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대책위 꾸려 반대운동 벌여, “농산촌 지역 문화와 귀농·귀촌 환경에 절대 필요”

오는 3월 1일자로 폐교 예정이었던 단양 가곡초 보발분교는 주민들의 뜻대로 폐교 계획이 무산됐다. [가곡초등학교 홈페이지]

[공감신문] 지난해 11월, 단양교육지원청은 충북 단양군 가곡초등학교 보발분교를 폐교하기로 결정했다. 5명의 학생 수로 정상적인 운용이 어렵다고 판단해 가곡초 본교와 통합하는 절차에 들어가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보발분교가 문을 닫으면 가뜩이나 빈집만 남은 시골이 더 황폐해질 것'이라 폐교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에 19일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는 보발분교를 폐교하고 가곡초와 통합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부결 처리했다. 주민들의 뜻을 받아들여 폐교를 없던 일로 한 것이다.

교육지원청은 보발분교 6학년 학생 2명의 졸업으로 전교생이 5명으로 줄게 되자 정상적인 교육 과정인 복식학급 운영, 순회교사 배치, 모둠 수업·체육 활동 차질 등 문제가 있어서다.

현재 보발분교 학생은 3학년 2명, 4학년 2명, 5학년 1명만 남았으며 1학년과 2학년은 없다. 취학 대상 신입생도 없어 올해도 입학식을 못 하게 됐다.

단양교육지원청은 적은 학생수를 포함한 시설, 사회성 문제로 보발분교의 정상적인 운용이 어렵다고 판단해 폐교를 추진한 바 있다.

또래 친구가 없어 학생들이 다양한 교우 관계를 맺지 못해 인격 형성이나 사회성을 기르기 어려울뿐더러 건물도 낡아 교육 환경도 열악하다는 것도 보발분교의 문제다. 

교사 4명(복식 강사 1명)에 기능 직원, 급식 직원 등 교직원이 6명으로 학생보다 많다 보니 비효율적인 면도 있었다. 

지난 11월 교육청은 이장, 주민, 동문회를 대상으로 학교 통폐합 설명회를 진행한 바 있다. 이후 설문조사를 통해 전체 학부모 8가구 중 6가구의 찬성을 얻어 본교와 통합을 결정했다. 도 교육청은 학부모 찬성률이 60%를 넘을 시 통폐합을 추진한다.

하지만 주민들이 학교 통폐합에 반대하고 나섰다. “학교는 마을 공동체의 구심점”이라며 “학교가 문을 닫으면 마을이 황폐화된다”고 반대 운동을 벌인 것이다. 주민들은 보발분교 보존 대책위원회를 꾸려 “학교와 마을을 회생시킬 기회를 달라”며 간청했다.

대책위원회를 꾸린 천주교 공동체 '산 위의 마을', 단양 보발분교를 살리기 위해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산 위의 마을 홈페이지]

대책위를 꾸린 천주교 공동체 ‘산 위의 마을’ 박기호 신부는 “보발분교는 단순히 하나의 학교가 아니라 마을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는 중심지”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도의회에 보낸 청원에서 “학교는 농산촌 지역 문화와 귀농·귀촌 환경에 절대 필요하다”며 “폐교를 하면 지역이 빠르게 황폐해지는 만큼 보발분교를 살려달라”고 전했다.

아울러 학교를 살려 나가겠다는 계획으로 농림축산식품부와 단양군의 산촌유학센터 지원 사업 승인을 받은 것과 함께 임시 주거공간 마련, 땅 1평 기부 운동 등 귀농 귀촌자를 유치시킬 것이라 밝혔다.

대책위는 보발분교 보전을 위해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였고 4500명이 호응했다. 이런 노력이 도의회 교육위를 움직인 것이다. 효율성만 따진다면 학교 통폐합이 맞을 수 있으나 마을 공동체를 위해 산골 마을을 존속해야 한다는 것이 도의원들의 뜻이다.

이에 보발분교는 3월 1일자로 폐교 예정이었으나 주민들의 뜻대로 학교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한편, 보발분교의 학생은 한때 400여명에 달했으나 입학하는 학생이 없는 상태가 지속하다 보니 학생 수가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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