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걸프국만 4조원 약속…美 국무부 “이미 수조원 지원했다”며 발빼

IS와의 전쟁으로 초토화된 이라크가 재건 비용이 필요하다고 동맹국에 요청했지만, 그 반응이 미적지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감신문] IS와의 전쟁으로 폐허가된 이라크가 자국 재건을 위해 동맹국들에 비용을 요청했지만, 대부분의 동맹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라크 정부의 요구와는 달리 동맹국들은 5%가 채 되지 않는 금액을 약속하면서, 이번 이라크 재건회의는 사실상 실패한 것이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라크는 이날 쿠웨이트에서 미국과 걸프국 등 우방을 초청해 전후 재건 비용 모금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쿠웨이트와 이라크 정부, 유럽연합(EU), 유엔, 세계은행이 공동 주최했다. 

이 자리에서 이라크는 3년여에 걸친 IS 사태로 파괴된 교통, 에너지, 농업 부분 등 인프라를 재건하려면 880억달러(한화 약 95조원) 상당이 필요하다고 동맹국에 호소했다.

현재 이라크는 전쟁으로 초토화된 상태다. 이라크와 국제 동맹군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전투를 하는 과정에서 제2 도시 모술을 포함한 주요 도시 대부분이 사실상 폐허로 변했으며, 피란민도 수백만명에 이른다. 

'이라크 재건을 위한 쿠웨이트 국제회의'는 12~14일 열렸으며, 전 세계 약 60여개국 정부 및 30여개 국제기구 대표가 참석했다.

하지만 이날 동맹국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동맹국들은 이날 이라크가 요청한 비용의 5%가 채 되지 않는 40억달러(약 4조3000억원)만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 쿠웨이트, 카타르 등 걸프 국가들이 각각 10억달러(약 1조원)씩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며, 미국은 단 한 푼도 언급하지 않았다. 

미 국무부는 지난 2014년 이후 이라크에 이미 17억달러(약 1조8000억원) 상당의 인도주의 지원과 60억달러(약 6조5000억원)의 경제‧안보 비용을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지원한 것이다.

이날 저녁 콘퍼런스 연설에서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은 “지금 이곳에 있는 모두는 이라크가 새 국면에 오르는 것을 돕고, 장기적인 개발에 기여할 기회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라크에서 사업하는 것은 복잡한 게 사실”이라 부연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전날 의회에서 제출한 2019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국방예산을 대폭 증강하는 반면, 외국 구호 기금과 같은 비용을 대폭 삭감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NYT는 “앞으로 IS와의 전쟁에서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이라크에 대한 원조와 다른 자원들을 지원해줄 것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전쟁은 끝났지만, 라마디로 돌아온 옛 주민들은 자신이 살던 집을 알아보는 데 어려움이 겪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집계에 따르면, 시내 전체 건물의 80%가량이 파괴됐다.

미국 외 다른 나라들도 ‘행운을 빈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을 뿐 지원을 주저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이라크 정부에 필요한 돈을 민간 투자로 채울 것을 독려했다.

지난 12일 사미 알-아라지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 위원장은 “그 어떤 계약도 체결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아직 투자 계획을 밝힌 업체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라크에 만연한 부패가 재건 모금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라크는 반(反)부패 시민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가 꼽은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나라 중 하나다. 

미국은 2003~2012년 이라크 개발 및 원조를 위해 지원한 610억달러(약 66조원) 가운데 70억달러(약 7조5000억원)가 행방이 불분명하거나 낭비됐다고 추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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