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씨엔 '방콕'하며 영화 한 편! 주말 추천 교양공감 포스트

[공감신문 교양공감] 춥다. 뭐, 언제는 겨울에 덜 추웠나 싶지만 올해는 유독 “뭐 이러냐” 싶을만큼 춥게 느껴진다. 숨을 쉴 때 콧구멍이 차갑게 들러붙고, 실내에서도 입김이 호 호 나오고, 보일러나 세탁기가 얼었다는 소식이 안부 인사처럼 들려온다.

오는 주말에도 날씨는 계속 이 모양일 것으로 예상된다. 힘겨운 한 주를 와들와들 떨면서 보냈건만, 주말을 맞아 어딘가를 놀러가기도 버거운 날씨가 이어진단다. 젠장할.

원래 방공호보다 안전한게 '우리집' 아니었습니까? [photo by samantha gades on unsplash]

이런 날은 비단 ‘집돌이, 집순이’들이 아니더라도 집에만 있어야 할 듯 싶다. 대문 밖을 나설 엄두를 내기도 쉽지가 않으니까. 불가피하게 이번 주말을 집에서 보내야 하는 여러분들, 특별한 계획은 있으신가? 만약 마땅한 계획이 없으시다면 영화는 어떠신지?

그래서 오늘의 교양공감 포스트에서는 ‘훈훈’을 넘어 땀이 뻘뻘 나는 것만 같은 영화들을 몇 가지 소개해볼까 한다. 아이고, 걱정 마시라. ‘여름’이라는 키워드 때문에 부득불 호러 영화를 끼워넣진 않을 테니, 겁이 많은 분들도 볼 수 있는 영화들로 추려봤다. 거기 귤이나 한 움큼 집어 들고 여기 담요 속에 모여보시라.

'여름 혐오자'들도 여름을 그리워지게 만드는 요즘 날씨! [photo by dan chung on unsplash]

이 영화들은 굳이 여름을 배경으로 상정해두진 않고 있다. 그러나 작품 속의 장면 장면들이 상쾌하게 불어와 땀을 식혀주는 산들바람을 떠올리게 만든다면, 이 혹독한 계절의 맹추위를 이겨내긴 충분하지 않을까?

 

■ 셰프(아메리칸 셰프)

스칼렛 요한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소피아 베르가라 등등 반가운 얼굴들도 잔뜩 나온다! [아메리칸 셰프 영화 포스터]

국내에 ‘아메리칸 셰프’라는 이름으로 지난 2014년 개봉한 이 영화는 우리에게 ‘아이언맨’ 속 해피 호건, 미드 ‘프렌즈’ 속 모니카의 억만장자 남자친구로 알려진 ‘존 패브르’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영화다.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주인공 칼이 자신의 요리를 혹평한 평론가에게 ‘트윗’을 날려 맞비판을 하고, 이로 인해 레스토랑에서 실직을 한 뒤 아들과 함께 ‘푸드트럭’에 몸을 싣고 전미를 떠돌며 겪는 일들을 다룬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다소 어색했던 아들과는 한결 가까워지고, 이혼했던 아내와도 재결합을 하게 된다.

이런 영화를 과연 식사 전에 보느냐, 식사 후에 보느냐! 그것이 고민이로다. [아메리칸 셰프 영화 장면]

하지만 이 영화의 진정한 매력은 그런 단순하고 깔끔한 스토리 뿐만이 아니다. 영화 포스터에도 떡하니 적혀있듯, 빈 속으로 영화를 감상하면 미친 듯이 후회하게 될지 모른다. 주인공 칼의 직업이 셰프인 만큼, 시각적으로 허기를 마구 유발하는 장면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칼이 푸드 트럭의 주력 메뉴로 택한 ‘쿠바 샌드위치’는 그야말로 여러분의 허기진 위장을 마구 폭행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콘셉트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흥겨운 쿠바 음악도 이 영화의 열기를 달아오르게 만들어준다. 뜨거운 쿠바 햇살과 그보다 더 뜨거운 쿠바 음악의 열정, 팬 앞에서 불타오르는 셰프의 열정을 맛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물론 밥 먹고, 영화를 보고, 그 다음에 또 먹으면 됩니다. 그렇죠 보스?!(꿀꿀) [아메리칸 셰프 영화 장면]

사실 방금 전까지 했던 설명과는 대치되지만, 이 영화를 정말 즐겁게 감상하기 위해선 한 끼 정도 굶은 배고픈 상태에서 보는 게 더 좋을 듯 하다. 그렇게 하면 아마 작품 속에 등장하는 요리 장면들과 다양한 음식들을 보며 군침을 흘리실테고, 어느새 ‘쿠바 샌드위치’ 맛집을 검색하게 될지도 모른다.

 

■ 첫 키스만 50번째

인기있는 작품이었는지 작년 여름에 재개봉된 적도 있다. [첫 키스만 50번째 영화 포스터]

이미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영화로 꼽는 이 작품의 스토리를 간략하게 소개해드리자면, 여자주인공 ‘루시’는 단기 기억상실증으로 매일 매일 기억이 ‘리셋’된다. 그런 루시에게 빠진 남자주인공 ‘헨리’는 매일 온갖 방법으로 그녀를 꼬시려 노력한다. 어때, 대강만 들어도 벌써부터 유쾌하지 않은가?

하와이의 아름다움이 잘 드러나는 영화. [첫 키스만 50번째 영화 장면]

이 영화는 지난 2004년 개봉 이후 무려 13년만인 작년 6월 국내에 재차 개봉됐다. 최근 명작의 재개봉이 대세라는 점을 감안해도, 이 영화가 긴 시간 이후 또 한 번 개봉됐다는 점은 이 영화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지를 짐작케 해준다.

특히 요즘은 작품을 통해 만나보기 어려운 두 배우, 아담 샌들러와 드류 베리모어의 달달한 케미도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귀여운 이 두 배우는 1998년 영화 ‘웨딩 싱어’에서도, 2014년 영화 ‘블렌디드’에서도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매일 매일 같은 여자를 다른 방법으로 꼬셔야 한다니, 그것 참… [첫 키스만 50번째 영화 장면]

이 영화는 하와이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만큼 매서운 요즘 날씨를 이겨내기 좋다. 작열하는 태양과 시원한 바닷바람, 후끈한 열기를 식혀주는 몬순이 영화 내내 등장하며, 우리가 한때 사랑해 마지않았던 하와이안 셔츠, 그리고 매일 매일이 새로운 이 기상천외하고도 로맨틱한 커플의 달달한 이야기도 담겨있다.

 

■ 일 포스티노

사랑에 빠져 아파도, 계속 아프고 싶다는 마리오의 대사가 가슴을 울리는고만. [일 포스티노 영화 포스터]

칠레의 유명한 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그가 이탈리아 망명 시절 만났던 우편배달부 마리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물론 네루다가 실존인물일 뿐, 소설이 원작인 만큼 마리오나 그와 관련된 이야기까지 실화라고 볼 순 없겠다.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망명 생활 동안 "아마 그랬을 지도 몰라"하는 영화 속의 이런 발상들이 참 사랑스럽다. [일 포스티노 영화 장면]

영화는 감정표현에 서툰 마리오가 당대 유명 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만나면서 시(詩)에 대해 알아가고, 그 아름다움에 빠져들고, 흠모하는 여인에게 마음을 전하려 노력하는 등 일련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 아름답게 그려진 것은 글이나 말 뿐이 아니다.

시인과 우편배달부 두 사람의 이야기 말고 파도소리, 뜨거운 햇살 등에 주목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일 포스티노 영화 장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이탈리아의 작은 섬 풍경은 이 영화 속에 숨겨진 여러 보배 같은 부분들 중 하나다. 영화는 파블로 네루다가 이탈리아 카프리 섬으로 망명했던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비록 구체적인 지역이 작중에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작은 섬의 한적한 해변가는 어딘지 모를 저 곳을 찾아가고 싶게끔 만든다.

 

■ 언어의 정원

비가 참 예쁘게 묘사된 애니메이션 영화 언어의 정원. [언어의 정원 포스터]

여름에 내리는 비는 요즘 같은 때 종종 내리는 눈과 확연히 다르다. 시원하게 퍼붓는 여름 장마는 어딘가 끈적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후텁지근한 햇빛이 온 종일 달궈놓은 아스팔트로 올라오는 열기를 누그러뜨려 주기도 한다. 영화 ‘언어의 정원’에 등장하는 비도 그런 류의 것들 중 하나다.

이 영화는 위에 소개한 작품들과 다르게, ‘여름 방학 전후’이라는 구체적 시간대를 설정해두고 있다. 고온다습한 여름철,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타이밍에 고등학생인 타카오와 교사인 유키노는 우연히 만나게 된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영상이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언어의 정원 영화 장면]

각각 핑곗김에 학교(유키노는 교사, 타카오는 학생이다)를 빼먹은 둘은 그 뒤로도 종종 ‘그’ 흡연장소에서 만나고, 점차 대화를 하면서 가까워진다. 있을 곳을 잃어버렸다고 말하는 유키노에게 구두 장인을 꿈꾸는 타카오는 ‘더 걷고 싶어지게 하는 구두’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당장 빗방울이 톡 톡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다. [언어의 정원 영화 장면]

영화는 여름 장마철을 배경으로 한, 그야말로 ‘압도적인 영상미’로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았다. 또, 46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동안 그리 복잡하게 꼬이지 않은, 단순명료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에 가볍게 보기에도 좋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뜨거운 여름보다는 한층 한가로운, 더위가 한 풀 꺾인 여름의 풍경이 그리워진다면 이 작품을 추천한다.

 

■ 나른한 여름처럼 따스한 주말 되시길

추운 걸 싫어하는 분들은 요즘 진짜 '이 갈리게' 힘들지도 모른다. [사랑의 블랙홀 영화 장면]

흔히 여름에는 오싹한 공포 영화를, 겨울에는 가슴 한 구석이 훈훈해지는 따뜻한 영화를 추천한다. 그런데, 조금 엄살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요즘 날씨는 ‘훈훈’ 정도로는 부족할 만큼 춥다. 여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도 쨍쨍하게 내리쬐는 뙤약볕과 숨 막히게 후텁지근한 여름이 그리워질 정도다.

추위가 매서운 이번 주말은 실내에서 여름을 만끽해보시길 바란다. [500일의 썸머 영화 장면]

체감상 극한의 한파 탓에 이번 주말엔 아쉽게도 연인, 친구들, 가족들과 즐거운 외부활동을 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 사실 이런 날씨에 데이트나 약속을 잡아두는 건 상당히 용감한 일일 테니까.

이번 주에는 따뜻한 풍경 속으로 빠져 들어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경험이 될지 모른다. 불행 중 다행인지 모르지만 다음 주에는 한결 날씨가 풀린다고 한다. 나들이는 그때로 미뤄두고 말이다. 아, 미세먼지 주의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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