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날씨에 전국 곳곳서 산불, 수리부품조차 못 구하는 노후헬기 수두룩 해

[공감신문] 건조한 날씨에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나면서 소방헬기 프로펠러가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전국 소방헬기와 소방대원들은 전국을 넘나들며 산불 진압을 위해 매일 전쟁 같은 비행에 나서고 있다.

23일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491건의 산‧들불이 발생해 임야 128만7241㎡가 불탔다. 수십 년 넘게 뿌리내린 나무들은 하룻밤 새 잿더미로 변했다. 재산피해는 집계되지 않았다.

작은 불씨에 산 전체가 전소될 뻔한 대형 화재도 있었지만, 소방헬기와 대원들의 목숨을 건 활약으로 그나마 피해가 줄었다.

건조특보에 전국 소방헬기가 산불 진압을 위해 매일 전쟁 같은 비행에 나서고 있다.

지난 11일, 강원도 삼척 노곡‧도계에 큰 산불이 났다. 거센 산불의 기세에 산림 117만㎡은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화재로 인한 피해 지역은 축구장 164개 면적에 달한다.

소방대원들은 소방헬기를 이용해 험한 지세와 강한 바람으로 빠르게 번지는 삼척 화마를 제압했다.

삼척 화재 진압에 이용된 헬기는 40대가 넘었다. 대원들은 닷새간 밤낮없이 불씨와의 사투를 벌여 진압에 성공했다.

대형 화재가 났던 삼척에 투입된 40여대의 소방헬기는 산불 진압에 성공해 피해를 줄였다.

초대형 산불로 번질 위험이 컸던 삼척 산불 진압의 일등공신인 소방헬기는 섬에서 발생한 화재 진압에도 큰 공을 세웠다.

지난 22일 낮 12시 20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풍도동 마을 복지회관 부근 산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주민 한 명이 숨지고 축구장 1개 넓이 임야가 소실됐다.

진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소방헬기였다. 현장에는 의용소방대와 주민, 경찰, 해군 등이 투입됐었다.

소방당국은 섬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펌프차 등 차량 투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헬기를 띄워 불과 1시간 만에 큰 불길을 잡아냈다.

소방청 관계자는 “도서 지역은 소방차량 진입이 어려워 불이 나면 헬기가 출동하는 경우가 많다”며 “순식간에 많은 물을 쏟아내는 헬기는 화재 진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화재 현장에 없어서는 안 될 소방헬기이지만 노후화 문제가 심각하다. 전국 소방본부에 도입된 것이 30년 전인데, 대부분 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노후화된 소방헬기는 화재 진압에 필수적인 물탱크 용량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산불이 나도 산림청 헬기를 보조하는 수준에 그칠 때가 많다.

오랜 연식으로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탓에 제대로 수리를 하지 못해 탑승자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우려도 크다.

소방헬기는 산불 화재 진압에 필수적이지만, 노후화가 심각한 상태다.

화재와 구급 등 긴급상황에 24시간 대비하기 위해 전국에 배치된 소방헬기는 모두 28대다.

중앙119구조본부에 4대가 있고 서울과 경기 각 3대, 부산‧대구‧인천‧강원‧전남‧경북이 각 2대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시‧도인 전북‧광주‧울산‧충북‧경남‧충남에는 각 1대씩 배치돼 있다.

건조특보가 내려진 지난달 말부터는 경계 없이 전국을 넘나들며 산불과 들불 진화에 투입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의 소방헬기는 거의 매일 이‧착륙을 반복하고 있다.

강원과 경기 등은 산불이 잦고 응급환자 수요가 많아 소방헬기 프로펠러가 멈추는 날이 거의 없다. 전북 등 일부 지역 헬기도 이틀에 한 번꼴로 출동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연일 산불과의 사투를 벌이는 소방헬기 노후문제 해결과 장비 개선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소방헬기 노후화와 장비 문제가 가장 심각한 지역은 전북이다. 면적의 70%가 산악지형인 전북은 1993년 생산한 소형 소방헬기(BK117B2) 한 대만을 운용하고 있다.

이 헬기는 지난 1993년 9월에 도입된 이후 23년간 단 한 번도 교체되지 않았다. 전국에서 소방헬기를 1대만 보유 중인 6개 시‧도 중에서도 가장 오래 됐다.

지난 23년간 교체되지 않은 전북의 소방헬기는 노후화가 가장 심각했다.

또 소형헬기의 특성상 산악‧해상‧도서지역의 이상기류와 강한 바람을 견디지 못한다. 강풍과 호우로 기상이 악화되면 사실상 투입이 불가능해진다.

물탱크 용량도 675ℓ에 불과해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산림청 헬기에 진화 임무를 넘겨주고 부상자 후송 등만 맡고 있다.

소방당국은 강원과 대구 등 최신형 소방헬기를 도입한 곳을 제외한 타 지역 사정도 비슷해 화재 현장에서 제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전북소방본부 관계자는 “보름 가까이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논‧밭두렁을 태우다 인근 임야로 번져 큰 산불이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면서 “전북은 헬기 도입이 오래됐고 물탱크 등 장비가 열악해 환자 수송 등에만 제한적으로 쓰이고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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