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혁신성장 유도 위한 ‘기업 간 기술탈취 근절대책’ 발표

[공감신문] 앞으로 기업 간 기술자료 요구가 원천 금지되고,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는 대기업은 손해액의 최대 10배를 보상하게 된다. 중소기업계가 기술탈취 소송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입증책임’도 가해혐의 기업에게 묻게 된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12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해 취임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제1호 정책으로 밝힌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에 뒤이은 것이다.

당정은 우선 법 개정을 통해 기업 간 기술자료 요구금지를 원칙으로 정립한다. 이후 올해 하반기 상생협력법을 개정하고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기술 비밀자료를 거래할 시에는 비밀유지협약서(NDA)를 의무적으로 체결하도록 해 이를 위반하면 벌칙을 부과할 방침이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과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오른쪽).

하도급거래에는 예외적으로 기술자료 요구를 할 수 있는 사유를 최소화하고 기술 요구서에는 반환·폐기 일자를 명시해 기술 탈취를 방지한다.

중소기업의 기술자료를 신뢰성 있는 전문기관에 보관해 기술 유출 위험을 최소화하는 '기술임치제'도 활성화된다.

창업·벤처기업의 임치수수료는 신규가입 시 연간 30만원에서 20만원으로, 갱신 시 연간 15만원에서 10만원으로 각각 인하됐다.

새로 구축될 기술자료 거래기록 등록 시스템은 대기업과 기술자료 거래내용, 자료를 요구한 대기업 담당자, 부당하다고 느낀 정황, 불합리한 상황 등을 기록해 분쟁 발생 시 입증자료로 제출하는 데에 활용된다.

앞으로는 기술탈취 관련 소송이 있을 때 가해 혐의를 받는 대기업도 기술 침해 사실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피해기업에만 입증 책임이 있어서 소송 장기화, 비용 증가 등으로 피해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정부는 특허법, 부정경쟁방지법, 상생협력법, 산업기술보호법 등에 가해 혐의 기업에 대한 입증 책임을 부여하는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사건처리 흐름도. [중소벤처기업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획기적으로 강화된다. 기술탈취 관련 하도급법, 특허법 등 5개 법률의 손해배상액은 손해액의 최대 10배로 오른다. 기존 최대 손해배상액은 손해액의 3배였다.

정부는 기술탈취 사건과 관련된 행정부처의 조사·수사 권한을 강화한다. 검·경 등 수사기관뿐 아니라 중기부, 공정위, 특허청 등 관련 부처가 협력해 피해사건을 보다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중기부와 특허청의 조사·시정권고 등 행정조치 권한이 보강되고, 현재 ‘상표권 침해’로 국한된 특허청 특별사법경찰의 직무 법위가 ‘영업비밀 침해 및 디자인 도용’으로 확대된다.

기술탈취 발생 시 중소기업에 대한 법률적 조력과 물적 지원도 강화된다. 변호사협회와 협력 아래 대기업의 자료 요구 대응부터 소송까지 1대1로 전담 자문하는 공익법무단을 운영하고 특허 심판에 국선대리인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아울러 특허공제, 소송보험, 정책자금, 판로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활용해 기술탈취 피해기업의 경영정상화를 지원한다.

이밖에도 정부는 중기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중소기업 기술보호위원회’를 신설하고, 중기부, 산업부, 공정위, 특허청, 경찰청, 대검찰청 등 6개 부처가 참여하는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할 방침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기술보호를 위한 상생 노력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촉진해 기술탈취가 근절될 때까지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대책 관련 당정협의에서 중소기업 기술탈취 문제와 관련, "범정부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언했다.

중소기업계는 이번 정부 대책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기중앙회는 "이번 대책을 환영한다"며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탈취 행위를 근절하고 중소기업의 혁신성장을 유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이어 "기술탈취 피해기업의 가장 큰 문제였던 피해 사실 입증과 소송의 장기화에 따른 부담을 경감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조사와 수사권한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피해기업의 사후구제 가능성을 높이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강화를 통해 기술탈취 행위에 대한 경각심이 크게 제고될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현대차와 기술탈취 소송을 진행 중인 생물정화기술 업체 비제이씨 최용설 대표는 "정부의 각별한 관심과 대책에 희망이 생긴다"며 "업계에서 요구해오던 내용이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고 이번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손해배상액을 손해액의 10배 이상으로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해 높이 평가하며 "대기업들이 이번 기회에 경각심을 갖고 관행적으로 해오던 기술탈취를 멈춰주기를 바란다"고 피력했다.

중소기업계는 이번 정부 대책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기중앙회는 "이번 대책을 환영한다"며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탈취 행위를 근절하고 중소기업의 혁신성장을 유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대기업에 자사 기술을 빼앗긴 한 중소기업인은 현 소송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기술탈취혐의를 받는 대기업에게로 입증 책임을 전환한 것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이런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대기업은 빠져나갈 구멍을 찾을 것"이라며 "대기업이 중소기업과의 상생 의지를 갖는 것이 근본적인 방안이다"라고 지적했다.

기계·부품 제조업체인 오엔씨엔지니어링의 박재국 대표 역시 "불이 나기 전에 조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후 보완책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대기업이 기술탈취를 하지 않겠다는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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