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알파벳·MS·아마존·페북 등 주요 5개사, 2000년 이후 기업 600개 이상 인수

미국 IT업계 '빅5' 기업들이 스타트업을 집어삼키면서 미국 창업률을 현저하게 낮추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리콘밸리 / wikimedia]

[공감신문] 세계 IT 업계를 선도하는 미국의 5대 IT기업들이 창업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무수한 스타트업을 속속 집어삼키고 있는 탓에 미국의 창업률이 심각하게 낮아졌다는 것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12일 보도를 통해 이 같은 소식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창업률은 40년 만에 최저 수준을 찍으면서 기술혁신의 원천이 되어온 산업의 신진대사력이 쇠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가 지목한 IT기업 '포식자'들은 미국 주식시장 시가총액 상위 5개사인 애플, 알파벳(구글 모회사),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페이스북 등이다. 이들은 막강한 자금력을 토대로 데이터와 자금, 인적자원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우버의 다라 코스로샤히 CEO는 '빅5' 기업들이 스타트업에 대해 불공평할 정도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CNBC 캡쳐]

이들 '빅5' 기업의 영향력에 대해 차량호출 서비스업체 '우버(Uber)'의 다라 코스로샤히 CEO도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코스로샤히 CEO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스타트업에 대해 불공평할 정도로 독점적 지위"라 발언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신생기업들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빅5를 상대하기는 버겁다고 지적했다. 신생기업이 유망한 사업을 시작하려 하면, 빅5 기업들이 은근슬쩍 이를 가로채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마존이 자사의 AI스피커에 모니터를 장착한 '에코 쇼' 제품을 소개했을 당시에도 이와 비슷한 제품이 이미 나와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스타트업 기업 뉴클레어스가 개발한 제품이 이런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한때 뉴클레어스는 아마존으로부터 창업자금을 지원받기도 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빅5'로 지목된 애플, 알파벳(구글 모기업),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은 2000년 이후 600개 이상의 기업을 집어삼킨 것으로 알려졌다. [테크크런치 캡쳐]

미국 상무부의 통계상 2015년 창업 1년 미만 신생기업은 41만 4000곳이다. 이는 최근 가장 높았던 지난 2006년보다 26% 가량 줄어든 수치다. 

미국 기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보여주는 창업률은 8.1%로, 통계 이래(1977년) 최저 수준이다. 메릴랜드대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창업이 가장 저조한 분야 역시 하이테크 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반면,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은 계속 활발하다는 주장 역시 존재한다. MIT 연구팀은 '높은 잠재력'이 있는 기업 비율은 줄지 않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유망 스타트업이 잠재력을 발휘해 성장할 확률은 과거보다 낮은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고도 덧붙였다. 

미국 조사회사 비치북에 따르면, 미국 IT업계 빅5 기업들은 지난 2000년 이후 600곳 이상의 기업을 인수했으며 그 규모만도 약 200조원에 달한다.

실리콘밸리에서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이른바 '유니콘' 스타트업들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빅5 기업들과 견줄만큼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대부분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캡쳐]

미국 데이터 회사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최첨단 AI 분야 기업 인수(2011~2016년) 부문 1위는 구글, 3위는 애플이었다. 

이런 양상으로 인해 IT 스타트업을 창업한뒤 빅5에 마각하는 것을 성장전략으로 활용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와의 인터뷰에서 뉴욕의 한 30대 남성은 자금을 회수해 신기술이나 서비스 개발을 하기 위해 빅5에 인수될 방법을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는 결론적으로, 글로벌 전체로 봐도 기업들이 21세기 최대의 성장산업이라는 위치를 부여받고 있는 AI 등에서 독주하는 빅5와 어떻게 맞설 것인지가 최대 쟁점이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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