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순방 중 경질 예고 받았으나 시점 알지 못해…WP “트럼프, 마지막까지 틸러슨 모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트위터를 통해 전격 경질했다.

[공감신문]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전격 경질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폼페이오 국장이 우리의 새 국무장관이 될 것. 그는 멋지게 일할 것”이라며 “틸러슨 장관의 봉직에 감사한다!”라고 말했다. 

미 현지 언론이 백악관 관리를 인용해 전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 전 장관이 아프리카 순방 중이던 지난 9일 메신저인 존 켈리 비서실장을 시켜 경질을 통보했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켈리 비서실장은 구체적인 교체 시점을 못 박지는 않았다고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틸러슨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통해 공개적으로 해고 통보장을 받은 꼴이 됐으며, 경질 사유에 대해선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사설에서 “틸러슨 전 장관이 국무장관으로서 아무리 이런저런 약점이 있었다고 해서 이렇게 갑작스럽게, 그것도 트위터로 해고를 통보한 것은 그 무엇으로도 설명되질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최후의 순간까지 틸러슨 전 장관에게 모욕을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지 언론들은 틸러슨 전 장관의 해임으로 13개월여간 이어져 온 트럼프와의 ‘불편한 동거’도 막을 내렸다고 평했다. 틸러슨 전 장관은 외교수장직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고도 북미 정상회담 준비에 대해 강한 의욕을 내비쳤으나 결국 결실을 보지 못한 채 퇴장하게 됐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과 "날씨 이야기라도 하자"며 조건없는 대화를 거듭 주장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면박당하는 등 두 사람의 관계는 악화될 대로 악화돼 언제든지 경질당할 수 있다는 기류가 워싱턴에 퍼져 있었다.

이날 틸러슨 전 장관은 오후 2시가 넘은 시각 고별 기자회견에 나섰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정오가 좀 지나서야 통화했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원만하고 질서있는 이양’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WP와 의회전문매체 더 힐 등은 이와 관련해 “틸러슨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만 감사를 표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그는 통화 사실을 언급할 때조차 ‘미국의 대통령’이라고 했을 뿐, 회견 내내 ‘트럼프’라는 이름을 생략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아울러 러시아에 대해 ‘온건 노선’을 펴왔다는 지적을 받아온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듯 “러시아 정부의 골치 아픈 행동과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할 일들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존 설리번 부장관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오는 31일 물러나겠다”라며 국무부, 국방부, 미국민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폼페이오 국장이 우리의 새 국무장관이 될 것. 그는 멋지게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틸러슨 장관의 봉직에 감사한다!"면서 "지나 해스펠이 새 CIA 국장이 될 것이다. 첫 CIA 여성으로 선택됐다. 모두 축하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경질 후 기자들과 만나 “이란 핵협정을 비롯한 문제들을 놓고 틸러슨과 이견이 있었다”고 주요 외교정책에 관한 의견 차이가 경질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직후 “틸러슨 장관이 경질 이유조차 알지 못한다”는 불만 섞인 성명을 발표한 스티브 골드스타인 공공외교‧공공정책 담당 차관도 곧바로 파면됐다. 

외교 수장과 최고위급 외교관의 동반 퇴진으로 미 국무부 내 차관 이상 고위직은 ‘2인자’ 존 설리번 부장관과 톰 새넌 정무차관만 남게 될 방침이다. 이에 미 정부의 외교 공백 사태는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틸러슨 국무장관의 후임인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미 행정부 내 대표적인 강경파이나 최근 남북, 북미 정상회담 성사과정에서 한국 정보당국과 끈끈한 협력을 발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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