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회담•미군철수 주장…한미동맹 균열, 국제제재 회피 위한 노림수

[공감신문 김대호 기자] 김정은이 제7차 노동당 대회 중앙위원회 사업총화(결산) 보고를 통해 제시한 메시지는 '핵-경제 병진노선 고수'로 요약할 수 있다.

김정은은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동시에 추구하는 핵-경제 병진노선은 '항구적 전략노선'임을 분명히 밝혔다. ‘세계의 비핵화'를 언급했지만, 핵보유국의 지위를 굳히기 위한 포석이며 전 세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원론적인 차원의 발언이어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게 우리 정부와 북한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정은은 아울러 남북대화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했다. 그는 "미국은 핵강국의 전렬(대열)에 들어선 우리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와 대세의 흐름을 똑바로 보고 시대착오적인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철회하여야 하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남조선에서 침략군대와 전쟁장비들을 철수시켜야 한다"며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했다. 미국을 향해 핵동결과 평화협정 체결의 맞교환을 주장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김정일 시대' 때도 거의 요구하지 않았던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낸 것이다.

8일 조선중앙통신은 7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노동당 제7차 대회 이틀째 날 행사가 계속되었다며 이 사진을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나아가 "우리 민족을 분렬(분열)시킨 장본인이며 통일의 기본방해자인 미국은 반공화국제재압살책동을 중지하고 남조선당국을 동족대결에로 부추기지 말아야 하며 조선반도 문제에서 손을 떼야 한다"며 미국을 배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반면 남측에 대해서는 "조국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책임진 우리 당 앞에 나선 가장 중대하고 절박한 과업"이라고 적극적인 평화공세를 폈다. 김정은은 "북과 남이 통일의 동반자로서 서로 존중하고 협력해나가자면 상대방을 자극하는 적대행위들을 중지하여야 한다"며 "상대방에 대한 적대행위는 불신과 대결을 조장하고 관계개선을 방해하는 기본장애물이다.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심리전방송들과 삐라살포를 비롯하여 상대방을 자극하고 비방중상하는 일체 적대행위들을 지체없이 중지하여야 한다"며 심리전 중단을 제안했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기 위한 군사회담의 개최도 제안했다.

김 제1위원장은 "지금처럼 북남 군사당국간 의사통로가 완전히 차단되여있고 서로 총부리를 겨눈 첨예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언제 어디서 무장충돌이 벌어질지 모르며 그것이 전쟁으로 번져지는 것을 막을수 없다"며 "북과 남은 군사분계선과 서해열점지역에서부터 군사적긴장과 충돌위험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며 군사적신뢰분위기가 조성되는데 따라 그 범위를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일방안에 대해서는 1980년 제6차 노동당 대회 때 김일성 당시 주석이 제시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을 재차 제시했다. 그는 "북과 남은 상대방에 존재하는 서로의 사상과 제도를 인정하고 용납하는 기초 우(위)에서 온 민족의 지향과 요구에 맞게 련방국가를 창립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며 "남조선당국은 '제도통일'의 허황한 꿈을 버리고 내외에 천명한 대로 련방제방식의 통일실현에로 방향전 환을 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의 대남 평화공세는 '통남봉미'(通南封美)'라는 전략을 구사하며 한미 동맹의 균열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보다는 차기 정부를 겨냥해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현재 남북 관계는 금강산관광 폐쇄에 이어 개성공단 가동까지 중단돼 최악의 전면 단절상태이지만, 김정은은 의외로 남북한을 '통일의 동반자'로 간주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피력했다"며 "김정은이 과연 박근혜 정부와의 협상을 염두에 두고 이런 입장을 밝혔을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정 실장은 "북한이 당 대회에서 천명하는 노선이나 정책은 대략 향후 5~10년을 염두에 두고 발표되는 것인 만큼 이 같은 입장은 박근혜 정부보다는 한국의 차기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입장 표명으로 판단된다"며 "당 대회 직전에 한국에서 있었던 총선에서 남북대화에 적극적인 야당이 압승을 거둔 것이 김정은이 당 대회에서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대남 입장을 표명하게 한 배경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이 6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제7차 노동당대회를 개최했다고 노동신문이 7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식을 진행하고있는 4.25문화회관의 전경. /연합뉴스
통일부 "北, 대화·협상 거론은 진정성 없는 선전공세”

통일부는 이날 '제7차 당 대회 사업총화 보고 관련 대변인 논평'을 통해 "북한이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핵개발과 우리를 직접 겨냥한 도발 위협을 지속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와 협상을 거론한 것은 전혀 진정성이 없는 선전공세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통일부는 "평화와 통일, 남북관계와 관련한 (김 제1위원장의) 주장도 북한이 지금까지 주장해왔던 입장을 다시 한 번 반복하는데 지나지 않는다"며 "북한이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 남북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대남 위협과 도발을 중단하고 진정성 있는 비핵화의 길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김정은은 이번 사업총화 보고에서도 북한이 수소탄 시험을 포함해 네 번의 핵실험에 성공한 '핵보유국'이라는 억지주장을 되풀이하면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고수하고 핵능력을 더욱 강화겠다고 밝혔다"며 "북한을 결코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와 국제사회의 일치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이 여전히 핵-경제 병진노선을 내세우면서 '핵보유국의 책임', '세계의 비핵화' 등을 운운하는 것은 스스로 핵 포기 의사가 없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국제사회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핵개발의 미몽에서 벗어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핵-경제) 병진노선을 고집하면서 핵개발에 매달리면 경제발전과 인민 생활향상은 멀어지고 (국제사회의) 제재와 고립뿐"이라며 "정부는 압박을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평화, 번영, 자유, 인권의 길로 나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것도 과거의 주장과 같다"며 "(당 대회에서) 서울해방작전 등 통일대전 위협을 하는 상황에서 대화를 언급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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