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요금, 최저생계비에도 미달...서울시, 택시기사 처우 개선 나서

[공감신문] 지방선거가 끝난 후 올 하반기에 서울시 택시 기본요금이 900~1500원 오르고, 할증 시간도 1~2시간 앞당겨진다. 승차를 거부하는 택시는 10일 이상의 자격 정지를 부과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도 도입된다.

서울시의회‧서울시‧택시업계는 지난 연말 도시교통본부 소속 공무원과 택시 노사, 전문가, 시민사회 등으로 이뤄진 ‘택시 노사민전정 협의체’를 꾸려 이같은 논의를 진행했다고 26일 밝혔다.

올 하반기에 서울시 택시 기본요금이 900~1500원 인상될 전망이다.

이번 인상은 최근 물가 상승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현 요금체계 아래에서는 택시기사의 최저생계비조차 맞추지 못한다는 문제 인식에서 비롯됐다.

서울시가 자체 분석한 결과 서울 시내 법인택시 운전자의 월평균 수입은 약 217만원 정도다. 이는 시내버스 운전자의 월수입인 303만원의 60% 수준으로, 올해 4인 기준 최저생계비보다 낮은 금액이다.

지난해 6470원에서 올해 7530원으로 16.4% 오른 시간당 최저임금도 요금 인상에 대한 압박을 더했다.

택시업계와 노조는 그동안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요금 인상뿐이라고 주장해왔다. 근로시간 단축은 노동자의 여건을 보장하려는 최저임금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택시업계에서는 지난 수년간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법으로 최저임금을 ‘겨우’ 맞춰왔다.

이번 인상은 최근 물가 상승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현 요금체계 아래에서는 택시기사의 최저생계비조차 맞추지 못한다는 문제 인식에서 비롯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사법부가 채무자 회생 신청 시 ‘인간다운 생활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으로 제시한 268만원을 적용해 지금보다 월 50만원가량 택시기사의 수입을 늘려주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월수입 50여만원 증대를 위해서는 요금이 15~25% 인상돼야 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얻었다”며 “구체적인 인상 폭은 추후 논의와 조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시는 택시 기사의 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안을 놓고 검토 중이다. 기본요금을 25% 올려 직접적인 인상 효과를 내는 1안과 기본요금 15% 인상에 사납금 동결을 더해 실질적인 소득 증대를 꾀하는 2안이다. 각각 하루 8시간 기준, 300만원과 254만원으로의 임금 인상이 예상된다.

현 기본요금인 3000원에서 25% 인상된 금액은 4500원이며, 14% 인상된 금액은 3900원이다. 2안의 경우 택시기사의 직접적인 소득 증가는 1안보다 적지만 택시기사가 회사에 내는 사납금 인상을 막아 부수적인 효과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택시 기사의 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5%인상안과 15%인상안 두가지를 놓고 논의 중이다.

현재 서울 택시요금은 2km까지 적용되는 기본요금 3000원과 142m 혹은 35초마다 100원씩 가산되는 거리‧시간 요금 체계로 이뤄져 있다. 15~25% 인상분이 기본요금과 거리‧시간 요금에 각각 얼마씩 반영되느냐에 따라 구체적인 기본요금 인상액이 달라진다.

서울시는 자정부터 오전 4시까지 요금을 20% 더 받게 돼 있는 할증 시간을 확대해 승차거부를 줄이는 방안도 함께 논의 중이다. 할증 시작 시각을 오후 10~11시로 당겨 이때부터 할증 요금을 부과하겠다는 방안이다. 밤 11시로 당기면 20%, 밤 10시로 당기면 10%가 부과될 가능성이 크다.

협의체 위원들은 대체로 택시기사의 처우를 개선하려면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오는 6월 지방선거 일정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택시 요금 인상은 하반기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택시요금을 인상하기 위해서는 시민 토론회, 시의회 의견 청취, 택시정책 위원회 개최, 물가대책 위원회 개최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올 상반기에 모두 해내기에는 일정상 빠듯할 것이란 분석이다.

시는 협의체가 다음달 최종안을 제출하면 이를 토대로 본격적인 정책 검토에 나선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추진하면서 각계 전문가로 이뤄진 ‘광화문포럼’을 꾸리고, 이들이 내놓은 제안을 시가 받아들였던 과정과 유사한 수순이다.

승차 거부 근절을 위해 10일 이상의 자격정지를 내리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이 고려되고 있다.

택시요금이 시민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만큼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승차거부 근절을 위한 강력한 대책도 추진된다. 2016년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택시 승객들이 가장 많이 제기하는 불만은 불친절(34.6%)과 승차거부(30.7%)였다.

시는 승차를 단 한 차례라도 거부하면 최소 10일 이상의 자격정지를 내리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자격정지 10일을 받으면 월평균 70만원 이상의 수입을 잃는 데다가 과태료 20만원까지 내야 하므로 택시기사에게는 치명적이다.

이밖에도 서울시는 택시산업 선진화를 위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민관 협력 거버넌스 조직인 ‘택시센터’를 만들어 택시 관련 행정을 맡기는 방안, 빅데이터를 토대로 수요가 많은 지역을 찾아내 기사에게 알려주는 ‘AI(인공지능)택시’ 도입,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앱 미터기’ 도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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