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가정의 양립은 국가의 문제
여성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나라 만들고파
 
지난 2008년 온 국민을 경악시켰던 조두순 사건을 기억하는가. 연약한 어린이를 상대로 일어났던 당시 사건 이후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은 성폭력 관련 법안 제·개정을 요구했고 일부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성범죄는 계속 증가했고 급기야 최근에는 전남 나주에서 또다시 가슴 아픈 사건이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우리 사회는 반인륜적인 각종 성범죄로 얼룩지고 있다. 그간 끔찍한 성범죄가 발생될 때마다 법과 제도개선을 포함한 수많은 대책이 논의됐고 그 중 상당수는 시행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성범죄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아동성범죄특별위원회 위원인 민현주 의원(새누리당, 비례대표)은 이에 대해 “개선된 법과 제도가 현실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하며 더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이미 법률상으로는 성범죄자들에게 최고형인 무기징역을 내릴 수 있게 돼있습니다만 사법부에서 그렇게 판결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피의자의 인권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평생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피해자의 인권은 상당히 소홀히 여겨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친부가 친딸을 몇 년간 성폭행했음에도 징역 6년이라는 가벼운 판결이 내려진 것을 볼 수 있겠네요. 이런 판결이 내려진 바탕에는 사법부 특히 남성들의 개혁되지 않은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사법부는 자신들의 인도적 처벌로 인해 또 다른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깊이 반성해야할 것입니다.”
그는 이와 함께 “부족한 치안인력을 보충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그가 경찰청장에게 질의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답변은 “다른 사회적 문제들도 많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 답변 때문에 더 화가 났다고 했다.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성범죄 사건은 몇 천 건이나 됩니다. 하지만 지금의 경찰은 아직도 이를 사회적 문제가 아닌 여성의 문제로 취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다른 범죄 사건들도 하루빨리 해결해야하는 사안들이긴 합니다만 상대적으로 성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속상합니다. 성범죄는 결코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문제입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성범죄들에 대해 이처럼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그는 여성노동과 여성취업, 저출산 영역을 꾸준히 연구해 온 ‘여성 전문가’다. 마침 관련 분야 전문가가 필요했던 당의 러브콜을 받아 국회에 입성한 그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여성 관련 정책을 만드는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가 보는 현재 대한민국 여성들의 삶은 어떨까. 기자는 지난 11일 그의 집무실을 직접 방문해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왔다.
 
여성은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남성은 ‘아빠의 달’ 도입
국회의원으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그는 이미 여성 전문가로서 기반을 공고히 다지고 있다. 당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여성특보로 여성정책개발을 도왔던 이력만 봐도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난 8월 27일 그는 경선 당시 박 후보가 발표했던 ‘7대 여성행복공약’ 중 ‘아빠의 달’ 추진과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를 골자로 한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먼저 ‘아빠의 달’은 남성 근로자가 배우자의 출산일로부터 90일 이내에 30일의 육아휴직사용을 신청하면 유급으로 출산휴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그는 “출산 초기 여성의 육아 부담을 덜고 부부가 함께 양육에 대한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한 법안”이라며 “이 법안이 출산 이후 정서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는 여성들에게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또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는 유산의 위험이 높은 임신 초기 12주와 조산의 위험이 높은 임신 말기 36주 이후 하루 2시간씩 근로시간을 단축하도록 하는 제도다. 그는 “일하는 여성들은 임신으로 인한 불이익과 편견 때문에 눈치를 보거나 퇴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제도 도입으로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고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저는 임신 기간동안 하루 1시간 정도 단축근무를 했었습니다. 짧은 것 같아도 그 1시간이 정말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물론 이는 제도적으로 시행된 것이 아니라 연구소에서 저를 배려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제도화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 직장에서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기업과 근로자의 인식개선이 우선돼야한다고 봅니다.”
 
 
 
출산휴가 이후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기업 및 근로자 의식 개선돼야
그는 이것이 “출산 이후 여성들이 많이 겪는 경력단절현상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고 했다. 기업과 고용주, 중간관리자들의 인식과 문화가 바뀔 때 자연스레 여성들의 경력단절현상도 줄어들 것이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임신한 여성근로자들의 경우 출산 직전까지 일을 했음에도 3개월의 출산휴가 이후 일 자체를 그만두는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출산 직전까지 일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경력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출산 이후 바로 직장으로 복귀하는 여성은 많지 않죠. 이는 많은 사람들의 의식변화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도적으로 강제한다고 해서 의식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그 변화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위의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만약 이것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면 남은 임기동안 이를 의무화하는 개정안을 낼 의향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력단절을 겪는 여성들이 직면한 현실 가운데에는 ‘직장의 질적 저하’라는 문제도 포함돼있다. 이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고학력 여성들도 피해갈 수 없다. 이에 대해 그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인적자원이 매우 훌륭한 나라입니다. 그 중에서 여성들이 차지하는 부분은 매우 크죠. 최근 20대 중반 여성들의 취업률만 살펴봐도 남성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30대에 접어들면서부터입니다. 이 시기는 결혼과 출산, 자녀양육과 맞물리면서 여성들이 승진의 어려움이나 경력단절을 겪게 되는 시기입니다. 이때를 버티지 못하면 이전에 있었던 직장보다 질적으로 확연히 떨어지는 일자리로 진입하게 됩니다. 이 문제를 받쳐주기 위해 남성 근로자에게도 출산 휴가를 주자는 법안을 발의했고 제대로 이행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여성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나라 만들기
그의 말처럼 위의 내용들이 잘 이행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차원의 지원이 더 확대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행 중인 제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 기자가 이를 언급하자 그는 “박 후보의 핵심 공약에 관련 내용들이 많이 포함돼있다”며 “정치적 이슈에 비해 공약은 덜 알려진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그렇다면 박 후보가 내세운 여성 관련 공약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아래의 표는 지난 8월 19일 부산 경선에서 박 후보가 발표한 ‘여성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나라 만들기’ 정책을 정리한 것이다.
 
<여성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나라 만들기>
△ 3대 정책방향
△여성의 임신과 육아부담 덜어주기
△가족친화적인 근무환경 제공
△일과 가정 양립 지원제도의 사각지대 없애기
· 7대 약속
①아이 키우는 여성을 위한 맞춤형 보육시스템 구축
②모든 맞벌이 부부에게 방과 후 돌봄서비스 제공
③‘아빠의 달’ 도입해 아빠 출산휴가 활용
④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제 도입
⑤가족친화적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가사도우미 서비스 제공
⑥적극적 고용제도 강화로 관리직 여성 일자리 확대
⑦자녀장려세제 신설
 
우리 여성들, 쉽게 지치지 마세요!
박 후보의 이러한 공약들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면서 7살 아이의 엄마로서도 책임을 다하고 있는 그는 이 시대 여성들의 롤모델로 손꼽히고 있다. 그만큼 여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도 많을 터. 이와 관련해 그는 “기회가 된다면 여고 및 여대생들과 많이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교육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기혼 여성들의 경제활동참여율은 50%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물론 그 바탕에는 여전히 사회가 남성 위주의 분위기인 것도 있지만 여성들이 쉽게 포기하거나 지치는 것도 하나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자아형성의 시기를 겪는 학생들에게 ‘직업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과정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물론 출산과 육아에 있어 우리나라의 상황이 선진국보다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여성들이 더 목소리를 내고 더 요구해야한다고 봅니다. 이런 이야기를 같은 여성으로서 학생들과 이야기하며 용기를 북돋아주고 싶습니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처럼 그는 “힘든 시기를 극복하면 반드시 행복한 시기가 온다”는 말을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기자는 느낀 바가 많았다. 여성으로서, 예비엄마로서 그가 추구하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꼭 이뤄지길 바랐기 때문이다. 이를 제대로 이루기 위해 그 또한 지치지 말고 열심히 일해주길 바래본다.
 
<민현주 의원>
-1969년 7월 23일 출생
-현대고 졸업
-이화여대 사회학 학·석사
-미국 코넬대 사회학 박사
-미국 코넬대 Employment and Family Careers Institute 연구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사회통합위원회 세대분과 위원
-경기대 대학원 직업학과 교수
-現 제19대 국회의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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