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학교서 다양한 경험하게 하고 회복 탄력성 키워주는 게 교사의 역할"

[공감신문] 학생의 인권과 교원의 교권이 충돌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고,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학교의 모습과 교육과정도 달라지고 있다. 이에 교사들의 고민과 어려움도 커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알려진 바와 다르게 교사들과 학생들이 즐겁게 소통하며, 추억을 쌓고 있는 학교도 존재했다.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여자중학교(홍익여중)다.

물론, 대부분의 학교가 학생들과 소통, 추억쌓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홍익여중은 남달랐다.

홍익여중은 전교생이 400여명 정도인 작은 규모의 학교임에도 자율동아리를 포함해 26개가 넘는 동아리가 있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학교의 지원이 없이는 불가능해 보이는 수이지만, 이명석 교장과 양경란 교감의 설명을 들어보니 왜 홍익여중에 동아리가 많은지 이해가 갔다. 

다음은 이명석 교장과의 인터뷰다.

이명석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여자 중학교 교장

Q. 홍익여중은 동아리수가 많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마음이 안정되는 것이 중요하고, 즐거워야 능률도 오른다. 학생들이 알아서 공부를 잘 할 수 있게 하려면 학교는 학생들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즐겁게 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 학교는 ‘학생중심 교육과 학생중심 학교’라는 캐치프레이즈(catchphrase)를 중심으로 이점에 집중하고 있다.

Q. 다양한 활동 가운데 특별한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지난해 2학년 학생들이 뮤지컬을 했다. 당시 무대에 투자된 재원만 해도 500만원에 달한다. 처음에 음악선생님이 해당 금액이 무대에 필요하다는 얘기를 했을 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에 돈을 아끼기로 했다.

음악선생님이 반드시 필요한 금액이라며 지원을 거듭 요청하자 떨떠름 하긴 했지만, 담당 교사를 믿고 한 발 물러섰다.

이후 뮤지컬 준비 과정과 무대에 오른 아이들을 지켜보니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판단이 들었다. 학생들이 느끼는 감동과 경험은 어떤 것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라는 걸 느꼈다.

이명석 교장이 소개한 홍익여중 학생들의 뮤지컬

Q. 활동이 많아지면, 학생들이나 교사들이 힘들어 하지 않나?

먼저 교사들을 칭찬해주고 싶다. 교사들이 먼저 학생들을 위한 행사들을 많이 건의한다. 서로 나서서 무엇인가를 하려고 해 오히려 내가 힘들어 질 것을 우려해 말리는 상황이다.

우리 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합창대회 등을 통해 무대에 서는 경험을 한다. 다양한 교내 활동은 학기 초 서먹서먹하던 학생들을 더 빨리 친해질 수 있도록 한다. 이후에는 학생들이 나서서 동아리 활동을 하고, 교사들에게 먼저 도움을 청한다.

이처럼 동아리 활동과 발표회 등으로도 자주 무대에 서는 경험을 하니, 우리 학생들은 무대에서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졸업식도 일반적인 행사가 아닌 축제로 진행한다.

Q. 졸업식을 축제로 하는 것은 정말 특별할 것 같다. 자세히 설명한다면?

졸업식 시작이 오후 6시다. 각 반마다 한 꼭지씩 발표하도록 하는데 어떤 반은 노래를 하기도 하고, 어떤 반은 춤을 춘다. 태권도를 하는 반도 있고 다양하다.

이렇게 축제 형식의 졸업식을 하고 나면 굉장한 감동이 밀려 온다. 또 졸업식 시작이 저녁이다 보니, 퇴근한 아버지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전 가족이 오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된다.

이명석 교장은 홍익여중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하다보니, 무대에 서는 걸 두려워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Q. 활동을 너무 많이 하면, 공부에 소홀한 탓에 학부모들이 싫어하지 않나?

우리는 공부도 열심히 한다. 대부분의 활동은 수업시간 외에 이뤄진다. 새 교육과정에 맞는 준비도 모두 하고 있고, 학생들의 성적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시험문제를 모두 주관식으로 출제했지만, 최근에는 대입 시험 유형에 맞춰 그 비율을 조금 조정하고 있다.

Q. 화제를 좀 전환해보자. 최근 교내 분쟁 문제에 관한 소식이 자주 들린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교사로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학교도 사람사는 곳이다. 학교 분쟁을 너무 범죄로만 보면 안 된다. 교육적인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 교화하고 선도하는 게 중요하다. 너무 처벌만 강조하다 보면 당사자 사이에서 앙금만 쌓인다.

학생들에게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살아가다 보면 크고 작은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너무 처벌만 강조하다 보면, 학생들 사이에 앙금만 쌓여가고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한다.

이명석 교장과 양경란 교장은 기자가 홍익여중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라며 그네가 있는 곳을 보여줬다.

Q. 홍익여중이 분쟁을 해결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다면 간략한 설명을 부탁한다.

우리는 시간이 걸려도 서로가 직접적으로 화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시간이 걸려도 그렇게 해야 한다. 귀찮으니까 앞으로 접근하지 말고 등 식의 행정처분, 사법처벌의 느낌으로 다가가면 안 된다. 학교 생활하다 보면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이 될 수 있고, 피해학생이 가해학생으로 뒤바뀔 수 있다.

Q. 특별히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전에 30년 동안 남자중학교에서만 근무를 했다. 홍익학원 중에서 가장 오고 싶은 학교가 홍익여중이었다. 막상 이곳에 와보니 더욱 좋았다. 이전에 근무하던 학교가 좋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다. 홍익여중은 어느 학교보다도 선생님들이 더욱 따뜻했고,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출근부터 퇴근까지 하루 종일 웃다만 가는 것 같다.

우리는 학생들이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서는 법을 알려주는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해야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이런 교육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뭔가를 하다가 실패를 할 수 있다. 나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회복 탄력성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게 교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양경란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여자 중학교 교감

이명석 교장은 인터뷰 후에도 양경란 교감과 함께 학교 내부와 외부를 보여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특히, 양경란 교감은 학교 외부를 보여주며 홍익여중의 독특한 문화라며, 야영을 소개했다. 학교 운동장과 옥상 등지에 하는 야영은 1박을 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학생들은 동아리별로 혹은 반별로 야영을 하며 삼겹살도 구워먹고, 즐거운 놀이도 한다.

이명석 교장과 양경란 교감은 기자가 학교를 떠나는 순간까지도 학생들이 좋아하는 장소라며, 그네가 설치된 공간을 보여줬다. 홍익여중의 캐치프레이즈가 왜 ‘학생중심 교육과 학생중심 학교’인지 느끼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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