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새노조 "고용노동부, KT 그룹 차원의 특별근로감독 시행해야"

밝은 표정의 박근혜 전 대통령(가운데 왼쪽)과 황창규 KT 회장(가운데 오른쪽).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로 탄핵을 당했다. 현재는 관련 혐의로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공감신문] 황창규 KT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주도를 위해 '미래'를 외치고 있다. 또 '분절된 세계에서 공유할 수 있는 미래' 주제로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해 폭넓은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정작 KT 내부는 과거 퇴행적인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KT새노조는 30일 “KT그룹사에서 근로기준법 등 법규 위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불법파견부터 부당노동행위, 임금체불 등 KT그룹 노동 문제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KT 새노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 12일, 콜센터를 운영하며 텔레마케팅 서비스업을 하는 KT그룹 소속의 자회사 ‘KTcs’에 근로시기준법 위반 사항 3건을 시정 지시했다.

고용노동부가 KTcs에 노동관계법 위반사항 시정 지시한 자료 / KT새노조 제공

해당 위반사항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운영하는 통신중계서비스인 손말이음센터에서 발생했다. 손말이음센터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소통을 돕는 공익서비스로 KTcs는 해당 서비스의 용역을 맡아 운영 중이다.

KTcs는 손말이음센터 외에도 노동 등 다수의 공공기관 고객센터업무를 용역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공공서비스에 용역을 제공하고 있는 KTcs가 최근 수당미지급은 물론, 직원들의 임금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이 확인되면서, 고용노동부에 근로기준법 위반이 적발됐다.

문제는 또 다른 KT 계열사인 ‘스카이라이프’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스카이라이프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불법파견으로 근무시키다가 해고시키고, 고용노동부로부터 ‘불법 파견’ 판정과 함께 시정지시까지 받는 등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아무런 조치 없이 시정지시를 이행하지 않는 등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 일부는 사측이 시간을 끌어, 해고 노동자들이 알아서 포기하게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가 KT스카이라이프에 불법파견 해고 노동자 직접 고용 지시 자료 / KT새노조 제공

KT의 인터넷 설치와 수리 업무를 담당하는 계열사 KTS에서는 지난해 노조위원장 선거에 회사가 개입했다는 의혹 등과 관련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오주헌 KT새노조 위원장은 “대한민국 최대 통신기업인 KT에서 70~80년대에나 벌어졌을 법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기본적인 노동 법규조차 전혀 지키지지 않고 임금 미지급, 불법파견, 부당노동행위 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황창규 회장의 KT그룹경영은 4차산업혁명, 5G, 기가인터넷 등 최첨단 산업 진출로 포장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비용점감을 위해 구조조정과 외주화로 양질의 일자리를 나쁜 일자리로 대체한 것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근로기준법 위반, 불법파견, 중대재해 반복 등으로 점철된 노동착취 경영임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새노조는 고용노동부에 KT그룹사 차원의 특별근로감독을 시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동일한 패턴의 위법행위가 계열사 전반에 걸쳐 드러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KT그룹사의 특별근로감독 시행을 거듭 촉구했다.

KT새노조 제공

새노조는 자료를 공개하며 KT 내부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알리고 있지만, 사측은 이를 또 소수의 의견으로 치부할 가능성이 짙어 보인다.

지난 8일 국회 정론관에서 민중당 김종훈 의원과 KT새노조와 KT민주동지회, 참여연대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황창규 회장의 즉각 퇴진과 그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당시 KT는 "소수노조가 외부 정치권을 끌어들여 민간회사 경영에 관여하는 게 맞는지 회사 대부분 노조원과 직원들은 심히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다. 더 이상 KT가 정치와 관계없이 평창올림픽 성공과 글로벌 통신회사의 길로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의혹과 선을 그었다.

하지만 KT 노조 12개 지부 중 가장 많은 노조원이 속해 있는 본사지방지부(4700명)에서는 민주동지회 소속의 후보가 위원장에 당선됐다.

박철우 KT민주동지회 의장

박철우 민주동지회 의장은 이 결과가 황창규 회장에 대한 사내 불만이 크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며, 지금껏 감춰져 있던 조합원들의 ‘황 회장, 반대’라는 의견이 선거에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사 지부가 KT의 중심 업무를 보는 직원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점도 박 의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최근 KT그룹과 황창규 회장을 둘러싼 의혹과 문제가 거듭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당국은 조속한 조사와 수사로 우려를 일축하고, 재발방지에 힘쓰는 게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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