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전 장관 보고 이후 내용 바뀌어, 위헌소지 판단근거 삭제돼”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

[공감신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 당시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이 위수령 폐지를 묵살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군이 결론을 수정한 두 가지 위수령 문건을 제작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21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간사 이철희 의원(비례대표) “한민구 전 장관이 탄핵판결을 앞둔 시점에서 군 내부의 위수령 폐지 의견을 묵살했음을 보여주는 자료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군은 지난해 2월 20일 ‘위수령 관련 검토결과’라는 보고서를 생산했다. 주목할 점은 제목과 생산 날짜가 같으면서 결론이 뒤바뀐 두 가지 문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두 문건은 결론을 포함해 총 다섯 군데가 다르다. ‘심층연구 기한’을 3월에서 4월로 바꾼 부분을 제외하면 모두 위수령 검토 결과와 관련 있다. 모든 수정 부분을 종합하면 ‘위수령 개정 또는 폐지’를 ‘개선 필요’로 바꿔놓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21일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공개한 위수령 관련 두 가지 버전 군 내부 문서. 아래가 수정된 문건이다. [이철희 의원실 제공]

특히 문건 내 ‘검토 및 추진경과’ 항목에서 국방부, 합참, 육본 등 유관부서가 참여한 위수령 관련 협조회의 결과를 수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사문화된 행정입법으로 폐기 필요’라는 회의결과는 ‘법률 개선작업 필요성 인식’으로 고쳐졌다. 

이밖에 군은 과거에 검토된 결과들도 같은 방식으로 고쳤다. 지난 2014년 ‘사실상 사문화된 법령’이라는 합참 법무실의 판단과 ‘폐지할 필요성이 있다’라는 국방부 법무담당관실 판단을 모두 ‘개선작업 필요’로 바꾼 게 대표적이다.

결국 당시 군 내부에서 합의에 거의 도달했던 위수령 폐지 의견은 감쪽같이 지워졌고, 폐지 시간은 늦춰졌다. 장관보고용 문건 핵심대목이 장관 지시 없이 수정될 수 없는데도 국방장관은 위수령 존치를 강제한 것이다.

21일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공개한 위수령 관련 두 가지 버전 군 내부 문서. 아래가 수정된 문건이다. [이철희 의원실 제공]

원본 문서에 위헌소지가 될 수 있던 판단 근거는 다른 버전 문건에서 자취를 감쳤다. 이같이 결론이 다른 두 가지 보고서가 존재하는 것에 대해 국방부는 “장관 보고 이후 실무자 수정이 있었다”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이 의원은 “한 전 장관이 내부 의견을 묵살하면서까지 위수령 존치를 고집한 배경에 대해 철저한 확인이 필요하다”라며 “국방부는 미뤄진 위수령 폐지 절차에 신속히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950년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위수령은 군 병력이 필요하다고 인정된 지역에만 군부대가 주둔하는 제도다. 계엄령과 달리 육군 부대를 출동시킬 때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 이에 일각에서는 전 정부가 위수령을 이용해 촛불집회 시민을 진압하려 했다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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