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부 해명에도 정치적 결정이라는 의혹 불거져

[공감신문] 강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대만 정부가 미국과 중국의 지진 구조 지원은 거절하고, 일본의 지진 구조대는 환영했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보도에 따르면 지진이 난 대만 동부 화롄(花蓮) 지역에 7명의 일본 구조대가 지난 8일 도착했다. 지진 현장에 구조대를 보내 돕겠다는 중국의 제안을 거절한 지 하루만의 일이다.

대만 동부 화롄(花蓮)을 강타한 지진으로 기울어진 주상복합 건물 윈먼추이디(雲門翠堤) 빌딩에서 실종자 수색작업이 진행중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에게 "동일본 대지진 때 대만의 따뜻한 지원을 일본 국민들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며 위로의 메시지를 보냈다. 차이 총통은 트위터에 일본어로 "어려울 때의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 화답했다.

대만과 일본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중국과 대만을 뜻하는 '양안관계(兩岸關係)'와 대비된다. 

대만 정부는 지난 7일 추추이정 대륙위원회 대변인을 통해 “양안관계가 긴장에 휩싸인 상황에서 중국이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어주어 감사하다”면서도 “구조를 위한 인력과 자원이 충분하다”며 지원을 거절했다. 이후 ‘구조 작업에 그 어떤 외부의 도움도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또 미국과 싱가포르의 구조작업 지원 제안도 거부했다. 앞서 화롄 지진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지에 대만 총통부는 미국, 싱가포르, 일본 정부의 구호인력, 물자 등 지원을 언급하면서도 지원에 대한 사의를 표했다. 

강진으로 폐허가 된 화롄 지역.

지원에 대한 사의를 표했다가 일본의 지원을 받아들인 것에 대해 알렉스 황 대만 총통부 대변인은 “구조를 위한 외부의 인력과 지원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 구조대의 최첨단 장비가 더 효율적인 실종자 수색을 가능케 해 도움을 받기로 한 것”이라며 이번 결정이 정치적 결정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일본은 이번 구조에 실종자의 생존반응을 감지할 수 있는 최신 장비 2개를 함께 지원했다.

중국과 일본의 호의에 대한 대만의 상반된 모습은 차이잉원 총통 취임 이후 악화된 중국과의 관계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016년 5월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취임하자 중국은 대만 주변에서 전투기 비행훈련을 하고, 대만 상륙을 가정한 대규모 실전 훈련을 실시하는 등 대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왕경이 대만 중국문화대 사회과학 교수는 “정부는 중국의 도움을 받는 것과 같이 화해로 여겨지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진으로 아슬아슬하게 기울어져 있는 윈먼추이디(雲門翠堤) 빌딩의 모습.

다만, 사망자와 실종자들 중 일부가 중국 본토에서 온 사람들로 알려지면서 대만 정부가 중국의 지원 제안을 받아들였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6일 밤 화롄에서 발생한 규모 6.0의 지진으로 건물 4채가 무너지거나 기울어진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8일 저녁까지 10명의 사망자와 272명의 부상자, 7명의 실종자가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사망자 4명과 실종자 5명이 중국 본토에서 온 사람들이다. 나머지 실종자 2명은 캐나다 시민권을 가진 홍콩 부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모두 지진으로 45도가량 기울어진 주상복합 건물 원먼추이디(雲門翠堤) 빌딩에 있다가 사고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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