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가능성 감수하며 선처 끌어내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돼

[공감신문] 110억원대 뇌물과 350억원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오는 22일 예정된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구속 가능성을 감수하며 법원의 선처를 끌어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오는 22일 예정된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전 대통령 비서실은 20일 입장 자료를 내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에서 입장을 충분히 맑힌 만큼 법원에서 이야기를 다시 반복할 이유가 없다는 게 이 전 대통령 측의 판단이다.

검찰에도 이미 불출석 의사가 전달돼 구속심사는 이 전 대통령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들은 심문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실질심사는 22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박범석(45‧사법연수원 26기)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이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 자리에 나오지 않으면 법원은 검찰의 수사 기록과 증거자료를 토대로 구속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검찰 관계자는 "심문 자체를 안할 수도 있고, 검찰과 변호인만 가서 심문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절차는 법원이 잘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장실질심사는 2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통상적으로 영장실질심사 포기는 검찰 단계에서 혐의를 강하게 다투지 않고 구속 가능성까지 감수하겠다는 결정으로 해석된다.

향후 재판에 집중해 본격적으로 유‧무죄를 다투되 선처를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적인 성격도 내포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4∼15일 진행된 검찰 소환조사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를 대부분 전면 부인했다.

이론적으로는 이 전 대통령이 영장심사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검찰이 법원의 구인장을 발부받아 강제구인에 나설 수도 있다.

다만 법조계는 피의자가 구속 여부를 다툴 권리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인 만큼 강제구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검찰도 구속 결정전까지의 대기 장소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해 법원이 결정할 것이라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에 출석해 입장을 진술할 권리를 포기하는 것은 도주 우려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체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에 출석해 입장을 진술할 권리를 포기하는 것은 도주 우려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체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장실질심사란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법원의 판사가 피의자를 법정에서 대면해 영장 청구 사실에 대한 진술을 직접 듣고 구금 또는 석방 여부를 판단·결정하는 제도다. 지난 1995년 개정된 형사소송법 시행에 따라 1997년에 도입됐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를 받은 전직 대통령 가운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사람은 박근혜 전 대통령 한 명뿐이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지난 1995년 구속영장을 발부받았지만, 제도 도입 이전이라 판사들이 피의자 없이 홀로 서면 심리를 펼쳤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30일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해 8시간 40분 동안 심리를 받았다. 영장실질심사 제도 도입 이후 최장 기록이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이 제시한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나 법원은 구속영장 발부를 강행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장소로는 서울동부구치소가 유력하다.

이 전 대통령의 직업을 '前職(전직) 대통령'으로 표기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거액의 뇌물을 수수하고 실소유한 다스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있다며 뇌물수수·국고손실·조세포탈·횡령·직권남용·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12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검찰은 구속영장에서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장소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또는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부구치소로 지정했다.

다만 서울구치소에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 중이라, 동부구치소에 수감하는 쪽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 등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라는 점도 서울구치소 수감 가능성을 줄인다.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인 최순실 씨,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동부구치소에 수감되어있기 때문에 검찰이 제3의 장소를 물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영장에서 "피의자는 이 사건 수사가 자신을 겨냥한 정치보복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거나 영포빌딩 압수물을 국가기록원으로 반납하라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태도에 비춰 향후 증인들을 회유, 협박하거나 정치적 사건으로 왜곡을 시도할 우려가 있다"며 "특히 금품수수 사건의 경우 수사 대상자들의 진술 조작 등 증거 인멸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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