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신인-혹은 신입의 넘치는 패기와 아이디어는, 누군가를 꽤 불편하게 만드나보다. 이런 생생한 기운에 대하여 무언가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듯한 표정. 제가 무얼 잘못했나요? 그러면 이렇게 대답하겠지, 나도 네 나이 때는 다 그랬어.

art work by Mehran Djojan

근데 이건 비단 나이 얘기가 아니다. 인생 중반부에도 새로운 직업이나 환경으로 가게 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어린 아이나 노인이나 미지의 환경을 접하게 되었을 때의 불안함과 기대감은 다르지 않다. 오히려 의지할 부모가 있거나, 인생은 알다 가도 모를 일이라는 대단히 명료한 진리를 아직 겪어보지 않은 아이 쪽의 두근거림이 더 작을 지도. 그렇다면 신입의 생생함에 알러지가 나는 누군가는- 그 상대가 ‘어른’이라면 그저 말만 안할 뿐이다. 속으론 더욱 혀를 끌끌 차고 있을지도 모르지. 

사실 이런 사람들이 꽤 많으며, 대부분 그 직업 분야에서 오래 종사했을 확률이 크다. 우린 어린 시절부터 ‘베테랑’(veteran)이 되라고 배웠다. 지금도 그렇게 교육 받는 진 모르겠다. 하지만 직업에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는 건 불변하다. 그런 의미라면 ‘프로페셔널’이라는 단어가 더 들어맞는 느낌이다.

베테랑은 기술이 숙련된 거라면, 프로페셔널은 일을 대하는 자세를 의미하는 뉘앙스다. 누구에게나 ‘기술’은 중요하다. 이전엔 더욱 심해서 어른들은 ‘기술’을 배워야 먹고 산다고 했다. 못 먹고 못살았던 우리나라도 기술력으로 경제 성장을 했다, 사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정도 노동 시간이라면 누구나 기술이 늘었을 지도 모르지. 어쨌든 숙련, 또 숙련을 거듭해오며 ‘장인’이 되라 했던 것이다.

제조나- 피자 도우/수타면을 뽑는 일, 외발 자전거를 타는 등 어느 신체 기관의 근육에 익어야 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숙련은 필요하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 일에도 기술이 있어야 한다. 오래 붙어 앉는 엉덩이 근육, 목 근육도 다 숙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근데 기술이 어느 정도 되었으면, 이젠 자기 스타일이 있어야 한다. 그건 기술력으로 될 게 아니다. 이를테면 잘나가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누구보다 속눈썹을 티 안 나고 편안하게 잘 붙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건 센스다. 그 사람의 얼굴뿐만 아니라 옷 스타일 등 전체적인 분위기에 어떤 느낌이 어울릴지 알아야 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사람 얼굴의 약점을, 스스로는 개성이라 여길 수 있다. 그런 파악도 필요하다. 또 요즘 트렌드는 어떠한 지. 

만일 당신의 직업이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일이며, 심지어 해보니 기대만큼 좋고. 혹은 기대치 않았던 일인데 잘 맞거나- 그 분야에서 ‘아주 높은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는 게 아니라면, 난 당신이 슬며시 다른 직업에 눈을 돌려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art work by Greta pasha

절대 ‘때려 치라’는 게 아니다. 그저 어느 다른 분야의 ‘신인’ 혹은 ‘신입’이 될 준비를 하자는 것이다. 평생 직장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앞으로 다들 2-3개의 직업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그런 나이를 모두 고려해서… 시작해 볼 수 있는 건… 조그만 가게?, 맙소사- 내가 말하는 신인이나 신입은 이런 게 아니다. 

이를 테면 삼십대 중후반에 어느 새로운 직업을 가지게 된 당신은, 누구보다 참신할 수 있으며 에너제릭할 수 있다. 그것이 정말 어쩔 수 없이 찾은 일이 아니라면 말이다. 어딘가에서 이미 베테랑인 당신이 스스로 신인 혹은 신입이 되고자 할수록, 허파는 더욱 커져 붕- 뜨는 기분이 느껴질 거다. 이게 핵심이다. 

이것은 당신을 어디에서나 생산적인 에너지로 가득 채워줄 것이다. 그 뿐인가. ‘나도 신입 땐 다 그랬어. 너 같은 생각 못한 줄 알아?’ 이런 ‘꼰대’같은 생각은 조금 덜 할 수 있게 된다. 어쩌면 그 신입의 말이 정말로 참신하며 기가 막힌 것일 수도 있다. 그 신입은 이 업계 종사자 중 가장 최근까지 ‘고객’이었던 사람이니까. 

우리는 어딘 가에서 신인이 되면, 조금 더 유연해지고 발상적이 되며 들뜨게 된다. 마치 새로운 썸남썸녀가 생긴 듯이! 봄 타는 것처럼. 당신이 이미 프로이자 베테랑이라면- 이렇게 들뜬 상태일지라도 원래 업무에서 일정 수준을 해낼 것이다. 당연하지 않겠어? 전날 아버지와 싸우셔도 찌개만큼은 여전히 기가 막히게 끓여 내시는 어머니를 둔 적이 있다면- 당신은 내 말을 이해하실 거다. 이미 당신이 어딘 가에서 일류 요리사가 될 욕심을 포기했다면, 쿨-하게 ‘정도껏’ 해도 큰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당신이 돈 받은 만큼 해냈다면.

게다가 요즘은 뭐든 ‘연계’가 되어있다 보다. 당신의 현재 직업이 이후 가지게 될 직업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말 그대로 ‘콜라보레이션’이 가능해진 거다. 이를 테면 미술을 전공했던 어느 래퍼들은 자신의 앨범 자켓을 디자인하고 옷을 만들다가- 패션쇼에서 음악을 틀고, 또 워킹을 하기도 한다. 

기술이 아닌 성질적인 것으로도 쓰일 수 있다. 나는 연극영화과를 다녔고, 몇 년 전에는 어느 유명 가수의 댄서였다. 재작년 어느 시의 8개 고등학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힐링 콘서트에 강연자로 나섰는데, 난 거기서 쇼맨십을 발휘할 수 있었다. ‘지해수 칼럼’ 중 어떤 글에서는 ‘필자의 존재감이 너무 드러나는 것 아니냐’고 하시는 데, 그것 역시 주목과 관심을 집중시키려는 하나의 어쩔 수 없는 성격인지도 모르겠다. 글은 아마도 평생 쓸 거 같으니, 이왕이면 이름을 기억해 주십사 하는 게 낫지 않을까. 

artwork by failunfailunmefailun

한편으론 꽤 가볍고 즐거운 스낵 같은 느낌일지도 모른다. 이전 세대들보다 훨씬 적은 노동시간을 일하는 우리들에게 직업은- 생계 수단을 넘어서는 의미이다. 이젠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서, 내가 어떤 사람인가,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살 것인가에 대한 대답을 일면 드러내는 면도 있다. 안정적인 성향의 당신이, 어릴 적 장래희망을 포기했다면- 그래도 괜찮다. 지금 거기에서 신인이 될 준비를 천천히- 해 나가는 것이다. 어느 분야에서 항상 신인처럼 굴어도 되고, 또 여러 곳에서 신인이 되어도 된다. 중요한 건 긍정적이고 생산적 기운을 얻는 것이며, 사고를 확장시키는 일이다. 

모르겠다. 다들 자기 직업에 대하여 얼마나 큰 윤리의식과 가치를 두고 사는지. 이 바닥은 원래- 네가 뭘 잘 몰라서 그러는데- 좀 더 지나면 알게 되는데- (…) 누군가 그 업계에 종사한다고 하여 굳이 주관적으로 정의하면서 ‘마치 내가 이곳의 대변인’이라는 듯 군다. 그리 무거운 의무감을 굳이 자처할 이유가 있을까. 그냥- 자기할 거나 잘 하지. 또 어딘 가에서 ‘높다’고 해서 어디에서다 높은 게 아니라는 걸, 우린 중간-중간- 깨쳐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직업에 대한 생각의 환기는, 삶의 방향성을 변화시킬 수 있는 대단히 역동적인 사건이 될 지도. 그러니 충동적으로 하지 않고- 자기 진심을 스스로 무시하는 일이 결코 없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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