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국무장관 인준 기간, 대북외교라인 붕괴 등 문제로 준비할 것 많아

[공감신문] 지난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경질하고, 새 국무장관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명했다.

오는 5월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외교 수장인 국무장관이 갑작스럽게 교체되면서 회담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고 있다. 폼페이오에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그룹을 만들어주는 등 백악관이 힘을 실어주고 있으나 아직 넘어야할 난관이 많기 때문이다.

미 국무장관 교체, 대북외교라인 붕괴 등의 문제로 북미정상회담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14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폼페이오 지명자의 상원 인준 절차가 끝날 때까지 북미정상회담이 지연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행정부 관료는 ‘대북 매파’로 분류되는 폼페이오 기용이 회담 자체를 무산시킬 것으로는 보고 있지 않으나, 정상회담 예정 시한인 5월 말 전까지 인준 절차를 끝내고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착수하기는 시간이 빠듯하다고 보고 있다.  

복수의 관계자들 말에 의하면, 통상 상원 인준에는 여러 주가 걸리는 데다 아직 백악관이 인준 절차를 시작하기 위한 서류 작업도 끝내지 못했다. 

NYT는 “폼페이오 지명자는 정식 임명 전까지는 북한 외무상은 물론 한국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도 공식 접촉할 수 없어 (북미정상회담의) 차질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현재 대북 외교라인이 전멸한 상태라는 점에서 북미정상회담의 ‘연기설’도 제기됐다.

최근 북한과의 협상을 전담해온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돌연 은퇴를 선언했으며, 주한 미국대사 자리는 1년 넘게 공석 상태다. 

NYT는 “백악관 내부에서조차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됐던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솨를 낙마시킨 일을 후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회담 지연설의 근거로 “한국 정부의 특사단이 중개한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북한 정부가 아직도 공식 확인하지 않고, 미국과의 직접 외교채널을 가동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틸러슨 장관이 경질된 이유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북핵 견해차'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정상회담이 연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런 데이비드 밀러 우드로윌슨센터 부소장은 5월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이 6월이나 7월로 미뤄질 수 있다며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현재 북미정상회담 준비는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대부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급자인 허버트 맥매스터NSC 보좌관이 조만간 경질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WP는 외교 사령탑의 교체와 별도로 최대 안보 현안 중 하나인 북핵 문제 타결을 위한 이번 정상회담의 무게를 고려할 때 두 달도 안 되는 준비기간은 턱없이 모자라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정상회담 전에는 많은 예비회담을 통해 회담 테이블의 크기와 모양에서부터 모든 부분을 사전에 조율한다. 북미 회담의 경우에는 한국, 일본, 중국 등 관련국과의 협상도 필요하니 적어도 몇 달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WP는 연기설이 유력하다고 강조하며 “타이밍이 복잡한 것은 북미회담 무렵인 5월 중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와 관련한 중대 결정을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합의를 파기하고 제재를 재개할 수 있다고 위협해왔다. 만약 북미회담 전에 이란 핵합의가 틀어진다면 북한과 대화가 더 어려워질 수 있는 것.

톰 컨트리맨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담당 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에서 박차고 나올 경우 북한과의 합의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며 “내가 북한 지도자라면 합의를 그렇게 쉽게 파기하는 대통령의 협상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하고 일일 정보브리핑에서 별다른 흥미가 없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그가 북미정상회담 준비에 얼마나 매달릴지도 불확실한 실정이다. 

새 국무장관으로 내정된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북미회담의 연기설이 나오자 새 국무장관 인준 절차에 걸리는 기간, 대북 외교라인의 붕괴, 촉박한 시간 등을 고려했을 때 무사히 북미회담을 조율하기 위해서 이번 회담 개시의 책임을 맡을 ‘특별협상가’를 지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주파수가 맞는’ 실세 장관이 될 폼페이오가 북미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우세한 상황이다.

WP는 “폼페이오 지명자가 회담의 의제와 성격을 세팅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여지가 충분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틸러슨 장관보다 더 많은 권한을 그에게 위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이 경질된 결정적인 이유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북핵 견해차 때문’이라는 언론 보도가 계속되면서 ‘폼페이오 역할론’에 힘이 실린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는 틸러슨 장관이 너무 많은 양보를 할까 봐 우려해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폼페이오로 바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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