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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입법공감] 침묵 강요하는 ‘직장내 괴롭힘’, 개인의 문제일까직장인 73% 사내 괴롭힘 경험...비인격적 모욕·부당 인사발령 등 직장 내 갑질 만연
13일 오후 국회 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직장내 괴롭힘 실태 파악 및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공감신문] 최근 서지현 검사가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면서 수직적 계층구조로 인해 사회 내 발생하는 각종 갑질행위가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다.

여러 갑질 중 직장 내 괴롭힘은 오랜 기간 사회에 존재했다. 피해자들은 ‘사회생활’, ‘조직관행’ 등을 이유로 침묵을 강요당해왔다. 또 사내 팽배한 권위주의는 모든 원인을 피해자 개인의 문제로 둔갑시켰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회에서 이를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13일 오후 국회 도서관 대회의실에서는 국민인권위원회 주최로 직장 내 괴롭힘의 현주소를 분석하고 제도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많은 이들이 직장 내 괴롭힘은 타인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권익위가 발표한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7명은 괴롭힘을 경험했다.

김정혜 고려대학교 교수

괴롭힘을 주도자는 전체의 70%가 상급자나 임원, 경영진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괴롭힘 피해가 발생했을 때 관련 사실을 은폐하거나 주도자를 보호하는 행동을 취했다.

피해자의 60%는 괴롭힘을 당해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대처해도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직장 내 인간관계가 어려워질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피해자가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면 아무 일이 발생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가는 경우가 사례의 절반을 차지했다. 오히려 사측으로부터 보복성 조치를 당한 이들이 전체의 17.3%로 나타났다.

사측의 보복은 피해자를 다른 지역으로 발령하거나 업무상 부당한 대우나 불이익을 주는 식으로 진행됐다. 자의·타의로 근무지 이동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이는 전체의 40.8%에 달했다.

김정혜 고려대학교 교수는 “가장 도움을 줘야 할 관리자들이 오히려 가해자를 보호하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사측이 암묵적으로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게 용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수경 직장갑질119 스태프

실제 피해자들의 여러 사례는 통계적 조사 결과를 무색하게 할 만큼 직장 내 괴롭힘의 심각성을 나타낸다.

전수경 직장갑질119 스태프에 따르면 한 제보자는 상사에게 소주병으로 머리를 맞고 응급실에 실려 갔지만, 회사에서는 맞을 짓을 해서 맞은 것이라는 식으로 맞대응했다.

다른 제보자는 상사의 의견에 이견을 제기했다는 명목으로 12시간 동안 화장실도 가지 못한 채 훈계를 들었다. 당시 가해자는 제보자에게 “이 바닥은 좁다” 등의 협박을 당했다.

이밖에 다수의 제보자들은 인격모독, 왕따, 허위사실 유포, 과도한 업무강요, 업무배제, 성추행, 폭언, 폭행 등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 조사에 의하면 한 주에 한 번 이상 괴롭힘을 당하는 이의 20.6%는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매일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의 경우 33.3%가 자살을 고려한 것으로 집계됐다.

왜 이런 문제가 방치되고 있는 걸까. 문제는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큰 개념에서 직장 내 괴롭힘 중 상당수는 기존 노동법으로 규제가 가능하지만, 일반적인 구제방법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법적 행정적 구제 수단 개선안 ▲사내고충처리 시스템 개선안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구제 기구 개선안 등을 종합적으로 제시했다.

대다수 직장인들이 직장에서 괴롭힘을 경험하고 있지만, 사측의 보복이 두려워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더욱이 피해자를 보듬어야 할 상급자들은 문제를 은폐하기에 급급하고 원인을 피해자 개인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권위주의적 문화 아래 ‘사회생활’, ‘조직 내 관행’ 등의 이유로 자행되는 직장 괴롭힘을 타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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