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교양공감] 어린 시절부터 그리스·로마 신화를 권장하며 필독서라 손꼽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리스·로마 신화는 단순한 ‘옛날이야기’, 혹은 그 지역권의 문화와 역사를 알 수 있다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리스·로마 신화 속에서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Psyche Received on Olympus, Raphael(1517)]

그리스·로마 신화는 마치 올림포스를 주 무대로 한 신과 인간의 이야기 같지만,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신들, 그리고 다양한 욕망과 운명, 개성과 입장을 가진 이들은 뜨겁고도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간다. 그들의 이야기에서 우린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는 다는 것은, 우리 인간 자체에 대해 통찰해 보려는 노력이다.

우리가 자주 쓰는 많은 단어들 역시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그 어원을 찾아볼 수 있다. [Psyche Opening the Golden Box, John William Waterhouse(1903)]

‘판도라의 상자’, ‘아킬레스건’, ‘포르노’ 등 우리가 자주 쓰는 많은 단어들 역시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그 어원을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내면세계를 연구하는 심리학에서는? 근대 서구의 학자들은 꽤 많은 심리적 양상들을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찾아내 이름 붙였다. 아마 전혀 낯설지 않은 용어들일 것이다. 오늘 교양공감에서는 그리스·로마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심리학 용어를 알아본다. 신화 속 이름이 심리학 용어가 된 이유는 꽤나 흥미로울 것이다.

■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아들이 어머니에겐 호의적이며 무의식적인 성적 애착을 가지면서, 동시에 동성인 아버지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는 것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혹은 오이디푸스 증후군이라 한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모른 채 살아가다가 죽이게 된다. [The Finding of Oedipus, johann heinrich keller(17세기 경)]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오이디푸스는 신탁에 의해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모른 채 살아간다. 시간이 흘러 오이디푸스는 라이오스 왕과 마주치게 되고, 그가 자기 아버지인줄 모른 채로 죽이게 된다.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한 아들인 동시에, 자기 어머니의 새로운 남편이 된다. 

정신분석학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자아이에게 아버지를 제거하고 어머니를 독차지하려는 경향이 남근기(4~6세)에 분명하게 드러난다. 

아들이 어머니에겐 호의적이며 무의식적인 성적 애착을 가지면서, 동시에 동성인 아버지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는 것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혹은 오이디푸스 증후군이라 한다. [영화 '퍼니게임' 중에서]

남근기 이후 아이는 아버지에게 그러면 안 된다는 윤리적 개념을 가지게 되고, 초자아를 형성하며 잠복기(6~12세)를 맞이하면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자연스레 해소된다. 이후에도 삶 전체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무의식적으로 나타난다는 게 프로이트의 주장이다.

단,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어린 아이라면 누구나 겪는 과정이라고 주장했지만 현대에서는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아버지의 권위가 강한 동시에 아이와의 정서적인 교류가 약한 경우에만 발생한다는 등 반박주장이 많다. 주류심리학에서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비롯한 프로이트의 발달이론 전체를 거부하기도 한다. 

■ 엘렉트라 콤플렉스

엘렉트라 콤플렉스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반대로 딸이 아버지에게 애착을 갖고, 동성인 어머니를 경쟁자로 여겨 반감을 갖는 경향을 가리킨다. [영화 '장화홍련' 중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엘렉트라 콤플렉스다. 엘렉트라 콤플렉스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반대로 딸이 아버지에게 애착을 갖고, 동성인 어머니를 경쟁자로 여겨 반감을 갖는 경향을 가리킨다. 

그리스·로마 신화 속 엘렉트라의 아버지이자 미케네의 왕인 아가멤논은 10년 동안의 트로이전쟁을 마치고 미케네로 돌아온 날 자신의 아내인 클리타임네스트라와 아가멤논이 자리를 비운 사이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유혹한 아이기스토스에게 죽임을 당한다. 

아가멤논이 살해된 이후 아이기스토스는 미케네를 7년 동안 다스렸으나, 아가멤논의 딸인 엘렉트라와 아들인 오레스테스가 아이기스토스와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죽여 복수에 성공한다. 

아가멤논의 딸인 엘렉트라와 아들인 오레스테스가 아이기스토스와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죽여 복수에 성공한다. [Clytemnestra and Agamemnon, Pierre-Narcisse Guérin(1822)]

엘렉트라 콤플렉스는 이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스위스의 정신의학자 카를 융에 의해 심리학 용어가 됐지만 개념은 프로이트가 제시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론 중 여자아이가 겪는 심리와 거의 동일하다. 

융과 프로이트의 이론에 따르면 여자아이도 남자아이와 마찬가지로 어머니를 사랑하고 애착을 갖지만 자신에게는 남자 형제나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남근이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열등감을 가진다. 

이로 인해 자신에게 남성의 성기를 주지 않은 어머니를 원망하고 남근을 가진 아버지를 동경하며 집착한다고 한다. 성장하면서 어머니와 자신을 동성으로서 동일시하면서 극복한다. 

프로이트는 남녀에 상관없이 어린 시절에 보편적으로 겪는 심리라고 주장했으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이런 주장이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 아도니스 증후군

아도니스 콤플렉스는 남성의 외모 집착증을 말한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10년 전부터 아도니스 증후군이 상당히 많이 대두돼 왔었다. 매트로 섹슈얼, 그루밍족과 같이 자신을 가꾸는 데에 신경을 쓰는 남성들이 대거 출현(?)하면서 부터다. 이전에는 ‘남자가 무슨 화장?’이라 했지만 요즘 남자들도 외출 시에 BB크림을 바르는 건 상당히 흔한 일이다. 

남성 전용 화장품도 겨우 스킨이나 로션과 같은 기초 제품이 아닌, 색조와 커버, 영양 등 다양한 제품이 출시됐고, 시장 규모도 과거보다 상당히 커진 편이다. 

아도니스 콤플렉스는 남성의 외모 집착증을 말한다. 오늘날 보편적인 남성들의 모습은 ‘집착’이라 할 순 없겠지만, 십 수 년 전만 하더라도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남자들을 이렇게 칭하기도 했었다. 

그리스·로마 신화 속 아도니스는 엄청난 꽃미남이라 아프로디테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The Death of Adonis, Rubens(1614)]

이런 콤플렉스가 심해지면 마치 체중 스트레스로 인해 거식증을 앓듯이 섭식 장애나 데이트 기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리스·로마 신화 속 아도니스는 엄청난 꽃미남이라 아프로디테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아프로디테는 연인이 있던 게 아닌가! 그녀의 연인인 아레스의 미움과 질투를 산 아도니스는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 자리에 핀 꽃이 아네모네다.

아도니스가 죽은 자리에 핀 꽃은 아네모네라 불린다.

아도니스 증후군의 가장 핵심은 ‘내 외모가 나아지면 사람들은 날 다르게 대하겠지?’, ‘내 외모가 잘생겨지면 난 행복해지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인간관계나 인생의 모든 잣대와 기준을 외모로 잡는 것은 결코 옳지 않은 일이다. 

당신이 아무리 잘생겼더라도 자존감이 낮다면 그 아름다운 얼굴을 아무에게도 보여주려 하지 않을 테니까!

■ 피그말리온 효과

피그말리온 효과는 상당히 유명한 표현인데 이것이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기인한 줄 모르시는 분들이 꽤 많다.

조각가였던 피그말리온은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조각한다. 그런데 그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피그말리온은 그만 그 조각상과 사랑에 빠져버린다. 

정말 뻔한 결말의 비극적인 사랑의 결말이 아니냐고? 아니다! 이 사랑에 감동한 아프로디테가 그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어준다. 긍정적인 믿음과 암시! 그것이 바로 피그말리온 효과다.

조각가였던 피그말리온은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조각한다. 그런데 그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피그말리온은 그만 그 조각상과 사랑에 빠져버린다. [Pygmalion and Galatea, Gérôme(1890)]

실제로 피그말리온 효과는 우리 삶에서 굉장히 큰 영향을 끼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 것처럼 '넌 할 수 있어!‘라는 격려의 말은 정말 학습이나 일의 능률을 오르게 만든다. 

간절히 원하고 바라는 것을 꾸준히 노력한다면 기적 같은 일이 정말 벌어질지 모른다고 희망을 준다.  

간절히 원하고 바라는 것을 꾸준히 노력한다면 기적 같은 일이 정말 벌어질지 모른다고 희망을 준다. [영화 '예스맨' 중에서]

■ 공황장애

유명 연예인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이제 낯설지 않은 단어인 ‘공황장애’. 일시적으로 갑자기 찾아오는 불안감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정도라 한다. 

공황장애는 영어로 ‘panic disorder’로 표현된다.

공황장애는 영어로 ‘panic disorder’로 표현된다. 우리는 종종 ‘패닉에 빠졌다’라는 말을 쓰는데 패닉(panic)은 판(pan)에서 유래한 단어로, 판은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이었다. 

그는 낮잠 자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를 깨우거나 낮잠을 방해하면 인간이나 가축 등에게 공포를 불어 넣었다고 한다. 공포상태를 의미하는 영어단어 panic은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우리는 종종 ‘패닉에 빠졌다’라는 말을 쓰는데 패닉(panic)은 판(pan)에서 유래한 단어로, 판은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이었다.

공황장애를 치료를 받으면 호전될 수 있으나 완치는 쉽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공황장애는 개인의 의지로 극복하거나 할 수 있는 병이 아니다. 주변에 공황 장애 때문에 힘들어하는 지인이나 가족이 있다면, 그들의 불안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 나르시시즘

‘자기애’, ‘자아도취’를 나타내는 나르시시즘. [영화 '미녀는 괴로워' 중에서]

이른바 ‘자기애’, ‘자아도취’를 나타내는 나르시시즘. 이 단어는 그리스·로마 신화 속 ‘나르키소스’라 불리는 한 청년으로부터 탄생했다. 

나르키소스는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반해 사랑에 빠져버렸다. 그렇게 계속 사랑하는 호수에 비친 자기 모습을 바라보다 결국 호수에 빠져 죽어버렸다. 엄청난 자기애가 빚어낸 비극인 것이다. 

요즘은 이런 자기애가 SNS나 셀카에서 드러난다고도 한다. 어느 정도의 자기애는 분명 필요한 부분이다. 자기애가 남들보다 조금 더한 경우라면, 그룹에 리더가 돼 리더십을 발휘하는 등 좋은 쪽으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요즘은 이런 자기애가 SNS나 셀카에서 드러난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극심해질 경우에 자기애성 성격장애로 분류될 수 있다. 타인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항상 자기 기대와 같은 순 없는 일이다. 그런데 여기에 지나치게 상처를 받거나 심지어 분노를 하게 되면 자기애성 성격장애가 아닌 지 의심해볼 수 있다. 

■ 우리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는 그리스·로마의 신들

다른 문화권 신화에 나오는 신들보다 훨씬 ‘인간적인’ 모습들이 많이 보였던 그리스·로마의 신들은 우리의 모습과 정말 많이 닮아있다. ['Jupiter and Thetis', Jean Auguste Dominique Ingres(1811)

다른 문화권 신화에 나오는 신들보다 훨씬 ‘인간적인’ 모습들이 많이 보였던 그리스·로마의 신들은 우리의 모습과 정말 많이 닮아있다. 아니, 우리에게 그들이 모습이 보인다고 하는 것이 어쩌면 더 맞는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그리스·로마 신화가 사실인지 아닌지 하는 것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 반영할 것인가 하는 것이 포인트이다. 긴 문명의 역사를 가진 인간들이 앞으로 더욱 고민하며 생각해야 할 것은 과학 기술의 발전보다도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문제이다. 그에 앞서 우린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물음이 먼저 와야 할 것이다.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으며 우리 스스로에게로 떠나는 여행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어른들에게도, 아이들에게도 꽤 멋진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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