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좋아요’, 현실 지지도와 바로 연결해서 보기엔 조심스러워”

[공감신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개인의 인맥을 쌓는 도구로 시작됐다. 사전적 의미 역시 웹상에서 이용자들이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로 정의하고 있다.

SNS는 개인 인맥을 위한 도구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정치를 위한 도구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페이스북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유력 정치인들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적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에 각 정치인을 지지하는 세력들은 정치인들의 발언을 공유하고 댓글을 달며 자신들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이른바 ‘정치의 페이스북화, 페이스북의 정치화’가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SNS는 개인 인맥을 위한 도구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정치를 위한 도구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페이스북 페이지.

이 가운데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이원재 교수 연구팀(김원일·김미래·김소희·김진영 연구원)은 ‘사회관계망분석(SNA)’ 기법을 활용해 페이스북 내 정치 지형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문재인 대통령, 홍준표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대선 후보시절 게시한 공식 출마 선언 포스트에 ‘좋아요’를 누른 사용자 1만10명을 대상으로 이들이 어떤 페이스북 페이지에 좋아요를 눌렀는지를 조사했다. 

2017년 1월부터 3월 사이 게시된 각 후보들의 출정 포스트에 좋아요를 클릭한 사용자들이 지금까지 누른 페이스북 페이지 수의 개수는 총 34만9512개였다. 

이들 페이지를 각각 하나의 점으로 구현했고, 각 점들은 좋아요를 누른 빈도에 따라 거리가 가까워지게 배치했다. 점의 크기는 좋아요를 많이 받으면 더 크게 했다. 

이후 모듈러리티(modularity)라는 수학적 알고리즘을 적용시켜, 상대적으로 연결강도가 강한 점들끼리 같은 색깔을 가지도록 했다. 

그 결과 문재인 대통령과 심상정 의원 등 진보성향 정치인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진보 언론이 연결되는 진보 클러스터가 완성됐다. 

홍준표 대표와 유승민 대표 등 보수진영 정치인은 대기업, 국방부, 경찰청 등 국가기관이 연결되는 보수 클러스터가 만들어졌다. 

이밖에 여행·영화·방송 등 문화 오락 관련 페이지가 묶여진 엔터테인먼트 클러스터가 만들어지며 3가지 구획으로 뚜렷하게 나뉘는 경계선이 형성됐다. 

지난 19대 대선 후보들의 출정 포스트에 좋아요를 클릭한 사용자들이 지금까지 누른 페이스북 페이지 수의 개수는 총 34만9512개다.

이원재 교수는 “여당, 야당, 보수, 진보 등 어떤 정보도 주지 않고 순수하게 얼마나 많은 사람이 페이스북 페이지에 좋아요를 눌렀는지를 가지고 컴퓨터가 판단하게 했더니 현실 사회에서 우리가 인식하는 보수·진보의 경계가 페이스북 상에도 유사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통해 각 진영 지지자들 사이의 장벽과 경계가 SNS 상에서도 높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이 진보와 보수 두 클러스터의 차이점을 분석해보니 보수 진영에서는 기획재정부, 교육부, 경찰청 등 정부부처와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등 대기업들이 다수 포함된 반면, 진보 진영에서는 참여연대, 그린피스 등 시민단체가 많이 포함됐다.

이 교수는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가 트럼프에 패했던 이유 중 하나는 유권자들이 힐러리에 심정적으로 동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보 진영조차 기득권 세력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트럼프라는 기존 노선을 벗어난 제3의 인물을 지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조사 결과를 한국 상황에 적용시켜보면 우리 국민들은 아직까지 보수를 기득권, 진보를 이에 대한 대안 세력으로 여기고 있었다. 다만 진보마저 기득권으로 인식될 경우 한국도 미국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문재인 대통령, 홍준표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대선 후보시절 게시한 공식 출마 선언 포스트에 ‘좋아요’를 누른 사용자 1만10명을 대상으로 이들이 어떤 페이스북 페이지에 좋아요를 눌렀는지를 조사했다.

이밖에 연구팀은 각 후보별로 동시에 좋아요를 누른 페이지를 분석한 결과 문 대통령 출정 포스트에 지지를 표한 사용자들은 박원순 시장, 심상정 의원, 표창원 의원,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박주민 민주당 의원 페이지 순으로 좋아요를 클릭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여권의 지형도와는 차이가 있는 결과로 야당 정치인 가운데 유승민 대표(33위)와 이명박 전 대통령(44위)도 포함돼 있었다. 

홍준표 대표 포스트에 지지를 표한 사용자들 사이에선 황교안 전 총리가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았다. 이밖에 박근혜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나경원 의원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홍 대표 역시 안철수 대표(14위), 안희정 지사(22위) 등 다른 진영의 정치인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에 대해 박종희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페이스북 좋아요는 한 사람이 수없이 사용할 수 있는 만큼 현실 지지도와 바로 연결해서 보기엔 조심스럽다. 오프라인 상에서의 지지도와 온라인상에서 얼마나 활발하게 활동했는지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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