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조성·케이블카 설치·백두대간 관리 등 가이드라인 심하게 훼손하는 부분 많이 드러나"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환경부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환경부의 부동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공감신문] 유안나 기자=환경부가 16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결정을 내리면서 강원도 양양 지역의 숙원 사업으로 추진돼 온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결국 백지화됐다.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양양군이 관광 산업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해 온 사업으로, 이날 환경부 결정으로 강원도와 양양군의 노력이 물거품 됐다. 반면, 생태계 파괴 등을 이유로 사업에 반대해 온 환경 단체 등은 환영의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16일 “설악산 오색삭도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설악산의 자연환경, 생태 경관, 생물 다양성 등에 미치는 영향과 설악산 국립공원 계획 변경 부대조건 이행방안 등을 검토한 결과, 사업 시행 시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되고 환경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아 부동의한다”는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을 양양군에 통보했다. 

원주환경청이 2016년 8월 이미 구성된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를 찬‧반 측 추천위원 2명을 추가해 재구성하고 7차례에 걸쳐 주요 쟁점을 논의한 결과, 외부 위원 12명의 의견이 ‘부동의’ 4명, ‘보완 미흡’ 4명, ‘조건부 동의’ 4명 등으로 나왔다. 

설악산오색케이블카 백지화 촉구 설악∼청와대 도보순례에 나선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 국민행동과 강원행동, 케이블카반대설악권주민대책위 등 3개 단체 회원들이 16일 오전 양양군청 앞에서 출정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국립공원 조성‧케이블카 설치‧백두대간 관리 등 가이드라인을 심대하게 훼손하는 부분이 많이 드러났다”며 부동의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사업지역 최상부는 사냥 1급 서식지로 생태적으로 매우 민감한 지역인데 (양양군의 보완서에는) 보호 대책 등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시초는 1982년 강원도의 설악산 제2 케이블카 설치 요구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강원도는 설악산에 권금성 케이블카를 잇는 제2의 케이블카 노선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는 ‘환경 훼손’을 이유로 불허했다.

이후 30여년간 해당 사업을 재추진하려는 시도가 간헐적으로 반복됐지만 진전은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 초기인 2013년 9월에도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강원도의 사업 신청을 불허했지만, 1년이 채 되지 않아 정부는 사업에 대한 변화를 보였다. 

2014년 6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노선 신규허가를 강력히 요청했으며, 두달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관광 서비스 분야 과제로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과 ‘산지 관광 활성화’를 제시했다. 이에 환경부는 기존 입장과 정반대로 협조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27일 오후 친환경오색케이블카추진위원회 주최로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케이블카 사업 추진을 촉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이 사업은 국립공원위원회가 2015년 8월 사업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찬반 논쟁이 격화하자 원주지방환경청은 협의회를 구성했다. 양양군이 2년6개월여 보완을 거쳐 올해 5월 16일 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제출하면서 활동이 재개됐지만, 같은날 제12차 종합토론을 끝으로 활동을 마무리했다. 

지역사회의 찬성 여론과 환경 단체를 중심의 반대 의견이 엇갈려온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결국 이날 원주환경청의 부동의 결정으로 백지화됐다. 

조명래 장관은 “이 사업 워낙 오래 갈등을 빚어왓고, 지역에서 초미의 관심을 가진 데다 강원 지역이 발전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대안 사업이 필요하다면 환경부가 검토해서 추진하고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부처 간 여러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사업을 발굴해 양양군‧강원도에 제안,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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