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교양공감] 그저 지켜만 보더라도 누군가의 감정에 동화돼 같이 눈물을 흘리고, 화내고, 또 웃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굳이 만 얼마를 주고 티켓을 구매하지 않아도 되는, TV를 틀면 볼 수 있는 그것. 바로 드라마다.

TV를 틀면 재방송이든 본방송이든 바로 볼 수 있는 드라마. 첫 회부터 보지 않아도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Public Domain Pictures/CC0 Public Domain]

과장 조금 보태서, 가장 쉽고 간단하게 스트레스를 풀기엔 드라마만한 것이 없다. 한 회에도 몇 번씩 감정이 변하고, 줄거리를 따라가면서 우리는 사랑에 빠져보기도, 누군가를 얄미워하기도, 충격 받아보거나 감동을 받기도 한다. 드라마의 이런 ‘스펙타클’한 매력은 TV를 보는 우리의 스트레스를 해소시킨다.

또 이런 경우도 있다. 평소 드라마를 즐겨 보지 않더라도, 한 회를 진득하니 보고나면 왜인지 그 다음 회차 본방 시간에도 그 드라마를 이어서 보게 되는 것. 괜히 마지막 방영일에는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는 것. 그런 감정들은 인상 깊은 드라마 한 편쯤 있다는 분들 대부분이 공감하실 것이라 생각된다.  

재밌는 건 알아서 말이야~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한국 드라마들! [Max Pixel/CC0 Public Domain]

이렇게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드는 한국 드라마가 안방 시청자들을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예전에는 중국과 일본에서 주로 인기가 있었다면, 이젠 터키에서부터 미국까지. 여러 국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원작의 뜨거운 인기와 더불어 리메이크 바람도 거세다. 새롭게 재창조한 드라마들이 잇따라 방영되고 있는 것이다. 

새롭게 탄생한 리메이크 작품들! 지금 바로 알아보자.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오늘 공감신문 교양공감에서는 한국 드라마가 원작인 해외의 리메이크 작품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던 그때 그 작품들, 어떻게 바뀌었을까? 리메이크 후에도 과연 같은 반응을 얻었을까?

■ ‘미생’ - ‘HOPE ~기대 제로의 신입사원~’

장그래 역을 맡은 나카지마 유토는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가 너무 재미있어서 20화 분량을 한 번에 다 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Fuji TV 홈페이지]

제목부터 일본스러운(?) ‘HOPE ~기대 제로의 신입사원~’은 한국에서 명작 드라마라고 꼽히는 ‘미생’을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2014년 tvN에서 방영된 ‘미생’은 ‘로맨스는 필수!’인 여타 드라마와 달리 직장인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줘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는 듬직하던 장그래가 리메이크작에서 밥상을 엎을 때는 조금 놀랍더라(...) [Fuji TV 홈페이지]

워낙 원작의 스토리가 좋아서일까. 일본에서도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등 직장인들의 큰 공감을 사며 시청자들 사이에서 ‘소소한’ 인기를 끌어갔다.

대중문화 관계자들은 미생의 스토리, 설정이 일본 현지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사랑받을 것이라 예상했으나 시청률은 그닥(...) 높진 않았다. 시청률은 4~6%에 머물렀지만, 동시간대 드라마 만족도 조사에서는 5점 만점에 4점으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오히려 일본의 드라마가 만화 ‘미생’과 싱크로율이 잘 맞는다는 평가도 있었다. [tvN 미생 홈페이지]

일본 네티즌들은 리메이크작인 ‘HOPE ~기대 제로의 신입사원~’이 방영된 후 ‘지극히 평범하게, 일상의 부당함을 보여주는 드라마’, ‘주인공과 처지가 비슷해 남 일 같지 않았다’, ‘역시 한류’, ‘사회인이라면 꼭 봐야 하는 드라마’라고 극찬했다.

■ ‘굿 닥터’ - ‘The Good Doctor’

박재범 작가의 글과 주원의 연기력은 진짜...b 안 보신 분들이라면 꼭 보시길! 추천한다! [KBS2 굿닥터 홈페이지]

2013년 KBS2에서 방영한 ‘굿 닥터’는 독특한 소재로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중 하나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는 물론, 최고 시청률 21.5%를 기록했다.

주원, 문채원이 주연을 맡았던 ‘굿 닥터’는 장애를 가진 의사의 이야기로, 장애인도 우리 사회 구성원 중 하나라는 것을 강조하는 드라마다. 서번트 증후군인 주인공 박시온을 통해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동정과 연민이 아닌 동질감, 공감이다’라는 사실을 보여줬던 것. 

리메이크작의 주인공 이름은 원작 주인공 ‘시온’의 이름을 따 ‘숀’으로 지었다고 한다. [The Good Doctor 페이스북]

이런 따뜻한 소재가 미국 제작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메디컬 드라마가 넘쳐나는 미국이라지만, ‘장애가 있는 환자’가 아닌 ‘장애가 있는 의사’라는 소재는 새로웠던 것이다. 

주인공 박시온의 역할은 영화 ‘어거스트 러쉬’에서 기타를 손바닥으로 탕탕 치던 소년,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짠 내를 풀풀 풍기던 배우 프레디 하이모어가 맡았다.

자폐증 단체 Autism Speaks는 ‘The Good Doctor’측에 ‘자폐증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그렸다’며 상을 전하기도 했다. [ABC The Good Doctor 홈페이지]

지난해 9월 ABC 방송에서 방영됐던 ‘The Good Doctor’은 첫 방과 동시에 대박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즌 2까지 고려하고 있는 작품이 됐다. 무려 인기 시트콤인 ‘빅뱅이론(The Big Bang Theory)’을 제치고 ‘월요일에 가장 많이 본 드라마’로 꼽힌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한국의 정서와는 다르게 멜로보다는 의학적 케이스 부분을 살려 더 사랑받고 있는 ‘The Good Doctor’. 미국 드라마 전문 채널에서도 방영하고 있으니 원작과 비교해보면서 보는 것도 재밌을 듯하다. 

■ ‘미안하다 사랑한다’ - ‘하나의 사랑이야기’

드라마 OST였던 ‘눈의 꽃’은 지금 들어도 명곡 아니겠습니까! [KBS2 미안하다 사랑한다 홈페이지]

방영한지 14년이 지난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여전히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로 꼽히고 있다. 이경희 작가 특유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는 지금 다시 본다면 ‘촌스럽다’ 싶을 순 있지만, 그때는 드라마를 보는 모든 이들이 ‘차무혁’이었고 ‘송은채’였다(...) 

방영 당시에는 ‘미사폐인’이라는 말까지 나오며 시청률 1위를 이어갔고, 주인공이었던 임수정의 니트, 어그 부츠는 ‘완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일본 리메이크작에는 배우 이수혁이 특별출연했다고(...)(TMI) [TBS 홈페이지 캡처]

2012년엔 터키에서 ‘Bir aşk hikayes(하나의 사랑이야기)’로, 2014년 중국에서 ‘对不起,我爱你(미안하다 사랑한다)’, 일본에서 ‘ごめん、愛してる(미안하다 사랑한다)’ 등 여러 국가에서 리메이크 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화제에서 그쳤을 뿐, 리메이크 반응은 영 좋지 않았다. 

특히 일본에서는 원작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겨울연가를 넘은 명작’이라 불리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것이라 예상했다. 예상과는 다르게 시청자들의 반응은 싸늘했고 ‘시대착오적 설정의 풀코스’라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리메이크되기 전 원작 반응이 더 좋았다. 

중국 영화에서는 은채보다는 무혁의 이야기 위주로 흘러간다. [네이버 영화]

터키와 일본과는 다르게 중국에서는 영화로 리메이크됐다. 하지만 원작 특유의 섬세한 연출, 서글픈 스토리가 대거 삭제돼 아쉬움을 줬다고 평가되고 있다. 16부작이었던 드라마를 짧은 시간으로 압축하다 보니 갈등은 더욱 심하게, 전개는 너무 극적이게 바뀌자 ‘우연의 반복이 예상 가능해 지루했다’라는 평이 주를 이뤘다. 

■ ‘킬미, 힐미’ - ‘일곱 명의 나’

‘기억해. 내가 너에게 반한 시간’이라는 찐~한 명대사를 남긴 드라마 ‘킬미, 힐미’ [MBC 킬미, 힐미 홈페이지]

2015년 1월 방영된 드라마 ‘킬미, 힐미’는 일곱 개의 인격을 가진 재벌 3세와 그의 비밀 주치의인 의사의 로맨스를 그렸다.  

황정음과 지성의 ‘꼴라보’는 ‘힐링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라는 말답게 시청자들을 펑펑 울리기도, 또 바닥을 치며 웃게도 했다. 시청자들이 이중인격이 되는 듯 했달까(...) 웃다가 울고, 울다가 웃는 일을 반복하니 말이다. 

지난 2016년 여름에 중국에서 리메이크 제작이 확정됐지만, 한한령(限韓令‧중국 내 한류금지)으로(;;;) 미뤄지다 2017년 12월에 방영됐다. 

남자 주인공은 ‘연기가 존잘’로 호평받았지만, 여자 주인공은 오버 연기로 ‘남주보다 더 미친 것 같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Baidu 칠개아 홈페이지]

리메이크되면서 드라마의 제목도 매우 노골적인 이름인 ‘柒个我(일곱 명의 나)’로 변경됐다. 방송이 시작된 지 5시간 만에 조회 수 5000만을 돌파했고, 중국 드라마 인기 순위 2위까지 기록하며 조회 수가 35억이 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원작 훼손도 없고 연출도 비슷, 아니 똑같다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이렇게 똑같은 연출과 전개가 독이 됐다. 원작의 인기가 높았던 중국 내에서는 “이 정도면 리메이크가 아니라 ‘모방’”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킬미, 힐미’는 ‘경성스캔들’, ‘해를 품은 달’, ‘시카고 타자기’를 집필한 진수완 작가의 작품이다. [MBC 킬미, 힐미 홈페이지]

드라마 ‘킬미, 힐미’는 지난해 북유럽 최대 배급사인 ‘에코라이츠(Eccho Rights)’와 리메이크 계약을 체결하며 북유럽에서 또 다른 리메이크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 좋은 작품은 다시 리메이크해도 괜찮잖아?
한국 드라마가 원작이라니! 우리나라 드라마는 독특한 소재,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을 넘어 아시아에서 전 세계까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앞서 소개한 작품 외에도 ‘신의 선물-14일’, ‘시그널’, ‘쩐의 전쟁’ 등 다양한 드라마가 리메이크되고 있다. 중국, 일본을 넘어 터키, 인도, 베트남, 필리핀,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우리나라 드라마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원작이 훌륭하다고 평가받더라도, 리메이크작이 호평을 받는 일은 드물다 할 수 있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하지만 원작을 먼저 본 우리의 입장에선 리메이크작을 다시 보기란 조금 힘든 편이 없지 않다. 원작이 너무 인상적인 탓인지 자꾸 비교하게 되고, 단점을 찾게 되니 말이다. 완전히 자신의 옷을 입듯 만들어진 ‘The Good Doctor’ 외에는 원작이 최고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듯하다. (물론 ‘굿 닥터’도 원작이 b)(박재범 작가님 b)

그렇지만 리메이크작은 주목받기 마련이다. 워낙 잘 만들어진 스토리에 각국 문화를 덧입히니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재미가 두 배라는 평가도 많아지고 있다. 판권을 사가더라도 연출과 극본은 조금씩 바뀌기 마련이니 그것들을 찾아내는 재미도 있다. 

미국, 일본, 중국 등 각국에서 ‘명품 드라마’가 넘쳐난다지만, 우리 정서에 맞는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 아니겠나! [Max Pixel/CC0 Public Domain]

명품 드라마가 연이어 나오고 있는 요즘이다. 대박 작품으로 불리는 웹툰도 드라마화되고 있다. 이런 추세를 이어가면서 한국 드라마는 더 흥하지 않을까 싶다. 아마 해외 제작자들은 우리나라 작품의 판권을 사기 위해 이미 눈에 불을 켜고 있지 않을까?  

‘신파의 끝’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한국 드라마. 드라마를 사랑하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세계에서 더 큰 사랑을 받고, 더 많은 리메이크작이 탄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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