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서비스 이용하지 못하는 고객들 불만 늘어날 듯...의견 분분, 충돌 예상돼

방송통신위원회와 이통3사가 전산운영 시간 단축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감신문] 현행 통신업계의 근무시간은 전산네트워크 운영시간에 맞춘 오전 8시~오후 10시다. 최근 이 전산 운영시간을 오전 9시~오후 6시로 줄이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단축이 시행된다면 근로자의 근무환경이 개선되는 대신, 퇴근 후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고객들의 불만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 3사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1월부터 전산운영 시간 단축을 검토해왔다. 하지만 통신사별 입장이 엇갈리고 유통업계에서도 ‘삶의 질 향상’과 ‘매출 감소’를 우려하는 입장이 맞서며 그동안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던 전산운영시간 단축은 최근 국회와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을 논의하면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현행 근무시간 오전 8시~오후 10시(번호이동 오전 10시~오후 8시)에서 오전 9시~오후 6시로 줄이는 것을 검토 중이다. 

SK텔레콤은 ‘삶의 질 향상’을 내세워 전산 단축에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SK텔레콤은 ‘삶의 질 향상’을 내세워 전산 단축에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SK텔레콤의 전산 단축이 인건비 감축과 시장 점유율 방어라는 계산이 깔렸다고 보고 있다.

전산운영 시간이 줄어들면 근무 시간이 줄어들고, 통신사로서는 그만큼 인건비에 들어가는 돈을 줄일 수 있다. 최저임금이 올라간 상황에서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회사는 근로시간 단축이 더 절실한 상황이라는 거다.

또 고객 수요가 많은 평일 저녁, 업무를 하지 않게 되면 시장의 변동성이 줄어들게 돼 SK텔레콤처럼 기존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유리해질 확률이 높다. 

LG유플러스 등 후발주자 입장에선 추격의 기회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이에 LG유플러스는 전산 단축에 소극적인 입장을 띄고 있다.

유통업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집단 상가 등에선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으나, 일선 소규모 매장에서는 3사 모두 일괄적으로 전산을 단축하면, 근무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는 ‘떴다방식’ 매장들이 저녁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영업을 하는 것을 고려하면, 전산운영 단축이 유통 질서 확립에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전산 단축이 확정되면 근로자의 근무환경이 개선되는 대신 퇴근 후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고객들의 불만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산 단축이 시행돼 고객 상담이 가장 붐비는 시간대인 오후 6~8시에 운영을 하지 않게 된다면 고객들의 불편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통점 직원들의 과도한 근무량을 고려한다면 단축이 꼭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어 적지 않은 충돌이 예상된다. 

현재 유통점 직원들은 전산운영 시간에 맞춰 근무하고 있어 주 6일, 84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한 유통점 직원은 “개인 매출 목표를 새우기 위해 저녁 늦게까지 영업을 하다 보니 식사를 제대로 챙기기 힘들다”며 “전산 단축에는 찬성하지만, 회사 매출 목표 달성을 위해 쉽게 바뀌기는 힘들 것”이라 말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박희정 연구실장은 “유통점에서도 입장이 엇갈리며, 의견이 분분해 조만간 회원사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 전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이통 3사와 유통업계의 의견을 수렴 중이다. 작년 말과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아직까진 결정된 사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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