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원하는 北·대북제재 강화 조짐 보이는 美...북미 접촉 위한 南 역할 커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대표단과 함께 관람하고 있다.

[공감신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필두로 한 북한의 고위 대표단과 문재인 대통령 간 접촉이 성사되면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마련된 남북대화 흐름이 추진력을 받고 있다.

정부는 남북대화 모멘텀을 극대화하기 위해 남북대화를 발판삼아 북미대화를 성사시킬 방침이지만, 미국은 북한과 대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연달아 피력하면서 대북제재를 강화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12일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 고위급대표단의 방남으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실마리가 마련됐지만 비핵화에 진전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후속조치의 핵심은 어떻게 북미대화를 견인하는지다”고 밝혔다.

또 통일부는 전날 ‘북한 고위급 대표단 방남 관련 설명자료’를 배포하면서 “기본적으로 남북관계와 비핵화 과정의 선순환을 추진한다”며 “상황에 따라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북미대화를 견인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오른쪽)이 지난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접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1일 보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김 제1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대표단과 함께 서울 중앙국립극장에서 북한 예술단 공연을 관람하면서 “우리가 만난 것이 소중하다”며 “만남의 불씨를 키워 횃불이 될 수 있게 남북이 협력하자”고 말했다.

즉, 정부는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를 남북대화에서 북미대화로 이어지는 외교카드를 이용해 안정시킬 계획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임종석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참모들과 함께 티타임을 갖고 남북관계를 비롯한 국정현안을 논의했다.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각에서는 이번 회동에서 남북관계 개선 및 북미대화 여건 조성을 위한 정부의 구상과 이를 현실화 하는 방안에 대해 다뤄졌다고 관측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북한 고위급대표단과의 오찬에서 김정은 북한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건배하고 있다.

정부는 평창올림픽이 끝나고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되기 전인 3월 말까지 북미대화를 성사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정부의 구상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주변 4강의 협조가 필수다. 그 중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강력한 군사적·외교적 공동전선을 펼치고 있는 미국이 북미대화를 원해야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보다는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게 우선이고, 북미대화를 필두로 한 한반도 평화 조성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제임스 매티스 국무장관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기자들에게 “긴장완화를 위해 어느 정도 올림픽을 이용하는 것이 올림픽 종료 후 어떤 견인 구실을 할지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며 우리는 당장 이에 관해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이 평창올림픽 전날 건군절 기념 열병식을 연 것에 대해 “김정은이 최근 탄도미사일이 부각된 열병식을 개최한 점은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려는 메시지를 혼란스럽게 한다”고 지적했다.

매티스 국무장관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미동맹 균열 우려에 대해 “한미 관계의 균열은 없다”며 “한국의 정치적 단계로 볼 때 북한이 틀어지게 할 수도 없다”고 일축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하와이 호놀룰루 미 태평양사령부에서 한미 국방장관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더욱이 평창 올림픽에서 북한 대표단과 펜스 부통령을 비롯한 미국 대표단이 단 한 차례 접촉하지 않은 점은 미국의 현 입장을 명확히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이밖에 우리 정부가 북미대화를 중재하기 위해서는 국내서 일어날 수 있는 남남갈등이 어느 정도 불식 가능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갑작스레 남북대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에 대해 ‘통남봉미를 이용해 대북제재 위기를 모면하려는 술수’라고 규정하고 비판을 가하고 있다.

지난 6일 조영기 고려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대화 제안은 대북제재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이 악화된 경제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남북대화를 통해 북미대화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대북정책 역점을 두려는 듯하지만, 한미동맹을 비롯한 4강과의 관계, 국제의 흐름, 국내 갈등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산적한 상황이다.

모든 장애물을 뛰어넘어 정부의 한판도 평화 구상이 성공적으로 대미를 장식할 수 있을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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