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글로벌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가계빚이 지난해 1450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개입해 가계빚 증가율을 한 자릿수로 떨어뜨렸지만 여전히 소득에 비해 증가세가 가팔랐다.

한국은행은 22일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2017년 4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을 발표했다. 

작년 말 가계신용 잔액은 전년대비 108조4000억원(8.1%)이 증가한 1450조9000억원이었다. 이는 한은이 2002년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가계신용은 가계부채를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통계다. 가계가 은행‧저축은행‧대부업체 등 각종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과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을 합친 금액을 뜻한다.

증가세는 둔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증가액은 2015년(117조8000억원), 2016년(139조4000억원)보다 적었다. 증가율도 정부 목표치인 8% 수준에 부합했다.

그러나 여전히 100조원 넘게 불어나는 등 소득에 비해 과다하게 빨리 증가하는 추세가 이어졌다. 2013~2016년 가계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5%대였다.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90%가 넘는 가계빚 수준은 저금리 장기화의 부작용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처럼 높은 가계빚 수준이 계속된다면 민간 소비가 위축되고 금융안정이 훼손될 위험이 있다.

작년 말 가계대출 잔액은 1370조1000억원으로 1년 사이에 7.9%(100조3000억원) 늘어났다. 전년(131조9000억원)보다는 증가폭이 작았다.

예금은행은 43조3000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 증가액이 각각 21조6000억원이다. 주담대는 정부 규제 강화와 주택 매매 감소 등으로 증가폭이 전년(40조8000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기타대출은 12조9000억원에서 크게 늘어 역대 최대치였다. 지난해 출범한 인터넷은행 대출(5조5000억원) 등 신용대출이 대폭 증가한 결과다.

한은은 “소비심리 개선에 따른 자금 수요 증가, 주택거래와 입주 관련 부대비용 수요, 월세‧상가 임대료 상승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가상화폐 투자 여부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저축은행,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기관은 가계대출이 22조6000억원 증가했다. 정부 리스크관리 강화로 전년(42조6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줄었다. 기타대출은 11조8000억원, 주담대는 10조8000억원 늘었다.

작년 4분기의 가계신용 증가액은 31조6000억원으로 3분기(31조4000억원)와 비슷했다.

한은은 4분기의 대출수요가 늘어난 배경에 계절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했다. 또 작년 하반기 입주물량이 많았던 점이 증가세를 둔화시킨 것으로 분석했다.

작년 4분기 가계신용 대출은 28조8000억원 증가했다. 예금은행 증가액이 15조2000억원인데 이 중 주담대가 6조8000억원, 기타대출이 8조4000억원이다. 기타대출은 전분기보다 1조4000억원 확대된 반면, 주담대는 1조2000억원이 줄었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대출 증가액은 4조8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5000억원이 늘었지만 1분기(7조4000억원)보다는 적었다.

판매신용은 지난해 8조1000억원으로 11.1% 증가해 잔액이 80조8000억원에 달했다. 4분기에는 2조8000억원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