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시달린 공무원들, 범죄자와 결탁하는 일 잦아"

이달부터 필리핀 경찰, 군인을 포함한 공무원들의 급여 수준이 갑절로 인상된다.

[공감신문] 필리핀에선 경찰관의 불법 마약 매매, 각종 인허가 등을 둘러싼 공무원의 부정행위가 잇따라 적발돼왔다. 필리핀 공무원들은 낮은 급여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려 범죄자와 결탁하거나 부패하는 경우가 잦았다. 

계속되는 경고에도 부패관행이 근절되지 않자, 필리핀 정부는 급여 수준을 인상하는 조처를 내리기로 했다.

11일 ABS-CBN 방송에 따르면, 지난 1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경찰과 군인 등 제복 공무원의 기본급을 기존의 2배로 높이는 상하원 합동 결의안에 승인했다.

이에 이달부터 필리핀 경찰, 군인, 소방관의 초임 기본급은 월 1만4834페소(한화 약 31만5000원)에서 월 2만9668페소(약 63만원)로 인상된다.

상급자들의 급여도 전체적으로 상향된다. 필리핀 경찰청장, 필리핀 군참모총장은 월급이 기존 6만7500페소(약 143만원)에서 12만1143페소(약 257만원)로 늘어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가난이 범죄를 저지르고, 다른 사람의 삶을 파괴하는 구실이 될 수 없다"며 "부패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주요 공약으로 ‘범죄와 부패 척결’이라 내세운 바 있다.

그는 공무원들이 급여만으로 가족을 부양하기 힘든 탓에 범죄와 부패의 유혹에 빠지고 있다며 취임 직후부터 경찰, 군인, 소방관들에게 매달 쌀 20kg씩을 별도 수당으로 지급하는 등 처우개선을 추진하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 2016년엔 경찰들과 군인들에게 “부인이 암에 걸리는 등 가족이 아플 땐 돈을 구하기 위해 마약을 팔지 말고 나에게 오라”고 말하며 경찰관, 군인에 대한 긴급 자원지급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정책들로 필리핀 경찰, 군은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급여 인상 결정으로 공무원들의 부패가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2017년 ‘마약과의 유혈전쟁’으로 1만명 이상이 사망하면서 주춤했던 두테르테 대통령의 지지율이 다시 오르고 있다.

최근 필리핀 18세 이상 남녀 1200명을 상대로 현지 여론조사업체 펄스 아시아(신뢰도 95%, 오차 범위 ±3%포인트)가 여론조사를 시행한 결과, 두테르테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은 80%에 달했다.

한편, 지난 5일 일간 필리핀스타는 필리핀 공직사회에 낭비성 외유(해외여행) 금지령이 내려진 사실을 보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최근 마르시알 아마로 해양산업청장을 포함해 테리 리돈 도시빈민위원회 위원장, 디오니시오 산티아고 ‘위험한 마약 위원회’ 위원장을 해임했다. 해임 사유는 과도한 외유, 즉 불필요한 해외출장이었다.

필리핀 정부는 해외 출장 사유를 공무로 엄격히 제한하고, 비용이 과다해서는 안 되며 실질적인 국가 이익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새로운 ‘공무원 해외출장 지침’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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