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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시사공감] 사랑이란 가면 뒤에 숨은 범죄, '데이트폭력'우리 ‘안전하게’ 사랑할 순 없나요?

[공감신문 시사공감] 최근 몇 년간 데이트폭력이 예민한 사회문제로 다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한 유명 야구선수가 여자친구를 폭행한 사실이 알려져 구단 전지훈련에서 제외되는가 하면, 남자친구의 데이트폭력을 고발한 명문대생의 대자보가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지난해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샀던 대자보 ‘오빠는 데이트폭력 가해자다’ [온라인 커뮤니티]

데이트는 서로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서 이뤄지는 모든 행위들을 말한다. 손을 잡고 산책을 하거나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등의 그런 것들 말이다. 데이트폭력도 결국에는 ‘사랑’을 전제로 하다 보니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저 ‘사생활’로만 치부되기 일쑤였다. 때문에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알아서’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곤 했다.

물론 “남녀 간에 사귀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둘이 알아서 할 일” 등의 잘못된 인식은 여전히 군데군데 남아있다. 벌써 몇 년째 데이트폭력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특히나 데이트폭력 가해자에게 내려지는 미약한 처벌수위만 봐도 이 같은 인식이 남아있음을 엿볼 수 있다.

때문에 데이트폭력에서 벗어나는 일조차 누구의 도움도 없이 피해자 혼자서 해결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아직 많은 형편이다. 오죽하면 ‘안전이별’이라는 신조어마저 생겼을까. 아무리 죽고 못 사는 연인 사이라 할지라도, 폭력이 행해지는 순간 피해자와 가해자가 될 뿐이라는 걸 아직 많은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심지어 사법기관조차도 말이다.

폭력이 가해지는 순간 연인이 아닌, 피해자와 가해자 관계가 된다는 것. 잊지 마시길. [YTN 뉴스 캡쳐]

오늘 시사공감 포스트에서는 사랑의 가면을 쓴 범죄, 데이트폭력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자 한다. 단순히 남자와 여자를 떠나, 사람과 사람 간에 벌어지는 모든 데이트폭력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모든 연인들이 안전이별 방법을 걱정하지 않고 안전한 사랑을 하시길 바라며.

■ “남의 일인 줄만 알았는데”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데이트폭력으로 검거된 이들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8965명에 달했다. 날마다 데이트폭력 사범이 25명씩 발생되는 셈이다. 지난해 전체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상반기에만 4300명이 데이트폭력 사범으로 입건됐다.

게다가 이 중 살인 혹은 살인미수 사건도 연평균 112건에 달한다. 최근 10년간 다달이 9명 이상이 연인에 의해 사망하거나 죽음의 위험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청춘시대의 고두영도 여자친구를 사랑해서(...) 그랬다고 변명했다 [JTBC 드라마 ‘청춘시대’ 캡쳐]

하지만 이 같은 숫자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 검거되지 않은 신고 건이나 아예 신고조차 못한 경우를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은 이들이 데이트폭력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16년 한 여성단체의 설문조사에서는 1017명 가운데 188명이 연인에게 신체적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중 경찰신고로 이어진 것은 겨우 30명뿐이었다. 서울시가 지난해 진행한 조사에서도 신체적 폭력을 당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들은 9.1%에 불과했다.

여기에 사법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 정신적 폭력 문제까지 더해진다면? 모르긴 해도 정말 많은 이들이 ‘사랑’이란 이름 아래서 상처받거나 괴롭힘을 당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나도 피해자일까?

상대방을 통제하려는 모든 행위는 데이트폭력으로 볼 수 있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흔히 데이트폭력이라고 하면 물리적인, 그것도 아주 심각한 상해를 입힌 폭행으로만 여기기 쉽다. 때문에 데이트폭력을 그저 남녀의 문제로만 인지하는 경우도 대다수.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랑을 무기로 상대방을 통제하려드는 모든 행위가 데이트폭력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 번 ‘콩깍지’를 쓰게 되면 상대방의 통제행위가 데이트폭력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못난 행동이라 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면 뭐든 예뻐 보이기 마련이니까.

대전 서부경찰서에서는 욕설, 구타, 강간 등을 제외하고도 데이트폭력으로 간주할 수 있는 행동들을 체크리스트로 만들었다. 아래의 사항이 반복적으로 이뤄진다면 데이트폭력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독자 여러분도 함께 체크해보시길 바란다.

이런 애인, 정말 최악(...)

□ 나를 믿을 수 없다고 부당하게 비난한다
□ 내가 누구와 있는지 감시하고 확인한다
□ 통화내역이나 문자 등 휴대전화를 수시로 체크한다
□ 전화, 문자 등 바로 회신하지 않으면 화를 낸다
□ 옷이나 헤어스타일 등에 자기 취향을 강요한다
□ 내가 원하지 않는데도 스킨십을 요구한다
□ 헤어지자는 소리에 ‘자살하겠다’고 위협한다

체크하시면서 ‘이런 사소한 것도?’라고 생각하신 분들도 많으실 듯하다. 하지만 앞서 말했던 것처럼 사랑이 상대방을 통제하고 조종하는 리모컨이 돼서는 안 된다. 오랫동안 다른 삶을 살았던 나의 연인이 한 순간에 내가 바라는 대로 바뀌길 원하는 것은 욕심이니 말이다.

왜 헤어지려는지 본인만 모른다.

사실 이런 정신적 폭력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빈번하게 발생된다. 아무리 사랑하는 나의 연인이라 할지라도 폭력이 용인돼서는 안 되겠다. 물론 이별만이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수개월 동안 통제 상황이 반복된다면? 지금 당신의 눈을 가린 사랑의 콩깍지는 내려놓는 게 어떨지.

■ “폭행당하면, 그때 오세요” 라고요?
데이트폭력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것도, 사회적 문제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도 벌써 몇 년 전 일이다. 하지만 관련법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 때문에 가해자들에게 내려지는 처벌도 사후약방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경미한 수준에 그치기 일쑤다.

스토킹에 대한 처벌만 보더라도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1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에 그친다. 설상가상 끈질기게 스토킹을 했더라도 성폭행이나 치명적 상해를 입히는 등의 범죄가 발생하기 이전엔 경찰도 함부로 개입할 수 없다. 여성들이 쉽사리 사법기관에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처벌이 미약해도 스토킹은 절대 놉.. [photo by Patrik Nygren on Flickr]

반면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데이트폭력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규정해 엄벌에 처하고 있다.

영국은 2014년부터 일명 ‘클레어법’(가정폭력 정보공개제도)을 시행, 데이트 상대의 폭력전과를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은 당사자의 요청이 없더라도, 폭행위험이 감지되면 폭력전과를 당사자에게 알려줄 수 있다.

미국의 경우 1990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최초로 ‘스토킹금지법’이 만들어진 데 이어 1994년에는 연방법으로 ‘여성폭력방지법’이 제정됐다. 이 법은 데이트폭력 가해자를 ‘의무체포’하고 피해자와 격리시키는 ‘민사상 접근 금지 명령’을 포함해 시행함으로써 보호의 측면을 더욱 강화했다.

일본은 2013년 ‘가정폭력 방지법’을 개정해 가정폭력 범주 안에 데이트 상대까지 포함시켜 해당 법의 적용을 받도록 했다. 생명이나 신체를 위협하는 폭력, 협박 등의 행위는 보호명령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가해자는 직접 접근뿐만 아니라 전화나 팩스, 이메일을 사용한 행위도 금지될 수 있다.

■ 데이트폭력 대처방법은

데이트폭력 피해, 참고만 있지 마시길..! [pxhere/CC0 Public Domain]

관련법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한들, 폭력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특히 심각한 상해를 입었다면 지체 없이 관련 기관을 찾으시길 바란다. 먼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이 있다.

경찰은 2016년 2월부터 전국 경찰관서에 ‘데이트폭력 근절 특별팀’을 편성해 운영 중이다. 우선 진단서, 녹취, 녹화영상 등 피해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자료를 확보하시길. 그동안 상대방과 주고받았던 메신저 내용도 중요한 증거자료가 될 수 있다.

데이트폭력 범죄는 신고 즉시 ‘연인간 폭력근절 TF팀’으로 인계돼 전담수사가 이뤄진다. 여성 피해자들이 안정된 분위기에서 진술할 수 있도록 상담에는 여경이 배치된다. 보복이 우려되는 이들에게는 신변보호조치가 내려진다.

경찰은 신고내용에 대해 과거의 폭력전과, 미신고된 행위 등 폭력성, 상습성을 면밀히 검토한다. 물리적 폭력단계에 이르지 않은 단순 스토킹 행위에 대해서도 상습성과 행위유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 신고 후 범죄피해에 대한 경제적·심리적·법률적 지원이 필요한 경우, 피해자보호 전담경찰관이 도움을 준다.

1366 홈페이지에서는 채팅을 통한 상담도 24시간 가능하다. [1366 홈페이지 화면]

혼자서는 선뜻 경찰을 찾아갈 엄두가 나지 않는 분들이라면, 여성긴급전화(1366)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여성긴급전화는 365일 24시간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등의 피해에 관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상담이 접수되면 초기대처부터 보호까지 단계별로 지원한다.

■ ‘안전이별’을 걱정해야 되는 오늘
포털이나 커뮤니티에 ‘안전이별’을 검색하면, 다양한 안전이별 방법들이 쏟아진다. 데이트폭력을 견디다 못해 헤어지는 순간조차 안전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는 뜻이겠다.

2시간 만에 160명이 넘는 이들의 공감을 받았다. 며칠 뒤에는 효과를 봤단 대댓글이 달리기도 [온라인 커뮤니티]

‘대낮에 사람 많은 데서 이별을 고하라’는 조언부터 ‘수천만 원 대출이 있는데 돈 빌려달라고 해라’까지. 다소 황당해 보일 수는 있지만 ‘조언대로 했더니 나가 떨어졌어요’라는 후기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그만큼 우리 주변에 ‘위험한 애인’들이 많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아마도 지금 20대 후반 이상의 성인들 대다수가 선생님의 심한 체벌을 견디며 학교생활을 하셨을 테다. 발바닥이나 엉덩이를 ‘사랑의 매’로 때리기만 하면 그나마 양반이다. 뺨을 때리거나 발로 차는 등의 심각한 폭력도 선생님의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곤 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요새는 이 정도 체벌도 SNS에 오르기 십상이다. [영화 ‘친구’ 스틸컷]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끊임없는 문제제기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반발이 지속적으로 이어졌기에 가능했다.

아직은 데이트폭력이 우리 사회에서 근절되기란 어렵게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방법을 찾아나간다면 또 그렇게 어려운 일만도 아니지 않을까. 물론 시간이 조금 걸릴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사랑을 이유로 사랑을 잃진 마시길.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여러분은 오늘 사랑하는 이에게 ‘안전한 애인’이셨는지? 오늘 시사공감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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