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리팔 부녀 피격 사건' 충격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사망사건 발생

러시아 연루 의혹을 남긴 채 사망한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의 측근 니콜라이 그루쉬코프가 영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인디펜던트 캡쳐]

[공감신문] '스크리팔 부녀 피격 사건'으로 인해 영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긴박해져가는 가운데, 러시아 출신 영국 망명 인사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전하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현지 언론의 1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지난 12일 밤 10시 46분경 런던 남쪽 뉴몰든의 한 주택에서 러시아 출신 인물인 니콜라이 그루쉬코프(69)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그루쉬코프는 특히 지난 2013년 의문을 남긴 채 숨진 러시아 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의 측근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영국 대테러국이 해당 사건의 수사를 맡게 됐다.

사망한 그루쉬코프는 러시아 출신 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의 측근으로, 2013년 베레조프스키가 사망했을 당시에도 "타살이라 확신한다"는 발언을 남긴 바 있다. [텔레그래프 캡쳐]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는 푸틴 대통령이 진행한 '올리가르히(신흥재벌)' 척결 과정에서 쫓겨난 이후 2003년부터 영국에서 정치망명 승인을 받아 생활해왔다. 영국에 정착한 이후 그는 지속적으로 푸틴 대통령을 비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베레조프스키는 지난 2013년 자택 욕실에서 목을 매고 숨진 채 발견됐으나, 해당 사건도 러시아와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사망한 그의 목에 흔적이 없고 갈비뼈가 부러져있었으며, 머리 뒤에 상처가 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숨진 그루쉬코프 역시 러시아의 소행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루쉬코프가 사망한 정확한 시간이나 원인은 분명하게 알려지지 않았으며, 수사당국이 그의 시신을 부검할 예정이다. 

지난 4일에는 러시아 출신 스파이였다가 영국 MI6에 협조한 뒤 영국으로 망명한 세르게이 스크리팔이 독극물 공격을 당한 채 발견된 바 있다.

영국 경찰은 러시아 이중간첩 출신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 율리야 스크리팔이 런던의 한 쇼핑몰에서 독성물질에 노출돼 발견된지 불과 8일만에 그루쉬코프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숨지자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아직까지는 그루쉬코프 사망이 스크리팔 독살 기도 사건을 비롯한 러시아 당국과의 연계 가능성, 정황 등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지만, 런던 경찰청은 잇따라 발생한 러시아 출신 인사의 피격 우려 등을 감안해 대테러국에 수사를 맡겼다. 

그루쉬코프는 러시아 자동차 업체 아브토바즈(AvtoVAZ)와 항공사 아에로플로트 등, 베레조프스키 소유 기업을 위해 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99년 아에플로트에서 700만 달러를 횡령했다는 이유로 재판에서 3년 3월형을 선고받았으나, 재판 기간 중에 이미 선고형량을 마쳤기 때문에 석방됐다. 

이후 2010년 영국으로 망명한 그는 작년 모스크바 법원의 궐석재판에서 횡령혐의로 징역 8년형을 재차 선고받았다. 

니콜라이 그루쉬코프가 사망한 채 발견된 런던 뉴몰든 주택 모습.

러시아 당국은 그가 중범죄자라면서 수배자 명단에 그루쉬코프의 이름을 올리고, 러시아로의 송환을 추진했으나 영국 측이 이를 거부했다. 

또 그는 베레조프스키의 사망 이후 "타살이라 확신한다"면서 "(러시아 망명자들에게) 너무 많은 죽음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영국 정부는 이날 "영국 땅에서 외국 정부가 관여한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서, 러시아가 연관돼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사망사건 14건을 재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베레조프스키 사건도 이번 재수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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