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관공선 조기발주 포함…조선·해운업계, 정부의 계획조선 화답 기대

[공감신문 김송현 기자] 부산시는 지난 20일 '조선·해운업계 위기 처방전'의 하나로 정부에 50억 달러 규모의 계획 조선을 건의했다. 조선·해운업계는 “계획조선이 실시되면 수주 가뭄을 극복하는데 단비가 될 것”이라며, 정부가 이 건의를 긍정적으로 반영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규옥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수주절벽으로 말미암은 일감 지원을 위해 정부 주도 계획조선 발주를 고려해야 한다"라며 "정부 주도로 진행할 신조 지원액 규모를 12억 달러에서 50억 달러로 늘려야 숨넘어가는 조선·해운시장의 숨통을 틔울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부산시가 건의한 구체적인 계획조선 규모는 올해부터 3년간 국비와 민자 등 21조6,300억원에 달한다.

이중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우선 50억 달러가량을 발주하자는 것이 부산시 건의의 핵심이다.

 

부산시는 계획조선 시행과 더불어 낡은 국내 연안여객선에 대한 조기 교체 방안도 제시했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연안 여객선 중 25%가량이 선령 20년이 넘은 만큼 조기 교체를 통해 안전도 확보하고 조선·해운업계의 위기 극복도 도모하자는 것이다.

부산시는 군함과 해경정 등 조기 발주, 가스공사 등 공공기관의 LNG선 발주, 노후 관공선 교체를 위한 조기 발주도 함께 제안했다. 현재 발주 예정인 군함과 공공기관 선박, 교체 대상 관공선 등은 300여 척에 달한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수렁에 빠진 조선·해운업계 구조조정을 독려하고자 '조선·해운업계가 경영 정상화에 성공하면 12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통해 1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신조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조선·해운업계 신조 지원 의사를 내놓자 부산시는 지난 20일 지역 조선·해운 관련 업계 대표들이 참석한 '조선·해운산업 민·관 합동 지원단 회의'에서 50억 달러 규모의 계획조선을 지원할 것을 건의했다.

지방정부인 부산시가 중앙정부에 대규모 조선·해운업계 지원책 마련을 촉구한 이유는 조선·해운업계 위기로 말미암아 지역 근간산업인 조선산업과 조선기자재산업은 물론 해운과 관련 산업의 고사까지 거론되는 등 지역 경제가 추락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앞서 부산시 조선·해운업계 민·관 합동 지원단 회의에서 '정부 주도 선박 발주 등을 통한 선순환 구조 창출 방안'이 제기됐다. 이 자리에서 부산시는 계획조선 후 해운사에 저렴하게 빌려줘 해운업과 조선업 상생을 도모함으로써 위기에 처한 해운업과 조선업뿐만 아니라 전·후방 연관산업인 철강산업과 비철금속, 화학, 조선기자재 산업에 이르기까지 낙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계획조선(計劃造船)
1976년에 도입돼 1993년까지 시행됐다. 취지는 “우리 화물은 우리 배로 나르고 우리 배는 우리 조선소에서 건조한다”는 것이었다. 정부가 실수요자(해운회사)를 선정해 산업은행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고, 국내 조선소에서 선박을 건조하도록 했다. 조선·해운·철강등 연관산업을 동시에 육성하는 제도였다. 현재 우리 산업구조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 업종이 모두 관련돼 있었다. 이 제도 시행으로 제18차 계획조선까지 181척, 455만톤의 선박이 건조됐다. 초창기 해운·조선업 성장에 크게 기여했고, 철강산업에도 파생효과가 컸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수주 가뭄에 목마른 지역 조선업체에 그야말로 단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모 조선기자재 대표는 "살아남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현재 수주절벽에서 살아남으려면 최소 2∼3년을 버텨야 한다. 이 기간 정부가 조기 발주에 나선다면 조선사와 해운사 모두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 상공계 관계자도 "정부에서 10척 규모 신조 프로그램을 발표했지만, 국내 조선산업 실정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규모"라며 "부산시 건의가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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