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이들을 위한 주말추천 시사공감

[공감신문 시사공감] 행복이란 무엇일까? 

누군가에게 행복이란 가족과의 시간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사회적 성취감일 수도 있다. 뭐, 굳이 거창한 어떤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따뜻한 방 안에 드러누워 온종일 영화를 보거나 비오는 날 창밖을 감상한다든지, 밤바다를 보러 훌쩍 떠나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행복일 것이다. 

인생선배의 조언이 전부이던 시절도 있었다. [pxhere/CC0 public domain]

이전까지는 이런 개인의 가치관이 형성될 때 윗세대들의 경험과 조언이 큰 영향을 줬더랬다. 삶은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지, 어떤 것이 행복이며 무엇을 삶의 목표로 둘 것인지. 부모님이나 선생님과 같은 인생 선배들의 가르침이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요즘 세대는 조금 다르다. 인생 선배들의 조언에 더해 또래들 간 온오프라인을 통한 대화와 토론, 비슷한 길을 앞서 걸었던 다른 나라의 사례 등을 모두 종합해 각자의 방향을 설정한다. 굳이 어른들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간접적으로 미래를 경험해 볼 창구가 많아진 덕일 것이다. 

일과 미래를 대하는 자세도 많이 바뀌고 있다. 그저 열심히 일하고 좋은 가정을 꾸려 자식을 잘 키워내는 것이 미덕이었던 베이비부머세대와 달리, 밀레니얼세대의 최우선은 ‘지금의 나’다. 물론 둘 중 뭐가 맞고 뭐가 틀린 것인지는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갈린다. 

자아실현을 위해 남들이 가보지 못한 길을 일부러 선택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그래서 요즘 세대는 지금의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현재의 나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여가시간을 누리려고 한다. 해외여행이 늘어난다거나 자발적 백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 역시, 일부는 여기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결혼이나 출산을 꺼려하는 것도 결국엔 내가 행복할 수 있겠느냐, 하는 물음표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인식의 변화는 근로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이 지난해 우리 사회에 이슈로 꼽힌 것도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2012년 대선 당시 한 후보가 ‘저녁이 있는 삶’이란 슬로건을 들고 나와 많은 직장인들의 호응을 얻어낸 바 있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여가 흐른 지금도 크게 변한 것은 없는 듯하다. 여기저기서 워라밸을 외치고는 있지만, 그저 구호에서 끝나진 않을지 걱정하는 시선도 당연해 보인다.

오늘의 시사공감에서는 우리 모두의 완전한 저녁을 꿈꿔보려 한다. [pxhere/CC0 public domain]

온전한 ‘나만의 저녁’을 갖게 되기까지, 우린 얼마의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오늘 시사공감에서는 저녁이 있는 삶을 꿈꿔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한다.

 

■ 고마해라, 오래 일했다 아이가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도 유난히 근로시간이 긴 나라로 꼽힌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노동시간이 긴 것으로 1,2위를 다툰다는 신문기사도 이젠 다들 익숙하실 거다. 

오죽하면 서울의 야경은 야근 중인 직장인들이 만들어낸다는 ‘웃픈’ 이야기도 있다. [위키백과]

OECD 통계에 따르면 35개 회원국의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연간 1764시간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그보다 305시간 더 많은 2069시간이었다. OECD 회원국 중 2번째로 긴 노동시간이다. 이를 하루 법정 노동시간 8시간으로 나눠보면, 우리나라 근로자는 OECD 평균보다 38일을 더 일한 셈이 된다. 

하지만 평균 연간 실질임금은 3만2399달러로, OECD 평균인 4만2786달러의 75% 정도에 불과하다. 이를 노동시간으로 나눠 계산하면 우리나라의 시간당 실질임금은 15.7달러로 OECD 회원국 평균 24.3달러의 3분의 2 수준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7월부터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어든다.

근로시간을 줄이고 국민들의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기 위해 최근 국회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7월부터는 주당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게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의 일일 법정 노동시간은 8시간으로, 주 40시간 근무를 하게 돼 있다. 여기에 일주일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설정해 하루 노동시간이 12시간을 넘지 않도록 했다.  

통상 일주일에 52시간이라고 하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7일을 두고 생각하기 마련. 하지만 앞서 고용노동부는 이 법에서 설정해둔 52시간의 상한선을 법정 근로일인 월~금요일 5일 동안에만 적용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때문에 토·일요일은 별도의 연장근무가 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주 68시간 상한제란 말이 생겨나게 된 것. 

이 같은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이번 개정된 근로기준법에서는 ‘일주일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의 7일이다’ 라는 내용을 법문에 명시해 주 52시간 상한제를 분명히 했다. 다시 말해 7일 동안 52시간 이상의 근로를 시킬 수 없도록 못을 박은 것이다.

법의 실효성에 대해선 조금 의문스럽더라도 일단은 환영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국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법이 제대로 지켜질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아직 떨칠 수 없지만(...) 법으로 명시화된다면 사회 인식 개선도 차츰 이뤄지게 될 거라는 기대에서다. 수년 전 주6일 근무에서 5일 근무로 바뀔 때를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창출효과가 있을 거란 분석도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보고서에서는 “5인 미만 사업체와 특례·적용제외산업을 제외하면, 주 52시간 초과 근로자는 95만 5000명”이라며, “이들의 근무여건을 주 52시간으로 제한하면 새로운 일자리가 13만명 내지 16만명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반대의견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추가 고용 비용 부담 등으로 인해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는 힘들 수 있다고 봤다. 

근로시간 단축이 무인화를 더 빨리 이끌어낼 거란 전망도 있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근로시간 단축까지 맞물리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진 기업들이 무인화에 더 박차를 가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대해서는 “무인화로 인한 일자리 감축은 제도변화 때문이 아니라 기술발전에 따른 것”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이미 국내 주요 대기업은 법의 개정과 상관없이 자율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 중이거나 시행할 예정에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부터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했으며, LG전자는 오는 3월부터 주 40시간 근무를 시범운영한다. 

현대자동차는 생산라인의 주당 근무시간을 50시간 이내로 정착시켰고, SK텔레콤은 오는 4월부터 2주 80시간 내 ‘자율적 선택근무제’를 도입해 눈길을 끈다. 이마트도 지난 1월부터 일주일에 35시간 근무로 변경해 시행 중이다. 

해외 다수의 국가가 주당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정해두고 있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어떨까? 미국의 경우, 노동의 자유를 존중해 최장 근로시간을 제한하고 있진 않다. 다만 연방법인 ‘공정근로기준’에서는 법정 근로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정해, 초과 근무수당은 통상임금의 1.5배를 밑돌지 않도록 하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평균 근로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은 근로시간법 제3조에 따라 평일 8시간, 주당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다만 6개월 또는 24주간 평균 근로시간이 8시간을 넘지 않는 경우 1년에 최대 60일은 10시간까지 연장근무가 가능하다.

프랑스는 노동법상 근로시간이 주 35시간, 연간 1607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했다. 다만 연장근로는 예외규정을 두고 산업별·기업별 협약으로 정하게 하고 있다. 

일각의 우려들은 일단 법이 시행된 뒤에 다시 이야기해보는 것이 현명하겠다.

중국은 하루 8시간, 주당 44시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는 않는 실정이다. 일본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휴식시간 제외)을 초과하는 노동을 금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근로시간을 줄이면 업무효율성이 오히려 떨어지게 될 거란 의심도 내놓는다. 아직 가보지 않은 미래이기 때문에 함부로 말할 순 없지만, 우리나라보다 앞서 근로시간을 줄인 나라들을 보면 조금은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몸은 집인데, 스마트폰은 회사에? 
스마트폰은 우리 삶으로 들어온 지 10년도 채 안 돼 많은 것들을 변화시켰다. 원하던 원치 않던 타인과의 ‘연결’이 이전보다 쉬워진 것도 스마트폰이 바꿔놓은 삶의 모습 중 하나일 테다. 

상사와의 카톡 때는 이모티콘 선택에도 고도의 신중을 기해야 한다. [photo by wuestenigel on Flickr]

덕분(?)에 퇴근 후에도 이른바 ‘카톡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해 고충을 호소하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카카오는 조금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주변만 둘러봐도 퇴근 후 맥주를 마시다가, 주말에 드라이브를 하다가, 심한 경우 잠을 자거나 목욕을 하다가도 상사의 카톡에 답을 해야 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몸만 퇴근했다 뿐이지 사실상 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 퇴근만 일찍 한다고 해서 저녁이 있는 삶이 그냥 찾아오진 않는다. 기자의 지인 A는 퇴근 후 카페에서 상사의 카톡에 답을 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이럴 거면 퇴근을 시키지 말던가, 퇴근을 시켰으면 나를 좀 내버려두던가” 뭐, 물론 그 상사분이 들었으면 천인공노할 일이다. 

A와 같은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각종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국회에서는 이른바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안들이 연달아 발의됐다.

처음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법안으로 발의된 것은 2016년 6월이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처음 내놓은 ‘퇴근 후 카톡금지법’에서는 근로시간 이외에 전화, 문자메시지, SNS를 이용한 업무지시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처벌조항이 없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작년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업무시간이 아닌 때에 전화, 메시지 등으로 업무를 지시하는 경우 연장근로로 판단해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추가 지급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것. 아울러 ‘간접적인 업무지시’에 대해서도 언급함으로써 단체 채팅방에서의 업무지시까지도 제한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자신의 대선공약이기도 했던 ‘돌발노동금지법’의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내놨다. 이 개정안은 연간 근로시간을 최대 250시간으로 하고 근로시간 이후 연속으로 11시간 이상의 휴식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또 퇴근 후 업무에 대해서는 앞서 이 의원과 마찬가지로 추가 임금을 지급하게 했다. 

서울시는 퇴근 후 메신저를 통한 업무지시를 금지를 조례로 정해뒀다. [서울시]

정치권에서 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동안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민간기업도 이 같은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부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공무원들에게 근무시간 외에는 메신저를 통해 업무를 지시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여기에 이어 서울시는 최근 퇴근 후 문자메시지나 메신저를 통한 업무지시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서울 지방공무원 복무조례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법으로 제정된다고 해서 카톡지옥에서 벗어날 거라 기대하는 이들은 많지 않은 형편. [pxhere/CC0 public domain]

하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점이 남는다. 

지난해 취업포털 사이트 잡코리아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85.5%가 퇴근 후 메신저로 업무지시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2016년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제조업·서비스업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6%가 퇴근 후에도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고 답했다. 

국내 성인남녀 3826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인크루트의 설문조사에서는 ‘퇴근 후 카톡 금지법’에 찬성한다는 이들이 65.9%로 반대의견 13.7%보다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하지만 잡코리아 조사 응답자의 66.1%가 법안 내용이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실현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이미 법제화 돼 있는 것들도 그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다수인데, 카톡 금지법이라고 지켜지겠느냐 하는 의구심을 첫 번째로 든다. 강제조항이 마련된다고 한들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식이라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거란 얘기다. 

회사에서 잘릴 각오가 된 이들이 아닌 이상 일기나 쓰고 있지 않을까(...) [pxhere/CC0 public domain]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사를 신고할 수 있는 부하직원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회사를 그만둘 각오가 돼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결국 법이 어떻게 바뀌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식의 전환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미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나라들도 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1월부터 ‘로그오프법’을 제정,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50명 이상의 근로자를 둔 기업에서는 퇴근 후 노동자에게 연락을 하는 문제에 대해 직원들과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현대인들에게는 자를 전화선도, 빼둘 배터리도 없다. [maxpixel/CC0 public domain]

독일의 경우 ‘안티스트레스법’이 제정을 앞두고 있다. 이 법은 개인적 여가시간 중 업무상의 연락 혹은 업무수행과 관련해 근로시간과 휴식시간을 명확히 구분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 삶 - 일 = 0?

“내 삶에서 회사를 빼더라도 뭔가 하나는 남았으면 좋겠는데” 

앞서 잠깐 등장했던 A가 그날 기자에게 털어놓은 얘기다. 하루 종일 회사에서 일을 하고, 심심찮게 정해진 것보다 초과업무를 하는 것도 모자라 집에서까지 업무를 보느라 정작 자기 삶은 돌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대로 쉴 여유가 없다보니 회사에서도 집중력이 떨어져 업무에 방해가 된다는 얘기는 A만의 이야기는 아닐 테다. 

여가시간은 여가시간대로, 일은 일대로 둘 다 열심히 사는 방법도 분명 있을 텐데!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삶과 일을 분리시켜 양쪽 모두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는 꽤 오랜 시간 이어져오고 있다. 실효성을 떠나 근로시간 단축과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법으로 제정된다면 그 자체만으로 상징성을 가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처음 주 5일제가 시행되던 때를 기억하시는가? 당시 학생이었던 기자는 시범시행에 따라 토요일 등교가 격주로 바뀌면서 ‘세상 참 좋아졌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희미하게 난다. 그로부터 수년이 흐른 지금은 어떤가. 주6일 근무조건을 내건 회사에는 이력서도 잘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당신에게도 멋진 저녁이 기다리고 있기를 [pixabay/CC0 creative commons]

법이 제정되고 시행된다고 해서 오랜 기간 이어져온 근로관행이 하루아침에 바뀌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부터 차근히 내려오게 된다면 언젠가 ‘저녁이 있는 삶’도 우리 사회에 당연하고 일상적인 일로 변하게 되지 않을까. 주5일 근무제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