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지시·승인 안했다”, 구속 연장된 이후 변호인 통해 처음으로 의사 밝혀

[공감신문] 박 전 대통령이 국선변호인을 통해 옛 새누리당 국회의원 공천 과정에 불법 관여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지난해 10월 16일 재판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후 151일 만의 의견 표명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옛 새누리당 국회의원 공천 과정에 불법 관여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의 국선변호인 장지혜(35‧사법연수원 44기)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16일 열린 2회 공판준비기일에서 “피고인의 입장을 확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장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확인된 피고인의 의사는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피고인이 구체적인 의견을 밝힌 부분이 있어 다음 기일에 내용을 정리해 진술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은 해당 내용을 보고 받지 않았으며 승인한 적도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구속이 연장된 이후 재판에 나오지 않는 박 전 대통령이 변호인을 통해 법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선고를 앞둔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해 이날 함께 재판이 열린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 국선변호인단과의 접견을 모두 거부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공천의혹과 관련해 해당 내용을 보고 받지 않았으며 승인한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장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의견과 별개로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법리적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피고인과 현기환 전 정무수석 사이에 범죄를 실현할 의사의 합치가 이뤄진 시간, 장소, 내용이 명시돼야 한다”며 “또 공소사실에 적은 내용만으로는 어떤 후보자를 위해 경선 운동을 했는지 특정이 안 돼 방어권 행사에 중대한 지장이 초래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후보자는 특정돼 있지만, 공소장 기재가 적정한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설명하면서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앞서 기소된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의 3회 공판준비기일도 진행했다.

해당 사건의 국선변호인 정원일(54‧31기) 변호사는 “특활비 수수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뇌물이 될 수 없다”며 “‘리틀 청와대’인 국정원의 현안은 곧 청와대의 현안으로 특활비 상납에 따른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의 이번 의견 표명은 지난해 10월 16일 재판 불참 선언 이후 151일만이다.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의 변호인들도 박 전 대통령의 의사를 확인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특활비 사건을 담당한 국선변호인 김수연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을 확인할 가능성도 있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특활비 사건 변호인들은 "특활비는 간접 점유·관리하는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이 될 수 없다"며 "특활비를 자신이 처분할 수 있는 예산으로 알아 '불법영득의사'가 없어 횡령죄도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오는 28일 한 차례 더 준비기일을 열고 공천개입에 관한 박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입장 등을 정리하기로 했다. 이후 4월부터는 정식재판을 열어 증인신문을 진행할 방침이다.

또 박 전 대통령에 특활비를 상납한 혐의를 받는 전직 국정원장들 사건과 병합하지 않고, 중복을 피하는 차원에서 전직 국정원장 재판과 일부 겹치는 증인의 경우 녹취록 등을 증거로 제출하는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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