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불쾌하게 만드는 댓글 넘쳐나자 기능 삭제해…국내 청소년, 기사 읽기 전 댓글 먼저 확인

영미권 유력 매체들이 '악성 댓글이 넘쳐 독자를 불쾌하게 만드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유로 댓글 기능을 삭제하고 있다.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공감신문] 주요 영미권 매체들이 온라인 뉴스 서비스의 기본 요소로 꼽혔던 ‘댓글’ 기능을 삭제하고 있다. 독자를 불쾌하게 만드는 허위 주장, 사회적 약자 혐오가 넘쳐나자 이를 아예 없애기로 한 것이다.

9일 유명 언론 연구기관인 미국 하버드대의 ‘니먼랩’은 시사 매거진 디아틀란틱(The Atlantic)이 최근 웹사이트 댓글을 없애고 대신 우수한 독자 의견을 모아 ‘투고(Letters)’ 섹션에 발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고 전했다.

디아틀란틱에 따르면, 이는 기자들이 일일이 허위 주장에 대한 악성 댓글을 정리할 수 없어서 내린 조처로, 기사에 관한 여론 수렴이 필요한 만큼 독자 의견은 최대한 많이, 자주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2014년 11월 로이터 통신사도 댓글 폐지 선언을 한 바 있다. 당시 로이터는 기사를 둘러싼 논의와 비평 활동 다수가 이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포럼으로 넘어갔다며 사용자들에게 기사에 관한 논평은 자사 페이스북 페이지, 트위터 계정으로 하길 유도했다.

이 외에 미국의 공영 라디오 방송사 NPR, 유명 테크놀러지 전문 매체인 리코드(Recode), 미국의 인터넷 언론사 마이크(Mic), 유력 과학기술 매체 파퓰러 사이언스 등이 댓글을 폐지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댓글 기능을 아예 삭제하진 않고 단순 나열이 아닌 ‘독자가 추천한 댓글’, ‘NYT가 뽑은 우수 댓글’을 보여주고 있다.

온라인 뉴스의 댓글은 애초 기사에 관한 외부 의견을 모으는 장치에서 인기 콘텐츠로 바뀌었다. ‘뉴스는 안 읽고 댓글만 본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온라인 뉴스의 댓글은 애초 기사에 관한 외부 의견을 모으는 장치에서 인기 콘텐츠로 바뀌었다. ‘뉴스는 안 읽고 댓글만 본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네이버‧다음 등의 댓글은 주요 여론 지표로 꼽힐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최근엔 특정 세력이 정치적 목적으로 네이버의 댓글을 조작한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 사이버수사대가 수사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댓글의 영향력이 커지자 국내외 매체들도 악성 댓글 걸러내기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2월 네이버는 네티즌에게 받은 공감과 비공감 수 총합에서 공감의 비율이 높은 댓글을 상단에 올리는 제도를 선보인 바 있다. 한쪽이 극단적 시각을 강조한 악성 댓글이 순식간에 공감 ‘몰표’를 받아 상위에 부각되는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일각에서 ‘비율 산정 등 구조가 불투명하다’며 이를 비판하자 결국 폐지했다. 현재 네이버는 공감에서 비공감을 뺀 수치에 따라 댓글을 배열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기사에 달린 댓글을 뉴스의 신뢰도와 가치 판단의 주요 기준으로 삼고 있었다.

지난해 경기도 교육연구원에서 ‘청소년은 뉴스를 어떻게 경험하는가’에 대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청소년들은 기사에 달린 댓글을 뉴스의 신뢰도와 가치 판단의 주요 기준으로 삼고 있었다.

한 학생은 기사 본문을 클릭하기 전 댓글을 먼저 본다며 “댓글을 먼저 보고 ‘아 볼만하구나’ 생각이 들면 기사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의 호응을 얻은 ‘베스트 댓글’을 뉴스 판단에 있어 가장 신뢰할만한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청소년은 “댓글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자신의 의견이 바뀐 적이 있다”라고도 답해 온라인상 댓글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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