야권은 진정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고위급 회담에서 반드시 북측에 비핵화 문제를 제기하고 핵과 미사일을 영구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번 회담 결과에 비핵화 내용이 빠진 것을 두고 벌어질 여야 갈등은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한편, 남북은 고위급 회담 결과를 담은 공동보도문에서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측 대표단 파견 ▲남북 군사당국회담 개최 ▲한반도 운전대를 남북이 거머쥘 것 등을 합의했다고 전했다.

다만, 보도문에는 한반도 안보 정세에 근본적인 문제를 유발하고 있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관한 내용은 실리지 않았다. 또 우리 정부가 제안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도 포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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