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환경 열악한 봉제공장 질 좋은 일자리로 만들고자 ‘환노위’ 아닌 ‘지경위’ 行
국정감사 시작과 함께 지경위 활동 박차 가할 것
 
제19대 국회에 입성한 초선의원들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인물이 있다. 작은 체구지만 강인한 인상을 지닌 전순옥 의원(민주통합당, 비례대표)이 그 주인공이다. 故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으로 더 잘 알려진 그는 최근 국회의원으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과거 봉제공장 미싱보조로 일하다 교수가 됐으나 다시 노동현장으로 돌아와 봉제공장 미싱사들을 위한 사회적 기업을 만들며 활동했던 그가 국회의원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지난 1970년 故 전태일 열사 사건이 나던 당시 그는 16살의 어린 나이로 낮에는 학교를 다니고 밤에는 봉제공장 미싱보조로 일하고 있었다. 공장생활은 22세까지 계속됐고 그는 이후 여성 노동자를 위한 탁아소와 10대 청소년 봉제노동자를 위한 공동체 등을 만들며 본격적인 사회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다 35세라는 늦은 나이에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노동학을 공부했고 박사학위를 받아 성공회대 교수로 금의환향했다. 하지만 그는 부임 1년만에 교수직을 그만두고 다시 봉제공장이 집약돼있는 동대문 창신동으로 향했다. 20년전 자신이 일하던 때보다 당시 노동자의 삶이 더 후퇴돼있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를 개선하고자 봉제공장 노동자들을 위한 사회적 기업과 재교육기관 등을 만들며 다방면으로 활동했지만 너무나 부족한 법적·제도적 지원의 벽에 수없이 부딪쳤다. 그러던 차에 민주통합당으로부터 비례대표 제안이 들어왔고 그는 이를 받아들이며 국회의원이 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의 행보는 초반부터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상임위원회다. 오랫동안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일해왔던 만큼 대다수 사람들은 그가 상임위로 환경노동위원회를 선택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지원한 상임위는 의외로 ‘지식경제위원회’였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 그는 이에 대해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노동법 사각지대 놓인 봉제공장 노동자들
이와 관련해 그는 특히 패션산업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패션산업의 화려함이 아닌 그 이면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그는 동대문과 종로 등이 위치한 패션산업의 중심지, 서울 강북지역에 주목했다.
“우리가 흔히 봉제공장이라고 부르는 패션제조업체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상당수는 사업자등록 없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공장은 서울 강북지역에만 무려 3만5000여개가 있으며 그곳 노동자들의 수도 약 20만명에 달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지원하면 이 공장들도 제대로 된 일자리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예로 든 것이 4대 보험 가입과 환풍기 설치, 재교육시스템 도입 등이다. 이는 전혀 실현 불가능한 일들이 아니다. 총선 당시 민주당 강북 후보자들이 공약했던 강북패션벨트 계획에도 다 포함된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메이드인 코리아 제품을 찾아보기 힘들게 된 동대문 시장의 영세 상인들이 대기업에 의해 밀려나지 않도록 하는 활성화 방안도 마련해야 합니다. 지경위를 잘 살펴보니 그간 소외받아온 섬유패션산업을 비롯한 청년 일자리, 중소기업 관련 부문 등에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환노위가 아닌 지경위를 택하게 됐습니다.”
 
3D 직업의 새로운 변신 ‘3L 직업’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그가 세운 목표도 있다. 기존의 3D 직업을 3L 직업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3D는 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직종을 뜻하는 말인 반면 그가 말하는 3L 직업은 배우고(Learning), 자유로워지면서(Liberating), 삶의 질까지 바꾸는(Life changing) 직업을 뜻한다. 3D 직업과 달리 힘든 노동으로부터 해방돼 삶의 질을 높여나가는 직업인 것이다. 그는 이를 통해 “패션산업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노동자들이 희망을 가지고 일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이는 비단 패션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뿐 아니라 이 땅의 모든 노동자들이 꿈꾸는 일일 것이다. 그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하루빨리 만나볼 수 있길 바래본다.
 
 
 
대형마트 영업규제 강화할 터
봉제공장 노동자들을 위하는 만큼 그는 많은 소상공인 및 영세사업자들에게도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이들을 위한 입법 및 의정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그 중에서도 대형마트 영업규제 내용과 관련된 개정법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 18대 국회 때 유통산업발전법과 상생법이 통과되긴 했습니다만 대형마트의 영업규제내용을 지자체 조례에서 정하게 한 것이 상위법 위반이라는 판결을 받아 최근 대형마트들이 다시 휴일영업을 재개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국회의 대다수 의원들은 이와 관련된 개정법을 발의해 대형마트의 휴업일수를 늘리고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등 좀 더 강력한 유통법을 시행할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골목상권 재래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다각도로 지원방안을 고민하며 제안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대기업이 중소기업 업종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빵이나 떡볶이 사업에 이어 주차장 사업까지 주로 중소기업들이 운영하는 사업들에 대기업이 손을 뻗는 현실에서 이러한 규제는 매우 시급하기 때문이다.
 
국정감사 시작으로 지경위 활동에 박차 가해
이와 함께 다음 달부터 국정감사도 시행될 예정이라 그의 행보는 더욱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는 지경위 위원으로서 지식경제부 산하기관 및 공기업의 경쟁입찰 프로세스 및 수의계약 등 계약 관련 사항을 꼼꼼히 체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얼마 전에 있었던 한국수력원자원의 대규모 납품비리와 같은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한 고리 1호기 재가동과 계속되는 원전 사고에 대해서도 살펴볼 계획이라고 했다.
“그밖에도 지난 국감에서 지적된 노동환경문제 즉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 문제와 장애인 의무고용, 갈수록 낮아지는 여성 연구직 채용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 정부 들어 정보통신부가 해체된 이후 ICT정책에 큰 문제점이 야기된 바 있어 그 과정에서 우정사업본부의 현황을 살펴볼 계획입니다. 아울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R&D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각 기관의 부채비율과 신사옥 이전 관련 문제점을 파악한 후 그 기관들의 고위직 및 직원들의 연봉체계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원전 불안 고조…산업 패러다임 전환해야
앞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그는 고리 1호기를 비롯한 원전 사고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적 불안이 고조된 가운데 국내에서도 각종 원전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원전 산업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전기요금문제를 살펴보면 전기 사용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일반 가정용보다 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업에게는 특혜를 주면서 국민들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현재의 에너지 정책을 원전 건설 등과 같은 공급중심에서 수요관리중심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는 그 연장선에서 “친환경 및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연구도 필요하다”며 “20~30년 후의 미래세대를 위한 대체에너지가 절실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제 막 정치에 입문한 정치초년생이지만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다고 말하는 그는 “진심을 다해 의정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그의 등장이 심상치 않았던 것만큼 향후 4년동안에도 심상치 않은 행보를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전순옥 의원>
-1953년 5월 5일 출생
-영국 Southbank University Ruskin College in Oxford 노동사회학 학사
-영국 Warick University 경영학 석사
-영국 Warick University 노동사회학 박사
-성공회대 사회문화연구원 연구교수
-現 제19대 국회의원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위원
     ㈔참여성노동복지터 대표이사
     ㈔사회적기업활성화 네트워크 국제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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