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경제 첫 점검회의…한은 발권력 동원 밀어붙이던 정부 구상에 제동

[공감신문 이은철 기자] 여야 3당이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재정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공감했다. 이는 한국은행 발권력을 동원해 국책은행의 자본을 늘리려는 정부의 방향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우선 재정을 동원해 구조조정 재원을 마련하는 게 옳다는 여야정의 의견 절충으로 해석된다.

새누리당 김광림,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1차 여·야·정 민생경제점검회의를 열어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김광림 정책위의장이 밝혔다.

김 정책위의장은 브리핑에서 "구조조정 문제에서 이해 관계자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현재의 부실과 잠재적 부실 진단을 토대로 국민 부담이 최소화되게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고, 재정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고 밝혔다.

김 정책위의장은 산업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의 투자 확충을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논의는 됐지만 규모 등은 구체적으로 논의되진 않았다"면서 "다만 재정도 상당한 부분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부실과 잠재적 부실을 진단해 국민 부담을 최소화해야 하고 재정도 부담해야 한다는 게 최종적으로 합의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합의라고까지 할 수는 없고, 논의가 모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 지출을 어떤 방식으로 확대할지에 대해서는 기존의 이견을 노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국책은행의 자본을 늘려 구조조정 재원으로 사용하는 '한국형 양적 완화'를 거론했지만, 야권은 우선적으로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에 방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변 정책위의장은 "해당 기업이나 채권은행단이 경기 흐름이나 수용 예측 등에서 경영상 문제가 있으면 분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모럴 해저드가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한국은행의 발권력 동원은 자제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성식 정책위의장도 "정부가 한은 발권력을 동원하기에 앞서 우선 재정을 통해 우선적 조치를 해야 한다"면서 "그것이 있을 때 진단도 제대로 되고 책임 규명도 제대로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특별한 수단을 말씀드리는 게 아니고 실제로 어떻게 할지는 태스크포스가 안을 작성하고 있으니, 거기에 모든 가능성을 담겠다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여·야·정 제1차 민생경제 현안 점검회의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김성식·더불어민주당 변재일·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여야 3당은 성과 연봉제 도입과 관련, 지난해 노·사·정 합의대로 도입 기준을 마련하고 노사 합의로 도입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 3당은 또 정부에 대해 성과 연봉제 도입 강압과 같은 불법 논란이 있음을 지적했으며, 이에 대해 정부 측은 "불법과 탈법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유아 무상보육(누리과정) 예산 논란과 관련, 여야 3당은 올해 보육 대란이 예상되는 만큼 중앙정부가 조금 더 '재정적 책임'을 지고 대책을 마련해 다음 회의에서 보고하고 논의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금년 예산은 시도 간 형평성 문제 등이 있음으로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김 정책위의장은 전했다.

이밖에 여야 3당과 정부는 여·야·정 민생경제점검회의를 매월 1회 정례적으로 열기로 합의했으며, 다음 회의는 다음달 둘째 주에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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