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토막 난 가상화폐에 손해 본 투자자 늘어…전문가 “박탈감에 분노 전염 현상”

가상화폐의 규제가 들어오고 폭락이 이어지자 분노와 우울증을 호소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공감신문] 가상화폐의 시세가 요동치면서 가상화폐 커뮤니티 게시판이 분노와 좌절로 가득차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익인증’을 하던 투자자들이 ‘분노 인증’을 하고 나선 것이다.

21일 각종 가상화폐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투자 손해에 대한 분노를 인증하는 내용이 기재되고 있다.

지난 12월과 비교해 가상화폐의 가격은 거의 반 토막이 났다. 폭락한 가격이 회복하지 못하면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밝은 미래’를 위한 투자 수단으로 여겨졌던 가상 화폐가 이젠 분노의 원인이 됐다.

때문에 가상화폐 관련 커뮤니티에는 실망하거나 좌절한 투자자들이 우울증을 호소하는 글, 폭력 성향을 드러내는 글을 연달아 게재하고 있다.

비트코인의 급락에 노트북 모니터를 부쉈다는 누리꾼의 글. [디시인사이드 비트코인 갤러리]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수저 한번 바꿔보려고 욕심을 부리다가 일주일 만에 1년 연봉을 날렸다"며 "우울한 마음에 노트북 모니터를 깼다. 정신을 차리니 이 돈이라도 아껴야 했는데 내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글이 올라왔다.

또 문짝을 부순 인증, 세면대를 깨버렸다는 인증 사진들이 올라오고 있다. 익명성이 보장된 커뮤니티 게시물이라 실제 행동인지는 확인이 어려우나 게시판 분위기가 한 달 전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지난 12월, 비트코인 가격이 지금의 2배 정도인 2300만~2500만을 유지하고 상승장을 이어졌을 당시엔 수억원에서 적게는 수백만원까지 자신의 수익을 인증하는 글이 게시글 상당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금 커뮤니티엔 분노 인증과 더불어 가상화폐 투자자를 조롱하는 유머 글까지 올라와 손해를 본 투자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었다. 

비트코인 커뮤니티에는 '코인으로 흙수저 탈출했다. 이제 수저가 없어 맨손이 됐다', '비트코인이 아니라 비트고인이 됐다' 등의 부정적인 글이 많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투자자들의 ‘분노 인증’이 결국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투자를 시작했다가 순식간에 거액을 잃게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한 심리학 전문가는 “기대가 큰 만큼 실망이 큰 법이다. 희망을 너무 가졌다가 손해를 보니 실망감이 분노로 번지게 된 것”이라며 “한두 사람의 분노 표출 글이 다른 사람에게도 분노를 전염시켜 여러 ‘분노 인증’이 나오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렇게 막막해지면 좌절감과 우울감을 느끼는 것은 물론, 심할 경우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주변에 가상화폐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 있으면 비난하지 말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인생이 아직 많이 남았으니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다독여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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