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WTO 세탁기 분쟁서 패소하고도 판정이행 없어…韓 피해액 7600억원, ‘보복관세’ 부과방안 검토

우리 정부가 한국 세탁기에 부당한 반덤핑 관세를 매긴 미국을 상대로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공감신문] 우리 정부가 한국 세탁기에 부당한 반덤핑 관세를 매긴 미국을 상대로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에 대한 양허정지 승인을 요청했다. 

이는 작년 WTO 한미 세탁기 분쟁과 관련한 사안이지만, 공교롭게도 같은 날 미국의 외국산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 발표와 맞물리면서 양국 간 ‘통상 맞불 기싸움’이 시작되는 모습이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제네바 WTO 분쟁해결기구(DSB) 정례회의에서 우리 정부가 WTO 한미 세탁기 분쟁과 관련해 미국에 대한 양허정지 승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합리적 이행 기간 내 WTO DSB의 판정을 이행하지 않아, 미국의 한국 수출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신청한 것이다. 

한국은 미국의 반덤핑 관세로 인해 총 7억1100만 달러(약7600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고 산정, 이 금액만큼 미국산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기로 했다. 

앞서 미국은 2013년 2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세탁기에 각각 9.29%(상계관세 1.85%는 별도), 13.02%의 반덤핑 관세를 매겼다. 이에 한국 정부는 같은 해 8월 WTO에 이 사안을 제소, 3년 뒤인 2016년 9월 최종 승소했다. 

이번 양허정지 승인 요청은 미국이 합리적 이행기간 내 WTO DSB의 판정을 이행하지 않은 데 따른 조치다.

WTO는 이른 바 ‘제로잉 방식’으로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고 판단, 한국의 손을 들었다. 

제로잉 방식이란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낮을 때(덤핑)만 합산하고,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높을 때(마이너스 덤핑)는 ‘0’으로 처리해 전체 덤핑마진을 부풀리는 것으로, 이는 WTO 반덤핑 협정에 위배된다. 

미국은 제로잉 방식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한국산 세탁기를 상대로 표적덤핑과 제로잉을 결합해 관세를 매겼지만, 이 역시 패소했다. 

규정에 따라 미국은 지난해 12월26일까지 WTO의 판정을 이행해야 했지만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한국 정부는 분쟁 당사국에 주어진 권한을 이용해 다시 WTO에 보복관세 부과 허용을 신청했다. 

산업부는 “우리 측의 이번 양허정지 신청은 미국 측의 조속한 판정 이행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WTO 협정이 모든 회원국에 보장하는 절차적 권리를 적시에 행사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우리 측 양허정지 요청 금액에 대해 반대의견을 낸 바, WTO는 양측을 중재하는 절차를 밟게 됐다. DSB의 우리 측 양허정지 요청에 대한 승인 역시 WTO 중재 판정 결과가 나온 뒤로 미뤄졌다. 중재 판정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는 보복관세 부과 승인이 나면 시장 상황을 고려해 관세 부과 상품 등을 선정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할 계획이다. 

같은 날 미국에서는 당초 ITC의 권고안보다 더 강력한 세이프가드 발효 발표가 나왔다.

한편 같은 날 미국에서는 당초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제출한 권고안보다 더 강력한 세이프가드를 시행하겠다는 발표가 나왔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번 세이프가드로 세탁기는 120만대까지 첫해 20%의 관세를 부과하고, 120만대를 초과하는 물량은 첫해 50% 관세를 부과한다. 뿐만 아니라 부품에도 저율관세할당(TRQ)을 5만개로 설정, 이 물량을 초과해 수입되는 부품에 대해서는 첫해 50%의 관세를 적용한다. 

삼성·LG전자는 이에 대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의 세이프가드 결정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시장에 손실을 입히는 것”이라 비판한 데 이어, LG전자는 “세이프가드 발효로 인한 최종적인 피해는 미국의 유통과 소비자가 입게 되고 지역경제 및 가전산업 관점에서도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태양광은 셀과 모듈에 각각 30%의 관세를 부과, 셀은 2.5기가와트(GW)까지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도록 TRQ가 설정됐다. 당초 ITC의 권고안보다는 낮은 관세율이기는 하지만, 태양광 업계의 이익 마진이 낮은 점을 고려하면 수출업 전체에 미치는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번 건에 대해서도 WTO에 제소하겠다고 즉각 반발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는 발동 요건을 전혀 충족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설립해 미국경제에 기여하고 있음에도 우리 투자기업에게 불이익을 가한 점 등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WTO에 이번 건도 제소할 것이며, 세이프가드 조치 대상국과 공동대응하는 방안도 적극 협의해나갈 계획”이라며 “보상 논의를 위한 양자협의를 즉시 요청, 보상 결렬시 양허정지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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