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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시사공감] 이재용 2심 석방, 사법부 흑역사로 남을까이재용 부회장 항소심 판결로 되짚어본 재벌총수 처벌의 역사

[공감신문 시사공감] “피고인 이재용을 징역 2년 6개월에 처한다. 다만, 4년 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재용 부회장이 서울구치소 밖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53일 만에 서울구치소 밖을 나섰다.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던 그가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고 풀려난 것이다.

구속에서부터 끊임없이 화제의 중심이었던 이 부회장의 석방 소식에 온 나라가 들썩거리는 모양새다. “이럴 줄 알았다”는 반응부터 “적폐청산의 끝은 어디냐”는 한숨소리까지. 이 부회장의 석방을 둘러싼 논쟁도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특히나 2심 재판부에 쏟아지는 비판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판결을 내린 정형식 부장판사에 대한 특별감사를 요청하는 청원은 역대 최단시간으로 20만 명을 돌파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19세 이상 성인남녀 501명 중 58.9%가 이 부회장 석방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표하기도.

정형식 판사에 대한 특별감사를 요청하는 청원은 목표인원인 20만 명을 넘기고도 계속 참여인원이 늘어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캡쳐]

이 부회장의 판결에 도대체 어떤 문제가 있었기에, 이렇게 국민적인 분노 여론이 일어나게 된 것일까. 오늘 시사공감 포스트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내려진 판결문을 함께 훑어보면서 우리나라 사법 정의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 이 판결문, 실화입니까

“이 사건은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가 삼성그룹 경영진을 겁박하고,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최순실 씨가 그릇된 모성애로 사익을 추구한 것으로,
피고인은 두 사람의 요구를 쉽게 거절하지 못해 ‘수동적으로’ 뇌물공여로 나아간 사안이라 할 수 있다”

지난 5일, 항소심 재판 출석을 위해 서울고법으로 향하고 있는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는 이 사건을 ‘최고 권력자가 삼성 경영진을 겁박한 사건’이라고 규정 지었다. 이 부회장이 대가를 바라고 돈을 건넨 것이 아니라, 겁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건넬 수밖에 없었다고 본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의 이 같은 판결에 대해 비판여론이 물밀듯 쏟아지고 있다.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은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지만 그중 딱 세 가지만 오늘 시사공감에서 짚어보고자 한다.

◇ 뇌물 36억 원은 집행유예가 나올 만한 액수?

36억 원‘만’ 인정된 것도 황당하지만, 이 같은 금액에 대해 집행유예 처분이 내려진 것도 논란이 됐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당초 특검이 기소한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액은 433억 원에 달한다. 1심 재판부는 이 가운데 89억 원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했는데, 이 부회장이 재단 출연금에 대해 뇌물로 준다는 인식이 없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2심 재판부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액을 36억 원이라고 봤다. 이 같은 액수가 나온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수십억 원의 뇌물을 공여한 이에게 집행유예 처분이 내려진 것은 더더욱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 법원 양형기준에서도 뇌물공여액이 5000만 원 이상인 경우 집행유예 선고를 부정하는 ‘주요참작사유’로 삼도록 돼 있다. 특히 대규모 이익과 관련한 뇌물공여라면 ‘일반참작사유’로 삼아 집행유예를 부정한다.

재판부의 판단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의 경우만 보더라도,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에게 59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다. 차은택 씨는 21억 원을 횡령해 징역 3년, 특검 수사에 적극 협조했던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는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2심 재판부의 판결대로,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액이 36억 원에서만 그친다 손치더라도 그에게 내려진 형량이 적절한 것인가 하는 의문은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만인이 그러하듯, 이 부회장 역시 법 앞에 평등했을까?

◇ 2심 재판부에서만 외면된 ‘안종범 수첩’
앞서 안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었다”고 밝혔던 그의 업무수첩은 그간 국정농단 재판에서 중요한 증거로 ‘맹활약’해왔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는 장시호 씨 등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이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유죄여부를 가리는 데 활용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항소심을 맡았던 서울고법 형사10부도 이 수첩을 주요한 근거라고 봤다. 이외 국정농단 사건 재판부들이 대부분 마찬가지다.

하지만 2심 재판부만큼은 이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안에 적힌 대화내용의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면, 안 전 수석의 기록만으로는 대화나 지시가 있었다는 것을 뒷받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부회장이나 박 전 대통령이 ‘맞다’고 자백하지 않는 한 증거로 볼 수 없다는 논리다.

안 전 수석의 수첩에는 대통령과 기업 총수 간의 독대 내용, 대통령의 삼성 현안 관련 지시 등이 기재돼 있다. 때문에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의 대가관계를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핵심 증거라고 볼 수 있다. 특검은 당초 안종범 수첩과 함께 휴대전화 수·발신 내역, 청와대 내부 문건 등의 간접증거를 종합해 뇌물 혐의를 주장했다.

항소심 선고공판 이후 이재용 부회장이 서울고법을 나서며 미소를 짓고 있다.

일각에서는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죄를 덮어주기 위해 간접증거로 진실을 규명하는 길 자체를 차단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범죄자의 자백이 없는 경우 간접증거를 모아 죄를 입증해내는 것은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재판에서 아무리 좋은 물증이라 하더라도 당사자만 부정하면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는 판례를 남긴 것이다.

◇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안 했다?
재산국외도피죄는 ‘법령을 위반해 대한민국 국민의 재산을 국외로 이동시키거나, 국내로 반입해야 할 재산을 국외에서 은닉·처분해 도피’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이 죄의 형량은 이 부회장 앞에 놓인 다섯 가지 혐의 중 가장 무겁다. 현행법상 도피액이 5~50억 원이면 징역 5년 이상, 50억 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최소 10년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1심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36억 원가량의 재산을 국외로 도피시켰다는 판단을 내렸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앞서 1심 재판부는 “뇌물을 공여한다는 동기로 코어스포츠 명의의 계좌에 송금했고,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등 은밀하고 탈법적인 수단을 사용해 ‘도피’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독일 코어스포츠에 넘어간 용역대금 36억3484만 원에 대해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재산국외도피죄에 대해 “장차 자신이 사용하기 위해 해외에 빼돌려 두는 것”이라고 규정한 재판부는 이 부회장은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공여했을 뿐, 그 돈을 사용하기 위해 해외로 내보낸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건네기 위해 코어 계좌로 송금한 것이지, 재산을 국외에 은닉할 목적으로 보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산국외도피죄의 도피개념과 맞지 않고 도피 의도가 있었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무죄’라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박영수 특별검사

특검은 돈을 외국에 내보냈는데 국외도피가 아니라는 것은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는 논리와 다를 게 없다고 반박했다.

재산도피 의사가 없었다는 재판부의 결정은 법조계에서도 논란의 요소로 꼽힌다. 국내가 아닌 해외 페이퍼컴퍼니에 돈을 보냈다는 것 자체만으로 재산도피와 뇌물제공 의사가 다 있다는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돈’ 앞에 관대한 사법 정의?

재벌에 대한 솜방망이 처분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법부의 ‘재벌 봐주기’ 판결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긴 하다. 이재용 부회장의 판결을 앞두고 ‘어차피’라는 반응이 심심찮게 나왔던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할 만하다.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가 내려지고 난 뒤 가장 이슈가 된 단어는 ‘3·5 법칙’이었다. 이 법칙은 재벌 총수들이 각종 비리 의혹으로 구속 기소되거나 하급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실형을 살다가도, 결국 상급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고 실형을 면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재용 부회장 역시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지만, 2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고 풀려났다. 숫자만 달라졌을 뿐 ‘3·5법칙’과 다름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2014년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았지만,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았다. 2009년 탈세혐의로 기소됐던 이 부회장의 부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1심부터 3·5법칙을 적용받았다.

2006년 불법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보석으로 풀려난 이후 1심에서 징역 3년이 선고됐다. 하지만 방어권을 행사해 법정구속은 피했으며 이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다. 박용오·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형제는 2005년 불구속 기소된 후 1심에서 역시 3·5법칙에 따라 실형을 면했다.

그렇다면 가장 최근 실형을 선고받았던 재벌총수는 누구일까. 바로 CJ그룹의 이재현 회장이다. 그는 2013년 6월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그는 1심과 2심을 지나, 2015년 12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벌금 252억 원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2016년에 광복절을 앞두고 특별사면 됐다.

SK그룹 최태원 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2011년 수백억원의 계열사 자금을 횡령·유용한 혐의로 같은 해 12월 불구속 기소, 2013년 1월 열린 1심 공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 됐다. 이후 2014년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 받았던 최 회장 역시 앞서 이 회장과 마찬가지로, 2016년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 유전무죄, 무전유죄
어떠신지. 기자는 오늘 시사공감 포스트가 유난히 씁쓸하다. 법 말곤 달리 기댈 곳도 없는 서민들이 법조차 ‘돈의 편’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을 때, 상실감과 박탈감은 커지기 마련이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의 벽이 더욱 두터워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쳤던 탈주범 지강헌

1988년 556만 원을 훔친 죄로 징역 7년에 보호감호 10년 처분을 받았던 지강헌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며 재판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꼬박 30년이 흐른 지금, 우리의 사정은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이 부회장의 사건을 담당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8일인 오늘, 서울고법에 상고장을 제출했다고 전해진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에 대한 잘잘못은 대법원에서 다시 한 번 가려지게 될 예정이다.

사법부의 정의가 만인에게 공평하게 적용되길 바란다. [Max pixel/CC0 Public Domain]

돈과 권력에 휘둘리는 사법부의 부끄러운 민낯을, 대법원은 만회할 수 있을까. 아니면 또 한 번 ‘솜방망이’, ‘눈감아준’ 등의 낯 뜨거운 수식어를 붙이게 될까. 국민들은 지켜볼 것이다.

    시사공감팀 | pjs@go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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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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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네요. 2018-02-08 21:05:04

    기사 잘보았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됩니다.
    법원이나, 검찰이나, 폐쇄적 조직문화는 국민의식을 못따라가 가는것도 같습니다.
    이재용회장이 잘 선택하고 생각했으면 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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