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구팀 실험서 메틸글리옥살 농도 높이자 고혈당 등 당뇨증상 나타나

당뇨병의 원인과 결과가 서로 뒤바뀐 것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공감신문] 그동안 고혈당과 인슐린 저항성 때문에 당뇨병이 나타나고, 메틸글리옥살(MG)은 당뇨병으로 인해 생기는 물질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한 연구에서 MG 때문에 고혈당이 발생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독일암연구센터(DKFZ)는 당뇨병의 여러 증상과 합병증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꼽혀왔던 고혈당이 오히려 다른 원인으로 인한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그 동안 당뇨병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생산이 부족하거나 생산되지 않아 인슐린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인슐린저항성과 이에 따른 혈액 속 포도당 농도가 높아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되지 않고, 혈관에 찌꺼기가 쌓이게 되는 고혈당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눈이나 발 등 말초부위에서부터 이상증세가 나타나고, 심장과 신장 등 여러 부위에서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때문에 당뇨병에서는 운동 및 식사조절과 함께 치료약으로 인슐린 생산을 돕고, 저항성을 낮춰 혈당치를 떨어뜨림으로써 합병증 발생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일정 수준까지만 유효하다고 DFKZ공동연구팀은 지적했다. 

연구팀은 인슐린·포도당과 2형당뇨병이 별개이거나, 동시에 미치는 다른 원인 때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pxhere/CC0 public domain]

연구팀을 이끈 아우렐리오 텔레만 교수에 따르면, 최근 대규모 임상연구들에선 약으로 혈당을 기준치(당화혈색소 6.5%) 이하로 낮추더라도 신경이나 신장 등 여러 부위에 전형적 당뇨성 손상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이 관찰됐다.

이로써 2형 당뇨병이 사실상 인슐린이나 포도당과는 별개이거나 적어도 동시에 미치는 다른 원인 때문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는 게 텔레만 교수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2형 당뇨 환자들의 메틸글리옥살(MG) 농도가 높은 점도 주목했다. MG는 체내 포도당 대사산물이자 살균 효과가 있는 물질이다.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당뇨환자의 MG가 높은 것은 혈당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판단, 당뇨로 인한 전형적인 손상 중 하나로만 여겨왔다. 

그러나 이 같은 이론에 의문을 품은 연구팀은 쥐에게 MG를 섞은 먹이를 주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쥐에게서 인슐린 저항성, 고혈당, 지방의 축적과 비만 등 당뇨의 전형적 증상들이 발견됐다. 

이어 장기간 고농도 MG를 투입한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초파리의 유전자를 조작해 MG를 분해하는 효소의 기능을 멈추게 했다. 체내에 MG가 쌓인 초파리에게서도 당뇨의 전형적 증상들이 나타났다. 

초파리는 인간의 DNA, 질병관련 유전자 일치율이 각각 60%, 75% 같은 데다 한 세대가 바뀌기까지 2주도 채 걸리지 않기 때문에 포유류나 인체 임상시험에 앞선 의학 연구에서 많이 활용된다. 

연구팀은 MG가 2형 당뇨의 결과라기보다,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pxhere/CC0 public domain]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들을 바탕으로 MG가 2형 당뇨의 결과라기보다는 오히려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쥐 등 포유류 대상 동물실험을 추가적으로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기는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로 당뇨이론 수정과 MG를 겨냥한 당뇨약 개발의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라 자평했다. 

이어 "아직 무엇이 MG 농도를 높이는 지는 파악되지 않았다"며 "예컨대 당뇨병에 걸리지 않은 비만자들 역시 MG 농도가 높은데, 그 이유도 추가 연구를 통해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세포대사'(Cell Metabolism)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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