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반감 우려한 조치...합참 심리전위원회, 대북방송 제작 관계자 주간 단위 통제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가동 중인 대북확성기

[공감신문] 새정부 출범 이후 최전방 지역의 대북확성기의 대북비판 내용 수위가 크게 낮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언급이 사라지고 민족동질성을 강조하는 내용은 늘어나 야권의 ‘안보 프레임’ 공세가 예상된다.

22일 국회 국방위원장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이 심리전단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합동참모본부는 지난해 심리작전지침을 새로 하달하면서 이같은 내용을 국군심리전단에 명령했다.

합참은 ‘대놓고 김 위원장을 비판하는 내용을 방송하면 북한 주민들의 반감만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김 위원장 언급 삭제를 지시했다고 알려졌다.

새로운 작전지침이 내려옴에 따라 방송 내용을 결정하는 합참 심리전위원회는 방송을 제작하는 PD, 작가 등 관계자들에게 지침을 준수할 것을 전하고 주간 단위로 관리·감독했다.

지난해 2월 김정남 독극물 피살 사건을 방송 중인 대북확성기

이에 심리전단의 대북방송 비판 내용 수위는 크게 낮아졌다. 심리전단은 김 위원장 언급을 피하는 대신 ‘미사일 시험발사에 예산이 많이 투입돼 주민들이 고생한다’, ‘고위층은 호의호식하는데 주민들은 굶주린다’는 내용을 방송 중이다.

비판수위가 감소한 대신 ‘민족동질성’을 강조하는 내용은 증가했다. 심리전단은 최근 남북 고위급회담, 북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남북 공동입장 등의 뉴스 비중을 늘렸다. 이는 북한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김 위원장의 독재를 강도 높게 비난하던 전 정부의 지침과 확연히 배치된다.

대북확성기 방송은 지난 2015년 8월 북한이 목함지뢰 도발을 감행한 이후 재개됐다. 8.25 남북합의로 일시 중단된 적도 있지만, 2016년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 이후 다시 시작됐다.

당시 방송의 주된 내용은 ‘주민들은 굶주리는데 김 위원장이 홀로 호위호식한다’, ‘북한을 이끌어갈 능력이 부족하다’ 등이 직접 비판이 주를 이뤘다.

심리전단 관계자는 “대북확성기 방송 내용이 일부 바뀌었지만, 음량이나 방송 길이에는 변함이 없다”며 “기기 가동률도 80~90%로 과거 수준을 유지하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군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운용 중인 대북확성기의 모습

김학용 의원은 “대북심리전의 최후 보루인 대북확성기에서 김정은에 대한 비판이 누락된 것은 현 정부가 보여주는 저자세의 결정판”이라며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을 위한 선제조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반도가 위기상황임은 변함없는데 군 당국이 먼저 경계를 느슨하게 풀면 자칫 북한이 오판할 수 있다”며 “더 완벽한 경계·안보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현재 심리전단은 군사분계선(MDL) 부근 최전방에서 신형 고정식 확성기 24대, 구형 고정식 확성기 16대를 운용하고 있다. 내용은 뉴스, 드라마, 음악 등으로 구성돼있으며 하루 평균 20시간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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