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책임소재 확인 어려워...방남 환영”...한국당 “김영철, 한국땅 밟아선 안돼”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공감신문] 22일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에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방남 대표 단장으로 발탁하자, 당정과 보수 정당이 날을 겨누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당정과 보수당이 첨예하게 대치하는 이유는 김영철 부위원장이 지난 2010년 3월 26일과 11월 23일 발생한 천안함 폭침 사건·연평도 포격을 지휘한 주범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자유한국당은 김 부위원장 방남 소식에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당초 한국당은 개헌 의총을 진행 중이었지만, 의총은 곧바로 ‘김영철 방남 의총’으로 바뀌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운데)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23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북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단장으로 한 고위급 대표단의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위한 방남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긴급 의총에서 “생때같은 우리 장병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철천지 원수이자 한미 독자제재의 장본인이 대한민국 땅을 밟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3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본인의 페이스북에서 “김여정 방한에 이어 김영철 방한은 평양올림픽의 마지막 수순으로 보인다”며 “나라의 안보 주권은 김정은에게 바치고 경제 주권은 트럼프에게 넘어가면 이 나라는 어디로 가나”라며 반문했다.

개혁보수를 표방하는 바른미래당도 김 부위원장의 방남에 난색을 표했다. 다만 한국당에 비해 다소 절제된 표현을 이용해 당정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바른미래당 김철근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김 부위원장은 46명의 우리 장병이 희생된 천안함 폭침, 목함지뢰 도발 등 천인공노할 대남도발의 기획자이자 원흉”이라며 “(방남 대표단장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가 23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 중이다. 이날 공동대표 두 명은 김영철 방남 반대 의사를 표출했다.

23일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는 “김영철 방한에 분명히 반대하며 문재인 대통령은 김영철을 만나서는 절대 안 된다”라며 “당장 정부는 김영철 방한 허용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박주선 공동대표는 “김영철을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국민은 판단하고 있다”며 “해군 46명을 살해한 전범과 대화를 하는 것은 국민을 능욕하고 모욕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반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진보성향의 정당은 김 부위원장의 방남이 한반도 평화정착의 계기로 될 것을 기대하며 환영하는 모양새다. 더욱이 보수 정당이 제기한 ‘대남도발 주범’ 논란에는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23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이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위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방남과 관련, 자유한국당의 공세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22일 더불어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행사에 김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며 “이번 방문도 한반도 긴장 완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23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한국당이 북한 고위급 인사를 꼬투리 잡아 국회 보이콧을 운운하는 것은 마지막 올림픽 훼방”이라며 “2010년 합동조사에서 김영철 연루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 안 된다는 것이 국방부의 공식 발표”라고 반박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과거 국방부가 천안함 도발의 구체적인 책임 소재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한 것으로 안다”고 야당의 제기를 일축했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 중이다.

호남 중진의원을 주축으로 창당한 진보성향 민주평화당도 여당의 의견에 무게를 더했다.

22일 민주평화당 최경환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문재인 정부는 이번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을 계기로 남북대화뿐만 아니라 북미대화의 물꼬도 틀 수 있는 가교 구실을 충실히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23일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는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의 ‘평화 알레르기’가 재발하고 있다”며 “천안함 폭침의 배후라는 이유로 반발 중이지만 정작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군사회담 파트너로 접촉한 사실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23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북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단장으로 한 고위급 대표단의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위한 방남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나소열 정무수석실 자치분권비서관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이밖에 한국당은 김 부위원장 방남에 강력히 항의하기 위해 23일 오전 청와대를 긴급방문해 ‘김영철 방한 철회 촉구 서한’을 나소열 정무수석실 자치분권비서관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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