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日정부 유골반환 요구 및 韓정부 적극 대응 촉구

[공감신문] 일제 강점기 말 수천명의 조선인들이 일본 남쪽 오키나와(沖繩)현으로 징병 혹은 징용을 당해 끌려왔다가 미군과 일본군 사이에서 벌어진 전장에서 숨졌다.

억울하게 타양에서 숨을 거둔 조선인들은 안타깝게도 죽어서도 고향땅을 밟지 못하고 가족들을 만나지도 못한 채 여전히 어딘지 모를 곳에 묻혀 있다.

남태평양과 동남아시아의 섬에서 조국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 조선인 전몰자의 유골은 최소 2만2000여구에 달한다.

징병을 장려하는 문구가 적혀있는 일장기

한국과 일본 시민단체들이 타국에 묻힌 채 이름 없는 유골로 남아있는 이들을 조국과 가족들에게 돌려보내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의 차별과 한국 정부의 무관심 속에 난항을 겪고 있다.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보추협)와 민족문제연구소, 일본 시민단체 ‘전몰자유골을 가족의 곁으로 연락회’는 8일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 참의원 의원회관에서 집회를 열고 일본 후생노동성에 유골 반환을 촉구하는 요청서를 전달했다.

지난 2016년 3월 ‘전몰자 유골수집 추진법’을 제정한 일본 정부는 2차대전 당시 전몰자의 유골을 국가 차원에서 발굴해 유골과 대조한 후 유족에게 인도하는 작업을 펴고 있다.

그러나 조선인은 전쟁 중 자국민으로 간주됐다는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들 단체가 일본 정부에 한국인 전사자 유골을 찾도록 촉구하자 일본 후생노동성은 2016년 10월 한국 정부로부터 “구체적인 제안이 있으면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내놨지만, 이후 사태는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한국 정부가 ‘구체적인 제안’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일본 정부가 한국인 유골 수집을 거부하는 이유다.

작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 역시 작년 연말 방일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유골 봉환 문제에 대한 실무 논의를 가속화하겠다”고 말했을 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943년 조선징병독본

양 정부가 문제를 방치하는 사이 유골이라도 되찾아 모시려던 유족들은 점점 고령으로 세상을 떠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일본 정부가 일본인 유족들의 요청사항이라며 주인을 찾지 못한 유골들을 소각 처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골이 소각되면 DNA 대조가 불가능해져 조선인 전몰자들이 뒤늦게라도 가족의 곁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사라진다.

보추협은 이날 ▲유골 소각 중단 ▲재일 한국인과 조선인의 유골반환 신청 인정 ▲유골 ‘안정동위체’ 감정 실시 등을 요구하는 요청서를 일본 정부의 담당 부처인 후생노동성에 전달했다.

안정동위체 감정은 한국 정부가 한국전쟁 전사자 유골의 신원을 확인할 때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방사기원동위원소’를 활용, 유골에 남아있는 각 나라와 지방의 고유 지질학적 특성인 ‘화학적 지문’을 확인해 유골의 출처를 확인하는 기술이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유족의 DNA 정보 수집 없이 유골만으로도 한반도 출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일본으로 끌려간 어린 징용자들

보추협은 요청서에 “한반도 출신자의 유골을 확인해 가족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일본 정부의 책임”이라고 명시하는 한편, 향후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에 ‘구체적인 제안’을 하는 등 유골 반환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담당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매년 유골과의 대조를 위해 부처 예산에 한국 유족들의 DNA를 검사하기 위한 비용을 넣어왔지만, 예산 관련 부처와의 협의 과정에서 삭제됐다. 이는 새 정부가 들어선 뒤 확정된 올해 예산에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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