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교양공감] 허준 선생이 쓰신 동의보감에, 모든 병은 기(氣)가 소통되지 않아 생기는 것이며 통증도 기가 막히면 생기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의 몸이 순환이 되어야 병이 생기지 않는 다는 이야기다. 

요즘은 다이어트와 같은 체중관리의 일환으로 운동을 하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 운동은 건강과 체력 관리의 목적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활동성이 부족한 현대인들은 기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에 불면증이나 비만과 같은 질병에 시달릴 위험이 높다. 특히나 이렇게 날씨가 추울 때일수록 움츠러들기 마련이라 운동을 해서 면역력을 증강시켜야 한다.

패션처럼 그 시대마다 유행하는 레져 스포츠, 즉 ‘레포츠’가 존재했다.[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한국 여자들은 왜 다들 날씬한데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지?’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유독 우리나라는 다이어트와 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다. 뿐만 아니라 아주 오래전부터 굉장히 활동적이며 부지런한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였을까. 패션처럼 그 시대마다 유행하는 레져 스포츠, 즉 ‘레포츠’가 존재했다. 레포츠를 통해 운동도 하고, 취미생활도 즐기며, 심지어 데이트를 하기도 했다. 시대마다 유행했던 레포츠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 80년대 대표 레포츠 ‘탁구·롤러스케이트’

탁구

80년대 탁구장에 한번 가려면 줄을 서야 할 정도였다.[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80년대 대표 레포츠는 단연 탁구다. 당시 탁구장에 한번 가려면 줄을 서야 할 정도였다. 80년대 대표 레포츠가 탁구인 것은 80년대가 한국탁구 중흥기였기 때문이다. 

김기택, 유남규, 김완, 김택수 등 걸출한 선수들이 등장하며 1983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세계 강호들을 잇달아 연파했고,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탁구가 처음으로 올림픽 종목종식이 된 서울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며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아진 것이다.

큰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 날씨에 구애받지 않으며, 비용 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초보자들도 쉽게 배울 수 있고, 여성이나 노인, 어린이도 쉽게 즐길 수 있어 80년대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레포츠다.

롤러스케이트

80년대 인기 레포츠로 롤러스케이트를 빼놓을 수 없다. / 영화 <품행제로>

80년대 레포츠로 롤러스케이트를 빼놓을 수 없다. 80년대 청소년들은 롤러장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며 음악도 듣고 데이트도 하고 취미도 즐겼다. 당시 유행했던 Eruption의 <One Way Ticket>이나 런던 보이즈, 모던 토킹과 같은 음악도 다 ‘롤러장 음악’이다. 롤러스케이트는 당시 모든 청소년 문화의 중심에 있었다. 

롤러스케이트를 타다보면 넘어지기 쉬운데, ‘치마’를 입고 타는 언니들 가운데는 ‘껌 좀 씹는 언니’들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 90년대에 불어 닥친 ‘볼링·에어로빅’ 붐
볼링

볼링은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 영화 <스플릿>

88올림픽의 영향으로 90년대 대한민국의 레포츠 열풍은 한껏 고조된다. 이 때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를 끌었던 것이 바로 볼링이다. 점수내기라는 ‘게임’의 성격 자체가 사람들을 빠져들게 하는 이유였고, 여러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인기의 큰 원인 중 하나였다. 

90년대 직장인 3대 스포츠는 탁구, 테니스, 그리고 볼링이었는데 여전히 탄탄한 마니아층을 가진 건 볼링뿐이다. 지역마다 볼링장을 찾는 게 어렵지 않을뿐더러 최근에는 술과 함께 볼링을 즐길 수 있는 볼링펍도 많다. 얼마 전엔 한류스타 김수현과 이홍기가 프로볼러에 도전했다는 소식까지 들리며 그 인기의 건재함을 실감케 했다. 

한 패션 브랜드 화보에서 볼링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수현. 아마도 당시 직장인들은 이런 모습이었으려나? 수트 브랜드에서 볼링 포즈라니! 그의 엄청난 볼링 사랑이 느껴진다.

에어로빅

에어로빅은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칼로리를 소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빠른 음악에 춤을 추는 듯 운동할 수 있어 스트레스 해소에도 제격이다. / 영화 <색즉시공>

1975년 국내에 도입돼 80년대에 확산되다가 90년대에 정식 협회가 생기며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에어로빅.

당시 잘나가는 ‘몸짱’ 연예인이라면 누구나 에어로빅 비디오를 냈더랬다. 아마 에어로빅이 다이어트·몸매 관리를 위한 운동 유행의 시초가 아니었을까 싶다. 

에어로빅은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칼로리를 소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빠른 음악에 춤을 추는 듯 운동할 수 있어 스트레스 해소에도 제격이다. 에어로빅 인기가 고조에 달했던 90년대엔 에어로빅 강사가 유망 직업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 2000년대 유행한 ‘요가·인라인스케이트’

요가

요가 열풍은 연예계에 불어오며 점차 일상으로 퍼져나갔다. / 옥주현 요가 비디오 중에서

90년대 인기 레포츠로 에어로빅이 있었다면 2000년대 인기 레포츠는 단연 요가였다. 요가 열풍은 연예계에 불어오며 점차 일상으로 퍼져나갔다. 데뷔 당시 통통했던 핑클 출신의 가수 옥주현은 요가가 다이어트에 큰 도움이 됐다며 비디오를 출시하기도 했다. 

한은정, 박한별, 조여정 등 당대 최고의 몸짱 스타들이 요가로 몸매를 관리한다고 고백했고, 방송에서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요가는 좁은 공간에서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운동이라 효율이 높은 편이다. / 영화 <요가학원>

요가는 기 순환을 도울 뿐 아니라 전체적인 몸의 밸런스, 심신 안정, 혈액 순환 등 다양한 방식으로 건강에 도움이 된다. 좁은 공간에서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운동이라 효율이 높은 편이다. 

요가는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한데, 국내에서는 몸매 관리에 도움을 주는 빈야사와 비크람 요가를 주로하며, 최근에는 근력에 도움을 주는 새로운 형태의 플라잉 요가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인라인스케이트

인라인을 타는 이효리 / sbs드라마 <세잎클로버>

역시 유행은 돌고 도나보다. 80년대 인기를 끌었던 롤러스케이트와 유사한 인라인스케이트가 2000년대에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인라인스케이트는 롤러스케이트와 달리 바퀴가 2줄이 아닌 1줄이라 균형을 잡기가 조금 더 어렵다.

하지만 이렇게 균형 감각을 키우다보면 코어 근육이 발달하게 되고, 롤러스케이트보다 조금 더 활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서 운동 효과가 큰 편이다.

당시 초등학생들 모두가 바퀴를 굴리며 학교에 등교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Wikimedia Commons]

2000년대 최고의 스타였던 이효리가 자신의 몸매 비결로 인라인스케이트를 꼽기도 했으며,  가수 세븐이 롤러스케이트와 인라인 스케이트가 변형된 형태인 ‘힐리스’를 신고 등장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당시 초등학생들 모두가 바퀴를 굴리며 학교에 등교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 ‘필라테스·EMS’로 대표되는 현재 레포츠

필라테스

필라테스로 하고 있는 대표미인 배우 김사랑 / mbc <나 혼자 산다>

최근 많은 이들이 선택하는 레포츠는 ‘필라테스’다. 필라테스의 시작은 이러했다. 창시자였던 요제프 필라테스(1880-1967)는 어릴 적부터 천식, 구루병 등을 앓았다. 그는 선천적으로 약한 몸으로 좌절하지 않고, 직접 인체에 대해 공부하며 운동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후 청소년기에 질병을 극복하고는 운동선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사실 필라테스가 탄생한 건 바로 ‘재활’ 목적이었다. 전쟁 때 수용소에 갇힌 수감자들을 위한 운동법이기도 했는데, 이후 요제프 필라테스는 당시 유명한 무용가와 만나 운동법을 체계화했다. 

필라테스 중인 축구선수 호날두 / 호날두 트위터

이후 부상을 당하기 쉬운 환경에 놓인 운동선수나 무용가 등의 재활 및 신체 기능 훈련법으로도 오랜 시간 사용됐으며, 다이어트 효과 및 자세 교정 효과가 있어 현재는 남자와 어린 아이, 노인을 가리지 않고 그 인기를 쭉쭉 뻗어나가고 있다. 

EMS

Electric Muscle Stimulation의 약자인 EMS는 전기 자극 요법을 뜻한다. / jtbc <닥터의 경고>

EMS도 현재의 대표적인 레포츠다. Electric Muscle Stimulation의 약자인 EMS는 전기 자극 요법을 뜻한다. 신체에 전기 신호를 보내 인위적으로 근육의 수축을 유도하는 원리인데, 사실 운동보다는 ‘요법’에 가깝다.

운동할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들을 위해 고안된 이 요법은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각광받고 있다. 짧은 시간 동안 EMS 전기 패치가 달린 수트 등을 통해 큰 운동 없이도 운동 효과를 볼 수 있어 몸을 움직이기 힘든 환자들이나 노인들에게도 효과적이다.

다만 전기 자극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EMS 운동에 만족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 느낌이 불쾌해서 절대 못하겠다는 사람들도 꽤 많은 편. 가격 역시 저렴한 편이 아니어서 보편화되진 않았지만, 이런 원리를 이용한 ‘복근 벨트’ 등은 홈쇼핑 등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 작심삼일 100번이면 300일

남에게 보여 지는 외모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나의 건강이다. 일도 중요하지만 건강을 잃으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게 된다.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남에게 보여 지는 외모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나의 건강이다. 일도 중요하지만 건강을 잃으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게 된다.

꾸준히 운동을 즐기다보면 스트레스 해소뿐만 아니라 성취감도 높아져서 다른 일에도 능률이 오르게 된다. 다른 취미도 좋지만 운동에 취미를 붙이면 또 다른 공감대를 나누는 친구도 사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특히나 이렇게 유행하는 운동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또 유행하는 운동일수록 클래스(CLASS)가 많아지니 가격 부담도 적어진다. 

삼바와 자이브 등 댄스스포츠 역시 한때 굉장한 사랑을 받았었으며, 현재에도 많은 분들이 동호회를 통해 취미로 즐기고 계신다. / MBC <무한도전>

작심삼일이면 어떤가? 작심삼일 100번이면 300일이다! 올해엔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을 즐기며, 365일 내내 건강한 한해가 되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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