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아빠 이영학, 62번째 사형수 될까…사형집행은 20년째 전무

[공감신문 시사공감] 딸의 친구를 성추행하고 살해해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체포된 후, 어린 딸을 범죄에 가담시키고 아내에게 성매매를 시킨 사실 등이 추가적으로 드러나면서 사회적인 공분을 샀던 ‘어금니아빠’ 이영학. 

어제인 21일 진행된 1심 재판에서 이영학은 법정최고형에 해당하는 사형을 선고 받았다. 

21일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는 이영학

“준엄한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하겠습니다. 
피고인 이영학에게 사형을 선고합니다.”

이날 재판부는 35분에 걸쳐 그의 범죄에 대한 질타를 가했다. 특히 이영학의 범행은 어떤 처벌로도 위로나 회복될 수 없는 비참한 결과를 가져왔으며, 피해자를 향한 반성이나 죄책감도 찾아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부는 또 가석방이나 사면이 없는 ‘절대적 종신형’이 존재하지 않는 현재 상태에서 무기징역은 사형을 대체할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들었다. 

이번 1심 판결이 항소심 등에서 감형 없이 유지·확정된다면 이영학은 62번째 사형수가 된다. 

사형선고가 내려진 것은 2년 만의 일이다.

2년 만에 내려진 사형선고를 두고 여러 가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오랜만에 사법부가 제대로 된 판결을 내렸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뜻밖의 판결’이라는 반응도 눈에 띈다. 지금까지의 사형선고가 대부분 피살자가 2명 이상인 경우에 내려졌기 때문이다.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 사형제 폐지 찬반 논란이 또 다시 화두에 오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점점 뜨겁게 달아오르는 사형제 폐지 논란을 오늘 시사공감 팀에서도 되짚어보고자 한다. 

 

■ 한국의 사형수들 
이영학 바로 직전, 그러니까 가장 최근 사형선고가 내려져 수감 중인 이는 일명 ‘임병장 사건’의 범인, 임도빈이다. 그는 2014년 육군 22사단 GOP(일반전초)에서 총기를 난사해 동료 5명을 살해한 죄로 2016년 2월, 대법원으로부터 사형을 확정 받았다. 

2009년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범행현장 재연 모습

잔인무도한 연쇄살인사건으로 전국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강호순과 유영철을 비롯해 현재까지 사형수로 수감돼 있는 이들은 총 61명이다. 이 가운데 가장 오래된 사형수는 1993년 형이 확정된 원언식이다. 그는 아내가 특정 종교에 빠진 데 불만을 품고 종교시설이 위치한 건물에 불을 질러 15명을 죽게 하고 25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외국인 사형수도 있다. 안산 부녀자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인 중국인 왕리웨이다. 불법체류자였던 그는 24살이던 2000년 4월부터 6월까지 경기 안산 일대에서 심야에 혼자 귀가하는 여성 9명에게 중상을 입히고 2명을 성폭행 후 살해한 혐의로 2001년 사형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선고만 있을 뿐, 사형집행은 20년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마지막 사형집행은 김영삼 정권 당시인 1997년 12월 30일로, 총 23명의 사형수가 동시에 형장의 이슬로 생을 마감했다. 

마지막 사형집행이 이뤄진 것은 1997년 12월 30일이다. [MBC 뉴스 캡쳐]

당시 법무부는 “이번 사형집행은 장기 미집행자에 대한 통상적인 형집행임과 동시에, 정부의 엄정한 법집행 의지를 표명해 범법자들에게 법의 엄정함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 사회기강을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국제인권단체인 국제엠네스티 기준에 따라 ‘실질적 사형제 폐지국가’로 분류된다. 국제엠네스티는 법적으로 사형제가 폐지된 것은 아니지만 10년 이상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는 나라들을 이처럼 분류하고 있다. 

 

■ 사형제 폐지, 수년째 이어지는 찬반 대결 
지난해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남녀 5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사형제가 부활돼야 한다는 의견이 전체 중 52.8%로 과반을 차지했다. 우리 국민 2명 중 1명은 흉악범들에 대한 사형 집행이 이뤄져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반면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이들은 9.6%로 나타났다. 이는 2009년 조사 당시 21.5%였던 것보다 절반 넘게 줄어든 수치다. 

우리 국민 2명 중 1명은 흉악범들에 대한 사형집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Maxpixel/CC0 Public Domain]

사형제 유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가장 큰 이유로 피해자의 인권을 말한다. 사형수들이 저지른 흉악한 범죄로 피해자 혹은 유가족에게 입힌 상처를, 죽음으로써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들을 관리하는 데 드는 막대한 혈세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2016년 기준 사형수 61명의 평균 수감기간은 14년, 1년 간 이들에게 들어가는 예산은 평균 2000만원에 달한다. 대부분의 독방 생활을 하고 다른 수감자들과 달리 노역도 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연간 12억 원 이상의 비용이 사형수 관리에 쓰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죽을죄를 지은 이들이 오히려 국민의 세금으로 잘 먹고 잘 산다는 게 말이 안 된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975년 4월 8일 오전 대법정에서 개정된 민청학련 인혁당 관련사건 피고들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상고심 선고공판.

반면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의 입장은 법의 테두리를 이야기한다. 사법 권력이 한 인간의 생명을 앗아갈 만큼의 힘을 쥐어서는 안 된다는 원론적인 시각이다. 여기엔 사형제의 정당성에 대한 물음표도 포함돼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오판 가능성이다. 미국에서는 사형선고 후 무죄방면 되는 사례가 연간 5건 정도씩 발생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치적 악용을 위해 오판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958년 ‘진보당 사건’과 1974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다. 

 

■ 폐지냐, 존속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렇다면 정치권의 입장은 어떨까. 일단 우리 정부는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데 뜻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사형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범죄 억제 효과가 없기 때문에 전 세계 140여개국에서 사형제를 폐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5월 이낙연 국무총리의 인사청문회 당시 모습

이낙연 국무총리 역시 지난해 5월 열린 인사청문회 당시 “사형집행이 수십 년간 이뤄지지 않았는데, 그 태도가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사형집행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도 마찬가지로 작년 7월 인사청문회에서 “사형제는 궁극적으로 폐지해야 할 제도”라고 밝힌 바 있다. 

이성호 인권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역사적인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인권발전에 족적을 남길 사형제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제 도입,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역시 후보자 시절 사형제 폐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흉악범죄에 대한 응보형 관점과 국민의 법감정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오판으로 집행될 경우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다”며 “인간의 존엄성 등에 비춰 사형제는 폐기할 때가 됐으며 그 대신 감형이 없는 종신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사형제 폐지 관련 법안이 발의와 자동폐기를 반복하고 있다. [wikimedia/CC0 Creative Commons]

국회에서도 사형제 폐지 법안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매번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되고 있다. 특히 17·19대 국회에서는 각각 170여명의 의원이 관련 법안에 서명하며 가시화 조짐을 보였으나, 역시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해 흐지부지 됐다. 

이번 국회에서도 사형제 폐지 법안은 발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 사형제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 
국제엠네스티가 사형제 폐지 캠페인을 처음 전개하던 1977년만 하더라도, 전 세계 200개 국가 가운데 사형제를 폐지한 나라는 단 16개국에 불과했다. 

세계 사형폐지의 날을 기념해 사형반대 퍼포먼스를 벌이는 국제엠네스티

그로부터 40여년이 흐른 지금, 사형제를 완전히 폐지한 나라는 104개국에 달하며, 우리나라처럼 실질적 사형제 폐지국가로 분류된 나라는 37개국이다. 사실상 전 세계 국가 중 3분의 2가 사형제를 폐지한 것이다. 현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법적으로 사형제를 유지하는 나라는 한국, 미국, 일본 단 3개국뿐이다.

이처럼 사형제 폐지국이 늘어나는 것은 사형의 실질적인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형제는 흉악범죄를 억제하는 제압효과를 전제로 하는데, 사실상 그 효과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실제 미국의 범죄 관련 학회들의 전·현직 학회장 가운데 88%가 ‘사형제는 범죄를 예방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선진국 중 예외적으로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은 1972년 사형제를 폐지했다가 강력범죄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4년 만에 부활시켰다. 그러나 최근 들어 뉴욕, 뉴저지, 위스콘신 등 주(州)별로 사형제를 폐지하는 곳이 점점 더 늘고 있는 상황. 국가적으로 봤을 때도 사형집행 건수는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세계적인 흐름과 역행해 오히려 사형제를 폐지했다가 부활시킨 나라도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등이 그렇다. 필리핀과 터키 역시 사형제 부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사형제 반대하는 EU 관리들을 목매달아야 한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해 “사형제를 부활시켜 매일 5~6명의 범죄자를 처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터키는 “사형제를 부활시키면 EU(유럽연합) 가입은 포기해야 할 것”이라는 EU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사형제 부활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현재 사형제가 존재해 있으며 실제 집행까지도 이뤄지는 나라는 중국, 일본, 사우디, 이라크 등 58개국이다. 지난해 12월에도 소년 사형수에 대한 형을 집행했던 일본에서는 아베 정권 동안에만 21명의 범죄자에 대한 사형집행이 이뤄졌다.  

2015년 국제엠네스티가 발표한 사형 집행 상위 국가는 이란,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등이며 이 3개국이 2015년 처형시킨 사형수는 최소 1634명으로 추산된다. 중국은 통계자체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이 기간 최소 1000명이 사형 당했을 것이라고 국제엠네스티는 추정했다. 

 

■ ‘눈눈이이’만이 답일까 

사형제 폐지 찬반 논란은 앞으로도 당분간은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여러 가지 주장들이 각각의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우고 있는 만큼, 어떤 것이 옳다 그르다 이야기하기는 참 어려워 보인다. 

말 그대로 ‘죽을죄’를 지은 이들이기 때문에 마땅히 사형으로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의견도, 법이 누군가를 해칠 수 있는 무기가 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모두 일리가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다만 시사공감 팀은 근대 형법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탈리아의 형법학자 체사레 베카리아의 저서 ‘범죄와 형벌’ 속 구절을 인용해 오늘의 포스트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pxhere/CC0 Public Domain]
법은 살인을 방지하는 데 존재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법이 살인을 허락하고 있다.
어떻게 모든 가치의 최고인 생명을 빼앗을 권능이 국가에 주어졌다 할 수 있는가.
국가는 개개인의 욕망을 조용히 누그러뜨리는 조절자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러한 국가에서 사형과 같은 쓸모없는 잔혹성이 어떻게 뿌리내릴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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