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해외취업의 어두운 현실 외면하고 장점만 부각해"

[공감신문] "청년들이여 해외로 나가라! 청년일자리 돌파구는 해외 취업이다!" 

지난해 9.9%에 달한 역대 최고의 청년실업률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국내 노동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해외 취업’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장밋빛 미래’ 홍보와 달리 일자리의 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정부 산하기관의 용역보고서가 나왔다.

정부는 k-move의 어두운 면을 가린 채 장점만 홍보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해외취업자 65.5% 만족, 청년 해외에서 길을 찾다’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해외 취업의 긍정적인 내용만 부각시켰다.

보도자료에는 합리적인 근무환경 등으로 만족도가 크고 해외취업이 도움이 됐다고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와 ‘K-MOVE 성공스토리 공모전’을 통해 뽑힌 상세한 성공사례가 담겼다.

하지만 1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의 해외취업 지원사업인 ‘케이무브(K-MOVE)’ 홍보는 현실과 괴리가 적지 않았다. 보도자료 배포 전날 발간된 산업인력공단의 ‘K-MOVE 취업처 현황 조사’ 용역 연구보고서에는 판이한 실상이 담겼다.

K-MOVE를 통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독일에 취업한 22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취업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56점에 불과했다. 세부적인 점수는 직무내용 61.6점, 급여수준 55.9점, 근무환경 56.6점, 복리후생 54.3점이었다.

정부의 청년해외취업 프로그램인 K-MOVE.

다른 이에게 추천하겠다는 이들은 응답자의 49%로 과반 이하였다. 근로조건 만족 비율 역시 독일 45.8%, 인도네시아 41.9%, 카타르 36.4%, 베트남 20.7% 등 전반적으로 저조했다. 근로조건이 불만족스러운 이유로는 ▲적은 급여 ▲복리후생 ▲열악한 근무환경 ▲근무시간 초과 ▲업무 강도와 내용 등이 꼽혔다.

전체 응답자의 19%는 구인 공고와 실제 근로조건이 차이가 나는 것으로 인식했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29.3%가 차이를 느꼈으며 답했으며, 인도네시아(22.6%), UAE(17.7%) 등의 국가에서도 괴리를 느낀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 보고서에는 해외취업기업 현지평판 조사 결과도 담겼다. 응답자들에 따르면 한인 기업의 구인 공고 대비 실제 근로조건 차이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만족한다는 응답 비율은 한인 기업보다 현지기업과 법인에서 더 높았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해외 취업의 긍정적인 면만 부각시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정부의 보도자료에는 해외 취업의 현실을 담고 있는 이 보고서의 내용이 단 한 줄도 언급되지 않았다. 산업인력공단 홈페이지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청년 구직과는 거리가 먼 경영정보공개시스템인 ‘알리오’ 사이트에서만 요약본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부가 청년 해외취업의 '양지'만 비추고 '음지'는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지점이다.

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두 설문의 성격이 달라 직접 비교하기가 알맞지 않았고 부정적인 부분이 특정 국가에 대한 나쁜 인식을 줄 우려가 있다고 봤다"며 "용역보고서를 일부러 숨기거나 은폐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취업난과 정부의 장밋빛 홍보 속에서 해외취업자 수는 지난 2014년 1679명에서 지난해 5000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정부가 나서서 해외취업의 장점만 강조하면서 청년들이 잘못된 판단을 내릴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산업인력공단이 발간한 'K-MOVE 취업처 현황 조사' 용역 연구보고서 일부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코트라(KOTRA)의 K-MOVE 사업 시작 후 해외취업에 나선 청년 1222명 중 388명(31.7%)이 퇴사했고, 173명(14.2%)은 ‘연락두절’ 상태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해외취업 청년들이 현지에 있는지, 직장을 그만두고 불법체류 상태에 있는지의 여부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코트라는 해외에 취업한 청년들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선 출입국 기록 확인이 필요한데 개인 정보라 함부로 확인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또 지난 2016년 감사원의 감사에 따르면 2015년 K-MOVE 취업자 10명 중 8~9명은 2000만원도 안 되는 연간급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창규 글로벌잡센터 대표는 "실상을 알지 못한 채 진로나 직무 설계를 하지 않고 나가면 만족도가 높지 않다"며 "해외 경험이 귀국 뒤 직업을 선택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성을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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