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한 사실 고발한 사람, 명예훼손으로 역고소 당하고 있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비범죄화’ 심포지엄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 김대환 기자

[공감신문] 김대환 기자=헌법에서 보장한 ‘표현의 자유’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인해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8일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비범죄화’ 심포지엄(더불어민주당 금태섭 국회의원, 대한변호사협회 주최)이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발언이라면 ‘진실’, ‘허위’를 불문하고 일단 모두 형사범죄를 구성할 수 있게 함으로서, 그 형벌조항의 존재 자체로 인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엄청난 위축효과를 발생시킨다”고 지적했다.

형법 제307조에 따르면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손지원 변호사는 “적시된 사실이 허위이든 진실이든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에는 일단 모두 해당되기 때문에, 명예훼손 고소를 하는 사람은 자신에 대해 적시된 사실이 ‘허위’임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필요가 없고, 피고소인은 자신이 공표한 사실이 ‘진실’임을 증명해도 피의자 신분을 당장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 / 김대환 기자

손 변호사는 “진실한 사실을 고발한 사람들이 이처럼 명예훼손으로 역고소를 당하고 형사범죄의 피의자, 수사 대상이 돼 또 다른 피해와 고통을 겪게 된다. 사람들은 이와 같은 위험을 부담을 부담스러워해 진실한 사실을 말하는 것을 스스로 억제하게 된다”고 밝혔다.

최근 미투(Metoo)운동 과정에서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피해자를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고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개적이고 상습적인 성폭력 행위나 증거·증인이 충분해 진실로 쉽게 증명될 수 있는 성폭력 사실을 폭로한 경우에도 성폭력 가해자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어 피해자를 협박·위축 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 변호사는 “현재 사람들은 명예훼손죄를 우려해 본인이 직접 경험의 당사자임에도 병원, 레스토랑 등에 대한 솔직하고 비판적 후기 등을 올리는 것을 꺼려한다”며 “이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인해 국민의 알 권리 역시 심대하게 침해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기자 3명 중 1명은 소송을 경험해보고, 2명 중 1명을 상대방으로부터 고소하겠다는 말을 듣고 후속보도를 자제한다고 답했다. 충분한 근거와 사실확인을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들에게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진실한 사실을 보도하는 데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1973년 ‘뉴욕 위클리 저널’의 발행인 J.P 젱어가 뉴욕 총독의 비행을 폭로하는 기사를 발행해 명예훼손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진실의 항변을 명예훼손죄의 면책사유로 인정한 이래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는 것은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포지엄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김종필 내일신문 정치팀장은 “현재 몬타나 주의 경우 명예훼손적 사안이 진실인 경우, 의사소통이 공적 관심 사안에 관계되는 사람에 대해 선의로 이뤄진 공정한 논평으로 구성된 경우, 의사소통이 사법적, 입법적 기타 공공 혹은 공적 절차에 관하 공정하고 진실한 보도로 구성된 경우 등을 정당화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표현의 자유와 명예보호가 상호 충돌하는 경우 기본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인격권에 우선한다는 것이다.

김종필 팀장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소위 ‘허명(虛名)’을 보호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사실적시가 명예훼손죄로 처벌되기 때문에 범죄나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의 실명 및 얼굴과 같은 개인 식별사항에 대한 적시가 금지되고 있어 국민들이 이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허명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형벌권을 동원한다는 것은 진실한 사실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에서 허명은 헌법적 보호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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