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유엔 직원 15명 피해 폭로, 세계 유엔사무소 곳곳서 성희롱과 성폭력 사건 발생해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저명인사들이 '미투'에 얽히면서 국제연합인 유엔까지 뒤흔들고 있다. [Photo by sanjitbakshi on Flickr]

[공감신문] 성폭력 고발 캠페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인권으로 평화를 유지한다는 국제연합 유엔(UN)까지 확산됐다.

지난해 말 할리우드에서 시작한 미투가 미 의회, 정계, 방송계를 포함해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게다가 거의 모든 나라를 아우르는 유엔도 성희롱과 성폭력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이목이 집중된 상태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유엔에 성희롱과 성폭력 만연’이란 제목의 기사로 유엔에서 일하고 있거나 일했던 피해자들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이들은 유엔 내부 규정, 직원 신분,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모두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15명의 피해자들은 지난 5년간 성폭력 또는 성희롱을 경험하거나 내부에 보고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유엔 조직 전반에 ‘침묵의 문화’가 존재하며, 피해자들을 위한 고충처리 제도에 결함이 있음을 밝혔다. 

세계 유엔 사무소 곳곳에서 성희롱과 성폭행사건이 일어나고 있었다. 피해자들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으며, 가해자들은 면책권 등을 이용해 지금도 유엔 내에서 활보하고 있었다.

유엔 내엔 '침묵문화'가 만연하고 폭로 땐 보복 우려가 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Photo by Air Force Medical Service]

15명 가운데 7명의 여성은 공식적으로 피해 사실을 보고했지만, 실직과 후속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이후의 진행 과정을 파악하지 않았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EP)에서 일하다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한 여성 컨설턴트는 “당신이 피해 사실을 보고한다면, 경력은 끝났다고 봐도 된다. 특히 컨설턴트 신분이라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각기 다른 사무소에서 근무한 피해 여성 3명은 각자 성희롱과 성폭행을 고소했다가 강제 퇴직을 당하거나 계약 해지 위협을 받았단 사실을 알렸다. 가해자 가운데는 현직 유엔 고위급 간부 1명도 포함됐다.

한 피해 여성은 “원격지에서 근무할 때 선임 직원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정의가 이뤄질 다른 가능성은 없었고, 나는 해고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 사실을 입증할 의학적 증거와 목격자 진술도 있었지만, 유엔은 내부 조사를 거쳐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결과를 내렸다”고 덧붙였다.

그는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로 병원에서 몇 달간 치료를 받았으며, 고국에 돌아가서는 괴로움을 받을까 두렵다고 토로했다.

세계 유엔 사무소 곳곳에서 성희롱가 성폭력을 저지른 가해자들은 면책권 등을 이용해 자유롭게 활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Max Pixel / CC0 Public Domain]

이에 유엔의 내부 조사 방식과 절차에 대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은 유엔 조사팀이 핵심 목격자의 증언을 확보하지 않은 일, 오류와 진술 내용이 담긴 보고서 사본이 유출되기도 했다는 사실 등을 폭로했다.

성폭력 피해자 가운데 한 여성은 “검찰관으로부터 탄원 말고 도와줄 수 있는 일이 더는 없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피해 여성 7명도 감찰관과 동료로부터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들에 대한 적절한 의료지원, 상담 기회도 제공되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으며, 성폭력 피해에 관해 유엔 내부에 만연한 ‘침묵 묵화’, 고위급 유엔 직원들의 외교 면책 특권, 보복 가능성도 문제로 제기됐다.

유엔은 성명을 통해 “보고서를 자세히 살피고, 희생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며 “성 문제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상담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상담 전화 서비스도 도입하겠다”고 전했다.

안토니우 구헨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축소 신고 분위기’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성희롱 사건을 우선해서 처리하고 무관용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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